정태영 사장 공격경영 적색등 켜지나?

정태영 사장=현대카드 합성

현대차그룹이 과거 다이너스카드 인수 후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영입한 정태영 사장이 뉴스메이커로 등장한 건 오래 전 일이다. 현대카드라는 사명을 걸고 사업을 주도해 바닥권에 있던 업계 순위를 상위권으로 끌어올리며 눈부신 성장을 일궈냈다. 물론 장인인 정몽구 회장이 든든히 후원해줬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현대카드는 현대자동차 할부 서비스로 자동차를 구입하려는 고객을 유치해 단숨에 신한ㆍ국민ㆍ삼성카드에 이어 업계 4위로 등극했다. 하지만 KB국민카드가 내년 중 분사를 추진하고 있고, 일부 카드사들이 국내는 물론 수입자동차까지 할인해주는 서비스를 잇따라 출시해 현대카드는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게다가 포인트제도 ‘상술’ 문제 등도 지적되고 있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 장인인 정몽구 회장의 든든한 후원을 받아 역동적이고 공격적인 마케팅 등을 펼쳐 냈다고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의 신임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몽구 회장의 둘째 사위인 정태영 현대카드·캐피탈 사장(48)은 사위들 중 단연 돋보인다. 과감한 공격경영으로 적자회사를 흑자로 돌려세운 바가 있을 정도로 장인의 총애를 듬뿍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은 정경진 종로학원 회장의 큰아들로 서울대 불문과를 나와 미국 MIT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87년 현대종합상사 기획실 이사로 경영에 합류했다. 이후 현대정공,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자재본부장), 현대자동차(구매총괄본부 부본부장)를 거쳐 2003년 10월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해 자신의 역량을 한껏 발휘했다.


장인 MK 사랑 듬뿍 받고 성장

취임 후 ‘감성경영’ ‘디자인경영’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카드에 알파벳을 도입, 각종디자인과 ‘미니카드’ 등을 만들며 업계의 돌풍을 몰고 왔다. 일약 ‘스타 CEO’의 반열에 오른 정 사장은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는 CM송으로 유명한 현대카드W 등의 톡톡 튀는 광
고도 직접 진두지휘해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백년손님인 사위가 그룹의 중책을 맡아 현대가의 기둥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는 뉴스메이커다. 정 사장이 그룹 내에서 금융부문의 선봉장으로써 현대가의 금융계열사를 이끌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를 뒷받침 하듯 정태영 현대카드ㆍ캐피탈 사장 부부가 현대·기아차 그룹으로부터 현대커머셜 지분 30%를 인수했다.

기아자동차는 3월21일 현대커머셜 주식 300만주(160억원)를 정명이씨에게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정명이씨는 현대카드 정태영 사장의 부인이자,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둘째 딸이다. 같은 날 현대ㆍ기아차 계열사인 위아도 현대커머셜 지분을 정씨에게 100만주(53억원), 정 사장에게 200만주(107억원어치)를 각각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정 사장 내외는 현대커머셜 지분 총 30%(600만주)를 확보, 현대차(50%)와 현대모비
스(20%)에 이어 주요 주주가 됐다.

현대커머셜은 지난해 3월 현대차그룹 계열 4개사가 공동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현대캐피탈의 리스사업 일부를 영업 양수해 굴삭기, 버스 등 법인리스 및 할부금융을 하고 있다. 대표이사는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 겸하고 있으며, 지난해 9월말 기준 자산은 7353억 원이다.


현대커머셜 대주주 전격 등극

재계 일각에서는 경영권 승계구도와 관련돼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 또한 제기되고 있다.

