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아워 1.2 (저자 이국종 / 출판사 흐름출판)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생사가 걸린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 60분. 바로 ‘골든 아워’다. 그 시간동안은 환자의 구조, 이송, 응급수술이 지체 없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현실은 중증외상센터로 오는 환자들의 평균 이송시간이 245분에 이른다. 이같은 우리나라의 중증외상 의료 현실을 지적해온 이국종 교수가 5년간 집필하고 2년 반의 수정과 편집을 거쳐 두권의 책을 펴냈다.

책속에는 중증외상 센터에서 만난 환자들의 삶과 죽음, 의료진의 고된 일상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에 국제 표준의 중증외상 시스템을 정착하기 위해 싸웠던 지난날들을 기록했다. 또한 17년간 외상외과 의사로서 맞닥뜨린 냉혹한 현실, 고뇌와 사색, 의료 시스템에 대한 문제의식 등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열악한 한국의료계의 현실에 굴하지 않고 팀원들과 현장의 소방대원들의 피와 땀으로 범벅된 소중한 기록들을 남기기 위해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세월이 지나 또 다른 정신 나간 의사가 이 분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 시스템을 다시 만들어보고자 마음 먹는다면 이 기록은 분명 큰 도움이 될 거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실 이교수의 왼쪽 눈은 거의 실명 상태며 오른쪽 어깨는 헬기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 으스러졌다. 왼쪽 다리도 성하지 못해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중증환자 못지 않은 몸상태를 가지고 있다. 스스로 외과의사로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느끼며 초초한 마음으로 이 책을 써내려 갔다고 밝혔다.

이 교수가 이끌어 오던 중증외상 센터는 오랫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다. 중증외상을 입고 실려오는 환자들을 살리기 위해 쓰이는 혈액과 의료 장비, 약 등의 비용들은 병원에 엄청난 적자를 안겨다 주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사람을 살리기 위해 수술을 하면 할수록 그 적자는 더 커졌다고 한다. 병원 내에서조차 그에게 모진 말을 쏟아내기도 했고 교수와 함께 고생하는 동료들조차 하나둘씩 쓰러져 나가기도 했다.

제1권에서는 외상외과에 발을 들여놓은 후 마주친 척박한 의료 현실에 절망한 나머지 미국과 영국의 외상센터에 연수하면서 비로소 국제 표준의 외상센터가 어떠해야 하는지 기준을 세워 나가는 과정을 써내려 갔다. 생사가 갈리는 위중한 상황에 처한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의 통렬한 심정 등 우리네 세상의 다양한 면면이 펼쳐지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아덴만 여명 작전에서 부상당한 석 선장을 생환하고 소생시킨 프로젝트의 전말은 물론, 전 국민적 관심 속에 중증외상 치료 시스템의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고도 소중한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대한민국의 의료 현실을 슬픔을 눌러담아 담담한 어조로 상황을 묘사해 나갔다.

2권에서는 우여곡절 끝에 저자가 몸담은 대학병원이 권역별 중증외상센터로 지정된 후에도 국제 표준에 훨씬 못 미치는 의료 현실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렸다. 중증외상센터 사업이 시간이 흐를수록 원칙과 본질에서 벗어나 복잡한 이해관계에 휘둘리며 표류하는 동안 시스템의 미비를 몸으로 때우던 동료들이 한계상황에 내몰리고 부상으로 쓰러져 갔던 안타까운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 책을 접한 한 독자는 “책을 접하고 그의 손을 잡고 불끈 쥐며 파이팅이라고 외쳐주고 싶지만 비루한 내 처지에 그에게 보낼 현실적인 힘이 존재하지 않음이 슬프기만 했다. 부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공감하며 그에게 힘을 보탤 수있기를 빈다. 이 책이 다시 그에게 칼이 되어 돌아가지 않기를 이렇게나마 응원해 본다”라는 서평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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