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권 발권수수료 인하 철회하라”

항공권 발권수수료 인하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정우식 한국일반여행업협회장.

여행업계 종사자 500여명은 지난 3월 25일 오전 서울 세종로 열린마당에서 ‘항공권 발권수수료 인하 규탄 및 여행업계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을 상대로 여행사 사람들이 들고 나선 것이다. 피켓, 현수막 등이 동원된 야외집단시위였다. 항공사대리점인 여행사들이 전국적으로 손잡고 국적항공사를 상대로 규탄대회를 연 건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일반여행업협회(KATA·회장 정우식)와 서울시관광협회(회장 남상만) 등 전국 16개 관광협회가 참가한 대회에서 여행업계는 두 항공사의 일방적 발권수수료 인하방침이 부당하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지위를 남용한 일방적 처사란 견해다. 대회는 KATA 회장 인사, 경과보고, 호소문 낭독, 결의문 채택 순으로 이어졌다. 또 지난 39년간 항공사대리점으로 경험한 부당압력에 대한 사례들도 소개됐다.

이날 대회는 대한항공이 지난 연말 여행사에 주던 발권수수료를 4월부터 22% 내리겠다고 통보한 데 이어 아시아나항공도 5월부터 같은 행보를 취하겠다고 알려와 협회가 몇 번 수정안을 냈으나 거부된 데서 비롯됐다. ‘단체발권 7%, 개인발권은 9%, 3년 유지’안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10만 종사원 생계 위협

KATA는 발권대행수수료 인하가 전국 1만 1천여 여행사들 경영에 치명타를 줄 것이란 주장이다. 특히 △대량실업사태(약 2만2천명) 발생 △10만여 종사원의 생계위협 △고객서비스 축소로 국민경제에 큰 부담을 준다고 강조했다.

정우식 KATA 회장은 “항공사가 일방으로 수수료를 깎는 건 상도의를 저버린 짓”이라며 “중소기업형 여행사에 대한 대기업의 횡포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항공사가 고객서비스증진은 못할망정 서비스와 직결된 발권수수료를 내려 영세한 여행업체 목을 죄는 것은 비열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항공발권수수료는 여행사가 항공사를 대신해 항공권의 예약, 발권, 판매 등의 업무를 대신해주고 받는 비용을 일컫는다. 국제선은 항공료의 9%, 국내선은 5%다. 이는 대한항공이 1969년 창사한 이래 변하지 않은 요율이다.

이에 대해 두 항공사는 발권수수료 인하만큼 소비자에게 혜택이 간다면서 예정대로 내린다는 입장이다. 업무전산화, e-티켓정착, 온라인판매 등 발권시스템발달로 여행사들의 대행비용이 크게 줄었다는 게 항공사들 논리다. 항공사 관계자는 “2000년 초부터 수수료 변경을 검토했으나 외환위기, 9·11테러, 사스 등으로 유보해왔다”고 말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작은 여행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수수료를 좀 더 깎아서 손님을 끌어들이는 건데 다른 서비스가 거의 없는 구조에서 대안을 찾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KATA는 항공사들이 수수료 인하를 끝까지 밀고 가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여행관련기관 및 소비자단체 등과 항공사에 타격을 주는 전방위 압박 작전에 나설 태세다. 여행업계 사람들은 호황이었던 항공사의 지난해 영업실적까지 들먹이며 분개하고 있다.

발권수수료 2%포인트를 내리면 여행사수입은 얼마나 줄까. KATA는 업계 전체수입에서 22%(약 1000억원)쯤 준다며 울상이다.

2006년 BSP(항공사·여행사 공동결제방식으로 국제항공운송협회가 시행하는 정산제도)로 발권된 항공금액은 약 5조원. 여기에 여행사 판매대행수수료 9%를 적용하면 약 4500억원이 된다. 항공사들 방침대로 2%포인트가 빠지면 1000억원<4500억원-3500억원(5조원×7%)>이 사라지는 셈이다.

전체 발권금액에서 두 항공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 국내여행사들이 두 항공사 티켓 10개 중 7개를 대신 팔아준다는 계산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한국지부에 따르면 BSP발권량은 10년 사이 4배쯤 불었다. 1997년 1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5조원까지 커졌다. 시장점유율은 대한항공 50%, 아시아나항공 20% 쯤 되며 나머지(30%)는 60여 외국항공사들이 차지한다.

수수료인하로 피해를 크게 보는 곳은 중소여행사들이다. 기획상품과 항공권을 동시에 파는 도매(홀 세일)여행사는 덜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여행사는 수수료가 줄어도 소매여행사로부터 받는 중간수수료는 종전과 같아 당장 손해 볼 게 없다. 패키지여행상품이 팔리면 기획한 대형 여행사가 매출의 15%를 챙기고 작은 여행사는 발권수수료(9%)를 받아왔다. 도매여행사는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이다.

대형업체라도 전체매출에서 항공수수료 비중이 큰 비즈니스고객 대상의 상용여행사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세중나모여행, 레드캡투어 등이 해당된다.


90% 문 닫을 처지

수수료 인하로 직격탄을 맞는 중소여행사는 5000여 곳. 이 중 90%는 문을 닫아야할 처지라고 여행업계 한 간부는 귀띔했다. 그는 “값이 높은 미주·유럽여행상품은 발권수수료가 1%포인트만 줄어도 월 몇 천 만원의 수입이 떨어져 중소여행사들은 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KATA 발자취와 현주소

여행업계 발전과 회원권익을 위해 1991년 12월 6일 창립된 사단법인체다. 그해 12월 26일 한국일반여행업협회로 법인등기를 받아 서울 중구 봉래동 1가에서 닻을 올렸다. 하는 일은 내·외국여행자에 대한 여행업무개선, 서비스향상 등에 필요한 조사·연구·홍보 활동이다. 지난해 10월 2일부터 여행정보센터(www.tourinfo.or.kr)까지 운영하고 있다.

협회를 이끄는 정우식 회장(5·6대)은 2004년 1월 1일 취임, 지난해 연임됐다. 사무실은 서울시 마포구 도화2동에 있다. 회원사는 약 650곳, 임직원은 100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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