증권가 한 구조조정전문가는 “대기업들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현대그룹도 후계구도 분할을 추진할 수 있다”며 “자동차산업은 아들인 정의선 사장이, 금융그룹은 사위인 정 사장이 각각 맡을 가능성이 조심스레 흘러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카드는 현대 자동차 할부 서비스를 등에 업고 업계 단숨에 카드업계 강자로 올라섰다. 그러나 최근 업계 2위인 KB국민카드가 자동차 부문에서 서비스를 극대화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현대카드로서는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여기에 카드 소비층이 2030세대에서 4050세대로 변화되는 전환기인데도 현대카드는 여전히 젊은 층으로 고정돼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못한다는 지적도 흘러나오고 있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2344억 원으로 전년(2810억원) 대비 500억 원 가까이 추락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제부터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현대·기아차와의 상생 관계다. 현대·기아차를 구입하려는 고객이 현대카드에 신규 가입해 결제를 하면 차 종류에 따라 최대 20~50만 원, 현대카드를 이미 사용하는 기존 고객은 포인트에 따라 최고 200만 원선 할인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따라서 현대·기아차를 구입하는 고객은 현대카드에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자동차 구입을 목적으로 가입한 현대카드 회원의 경우 막상 실생활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휴면카드’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고객 서비스 부분이 자동차 구입 특혜를 제외하면 일반 카드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시장점유율이 높은 사업자보다 가맹점이 적기 때문이다.


무서운 성장, 그리고 위기 직면

이에 따라 현대카드는 소비를 부추기기 위해 휴대폰 등으로 일정금액 이상 결제하면 할인을 해준다는 광고 등으로 소비자를 독려하고 있지만 경쟁사들이 비슷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기에 쉽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여기에 최근 저가 수입 자동차가 국내 시장에 밀려오면서 자동차 소비자들의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고, 일부 카드사들은 이런 추세에 맞춰 국내 자동차는 물론 수입자동차에도 할인구입 혜택을 제공하는 서비스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삼성카드는 최근 르노삼성ㆍ현대ㆍ기아ㆍ쌍용 자동차 등에서 새 차를 구입하면 최대 185만원까지 할인이 가능하고 마일리지나 포인트는 그대로 적립해준다. 게다가 3월 현재 금리도 연 6.9%여서 현대카드 8.25%보다 비교적 저렴하다.

그러나 자동차 할부구매 시장에서 거의 독보적인 위치를 누린 현대카드로서는 경쟁 상대가 하나둘 늘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카드 관계자들의 평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현대카드가 하루 빨리 현대자동차의 특화 그늘을 벗고 자력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카드 정태영 사장이 총체적 난국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창조적 아이디어로 시장 선도

지난 2001년 말 다이너스카드코리아 인수를 통해 신용카드업에 진출한 현대카드는 신용판매 취급액 점유율 1.8%라는 초라한 외형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불과 5년만인 2006년 말 점유율은 13.2%로 7배 이상 급성장하며 카드업계의 판도를 뒤바꿔놓고 있다.

무엇이 이 같은 초고속 성장을 가능하게 했을까. 카드상품의 패러다임을 바꾼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과 마케팅전략, 디자인과 감성경영, 창의적이고 신속한 조직문화, GE라는 강력한 파트너 등 여러 요인들이 꼽힌다. 정태영 사장의 ‘디자인 경영에 바탕한 창조 경영’이 현대카드를 강자로 등극시켰다.

정 사장은 취임 후 사무실부터 새 단장했다. 서울 여의도 현대카드 본사의 사무실과 로비. 회의실. 직원식당 등은 정 사장이 고안한 독특한 개념의 디자인들로 가득 차 있다. 직원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끌어내기 위해서다. 카드상품의 패러다임을 바꾼 현대카드M과 블랙카드는 이런 토양에서 나왔다. 현대카드M은 현대·기아차그룹의 이점을 활용한 포인트 선(先)지급 마케팅과 경쟁사의 10~15배에 달하는 포인트 적립률을 통해 출시 1년 만에 100만 회원을 모집했다. 2005년 8월 단일카드상품 최초로 300만 고객을 돌파했으며 최근 650만 고객을 넘어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정 사장의 창조경영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디자인경영이다. 정 사장은 국내 신용카드 업계에 디자인 마케팅이 경쟁우위 요소가 될 수 있음을 보이며 디자인 마케팅의 중요성을 일깨운 주인공이다. 경쟁업체들이 자존심을 접고 ‘따라하기’를 감수할 수밖에 없을 정도다. 이미 카드사들에 유행처럼 번진 알파벳 카드의 원조 격이다.

