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괘 따라 사무실 배치 ‘눈길’

삼성 신사옥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수도권을 떠돈 지 10년 만에 서울에 입성, 강남 시대를 열었다. 지난 2002년 분당 사옥으로 이전한지 6년 만에 서울에 재입성한 것이다. 삼성물산은 서초타운에 건설과 주택의 통합 본사를 마련하기까지 본사를 3번이나 옮겼다. 이는 자체 소유 빌딩이 아닌 임대빌딩에 입주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서초 타워시대 개막은 떠돌던 임대 신세를 접고 한집에 거주할 수 있는 내집 마련(?)에 성공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이는 또 사옥을 대부분 임차해서 사용하는 건설업계의 아이러니컬한 관례로도 드문 일이다. 이러한 가운데 삼성물산이 최근 풍수를 바탕으로 사무실을 전면배치했단 얘기가 나돌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사옥이 그 기업 임직원에게 주는 의미는 크다. 단순한 사무공간이 아니라 기업의 얼굴이자 상징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동통신기업인 SK텔레콤은 사옥을 휴대전화 모양으로 지었다. 또 쌍둥이빌딩으로 유명한 LG사옥은 그룹의 두 대주주인 구씨와 허씨 일가의 공동경영을 널리 알리자는 뜻에서 세워졌다.

하지만 기업들이 사옥을 건립할 때 외양보다 더 신경 쓰는 부문이 있다. 바로 사옥의 위치와 방향이다. 첨단 IT제품을 다루는 기업들도 마냥 무시하기 어려운 게 풍수지리상의 ‘명당자리’다. 많은 기업들이 겉으론 그럴듯한 이유를 내세워 이를 극구 부인하지만 대개의 기업들이 많은 비용을 들여 사옥을 이전하거나 건립한다. 문자 그대로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셈이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서울 강남에 새 둥지를 튼 삼성물산이 풍수지리에 따라 사무실을 전면배치했다는 얘기가 설득력 있게 전해지고 있다.


풍수 따라 자리배치

대개의 대기업 총수 집무실이 사옥 맨 위층에 자리 잡고 있는데 반해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은 풍수에 따라 ‘꼭대기 층’이 아닌 ‘19층’에 사무실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서울 서초동 삼성타워 3개(A~C)동 가운데 B동을 사용하고 있다. B동은 지상 32층 지하 7층 규모다.

이러한 사실은 최근 삼성물산이 기자실의 무사안녕을 기리기 위해 마련한 고사자리에서 밝혀졌다. 이날 삼성의 ‘초대’로 자리에 참석한 고사 전문업체 Y사 관계자는 난데없이 “혹시 사장 집무실이 19층이 아니냐”고 홍보팀에게 물었다. 실제로 19층에 사장실을 설치한 삼성 관계자로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중 한 삼성 관계자가 지관(地官)에게 “어떻게 알았느냐”고 되물었고, 이 지관은 “당연히 그렇고 또 그래야만 했다”고 답했다. 삼성물산이 애초부터 풍수에 관계없이 사장실을 19층에 마련했던 아니던 간에 결과적으론 ‘명당’을 제대로 잡은 셈이다.

그러나 풍수 전문가들은 “삼성이 허투루 사장 집무실을 19층에 마련한 건 아닐 것”이라며 “삼성이 몇몇 풍수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했다는 얘기도 있다”고 귀띔했다.

그들에 따르면 삼성물산이 사장 집무실을 최고층이 아닌 ‘19층’에 배치한 건 건물 터의 지기(地氣)와 관련이 있다. 삼성타운 터는 관악산과 우면산을 거쳐서 온 지맥이 뭉친 곳으로 ‘사람의 기’로 이를 다스려야 한다는 게 풍수학적 해석이다.

예의 지관에 따르면 ‘19’는 풍수적으로 ‘둥근 원’ 또는 ‘완전함’을 의미하는 숫자다. 막히지 않고 무궁무진하게 뻗어나가는 기운을 갖고 있어 대표자 자리에 안성맞춤이라는 게 그의 전언이다.

또 18층 이하 건물의 경우 풍수지리상 절대자를 의미하는 9층이 CEO 집무실에 적합하다.

삼성물산이 풍수에 따라 사무실을 전면배치했다는 것에 대한 흔적(?)은 또 있다. 풍수 전문가들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사장 집무실뿐만 아니라 건물 내부 사무실도 ‘땅의 기’에 맞게 전면 배치했다. 땅과 관련된 일이 많은 건설부문은 건물 아래쪽에 해당하는 8~24층에, 그 외 상사부문은 위쪽(25~33층)에 사무실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 기업과 풍수
책상위치도 풍수 따라 배치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기업들 사이에 ‘풍수(風水) 경영’이 유행이다.

투자나 사업 확장을 할 때 풍수 전문가들이 알려준 장소에 공장이나 사옥을 짓는가 하면, CEO 책상 위치까지 풍수를 따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C&그룹(옛 세븐마운틴그룹)의 경우 우방건설을 인수하는 등 회사 몸집이 커졌는데도 사옥이 따로 없고 서울 중구 장교빌딩에서 셋방살이를 하고 있다.

임병석 C&그룹 회장이 이 빌딩의 사무실 한 칸을 빌려 창업(해운업)을 했는데, ‘좋은 터’ 덕분에 승승장구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덕분에 장교빌딩에는 크고 작은 해운회사가 10여개나 입주해 있다. 그중 5개가 최근 2년 사이 새롭게 둥지를 튼 회사라고 한다.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도 풍수를 곧잘 믿는 편이다. 2000년 서울 강남에 빌딩을 알아보러 다니면서 유명한 지관(地官)과 함께 다녔단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구릉지인 역삼역 주변에서 테헤란로를 따라 내려온 재물이 모이는 삼성역 사거리가 강남에서는 가장 명당”이란 지관의 얘길 듣고 삼성역 사거리 근처에 빌딩을 매입했다. 특히 박 회장은 풍수 전문가의 말을 듣고 사무실과 책상 위치를 정했다고도 한다.

서울 남대문로 신한은행 본점 사옥터는 잘 알려진 대로 구한말 화폐 주조소(전환국)가 있던 곳이다.

신한은행이 LG카드를 인수하는 등 성장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것도 돈을 불러 모으는 자리에 있기 때문이란 얘기가 금융권에서 심심찮게 회자되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