또 속이 비치는 투명카드와 기존의 절반 크기인 미니카드, 직사각형 모양을 탈피한 프리폼카드, 그리고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가 내놓은 디자이너 카드 등 카드 패션을 선도해 왔다.

기존의 신용카드는 결제를 위한 마그네틱 선이 가장 중요했고 디자인에는 무관심했다. 하지만 현대카드는 최첨단 카드디자인을 개발하고 고급 플라스틱 소재를 개발하는데 최소 1억원씩을 투입했다.

카드 한 장이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강력한 수단이라고 본 것이다. 혜택은 별 차이가 나지 않는데도 ‘갖고 싶은 카드’로 입소문이 나면서 현대카드는 젊은층 공략에 성공했다.

적자회사가 쓸데없는 데 돈 쓴다는 지적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백억원을 투입해 감성적인 광고와 마케팅을 시작한 것도 이 같은 자신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회사가 어려울수록 오히려 직원 급여를 올려주고 ‘창조’와 ‘감성’을 일깨우는 데 주력했다.


#현대카드 ‘슈퍼세이브’바가지 상술

현대카드가 집중 광고하는 있는 현대M카드 슈퍼세이브 포인트제도의 적립률이 낮아 포인트만 믿고 가입한 소비자들이 골탕을 먹고 있다. 슈퍼세이브 포인트는 가전제품 등 구입 시 선 포인트로 제품 값을 차감해주고 차감 받은 금액을 36개월간 포인트로 상환하는 제도.

예를 들어 100만원하는 냉장고나 에어컨을 구입할 경우 현대카드M로 70만원 차감 받고 이를 매달 2만 포인트씩 36개월 동안 공제해 나가는 방식이다. 한달 포인트가 2만점이 되지 않을 경우 모자란 포인트만큼 현금으로 상환해야한다.

문제는 적립률이 이 카드가 제공하는 자동차 포인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0.8%에 불과한 것. 대부분 자동차 선 할인을 받기위해 이 카드를 발급받은 소비자들은 슈퍼세이브 포인트 적립률도 자동차 포인트와 같이 2%로 알고 활용했으나 나중 0.8%(주유 할인매장 외식업 등 일부 제외)에 불과한 점 때문에 골탕을 먹고 있는 것이다.

결국 슈퍼세이브 포인트 월 2만 포인트를 제공받기 위해서는 월 250만원을 사용해야한다는 결론이다. 웬만한 샐러리맨 월급과 맞먹는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앞으로 갚아나가야 할 부채임에도 마치 할인인 것처럼 과장광고를 하고 있는 카드사에 포인트 연계 할부거래 시 엄격한 기준을 적용토록 하는‘신용카드 포인트 연계 할부거래 관련 유의사항’공문을 각 카드사에 전달한 바 있다.

일단 카드할인을 받아놓고도 실제 포인트를 갚으려고 하면 너무 많은 금액을 카드로 결제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상환이 어려울 경우 카드사의 자산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포인트 연계 할부거래에 대한 고지의무를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소비자원의 관계자는“이런 점이 일반인들에게 더 정확히 공지된다면 이 서비스를 이용한 피해자들이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카드 관계자는 “가전제품은 자동차나 다른 상품과 달리 마진률이 워낙 낮아서 높은 포인트 혜택을 줄 수 없다”며 “적립률은 홈페이지 상품 안내 등에 자세히 공지해놓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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