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선 회장 배탈 날라?

김양의 배송현황 조회 결과 배송지점이 ‘서대전’이라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화물은 대구로 잘못간 것이 명시돼 있다.

M&A 귀재로 주목받고 있는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많다. 인수한 나눔 로또의 전산시스템에 치명적 결함이 발생하는가하면 계열사인 로젠택배가 무성의한 상식이하의 업무처리로 소비자의 원성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유 회장은 2004년 고려시멘트를 시작으로 2007년 로젠택배, 한국GW물류, 한국통운, 서울증권, 하이마트를 잇달아 삼켜 일약 M&A ‘스타’로 떠올랐다. 1969년 군납 건빵 식품회사로 출발한 유진이 물류, 유통, 금융, 건설소재 등 그룹의 면모를 갖추게 된 셈이다. 유진이 재계 30위권으로 급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유 회장의 거침없는 공격경영이 한몫했다.

지난해 유경선 회장은 물류기업 인수에 멈추지 않고, ‘제조업체의 꿈은 금융회사를 갖는 것’이라며 1761억 원을 들여 서울증권을 사들였다. 또 매출 2조3000억원대의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하이마트마저 인수하며 대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유진은 지난해 1조2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해 전년대비 58%의 성장세를 기록했으며 올해는 4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나눔 로또 전산시스템 결함

유진그룹은 짧은 기간에 여러 기업들을 한꺼번에 인수한 만큼 관리통합작업이 원활하지 않은 듯하다. 유진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될 수 있는 한 피한다는 인수합병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소모적인 싸움도 사전에 봉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유 회장은 경영구조나 경영방식은 하루 이틀에 세워지는 게 아니라고 보고 최대한 기존의 경영 틀을 바꾸지 않는 상태에서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최근 유경선 회장은 주가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유진기업에 대한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나선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기존의 경영 틀을 바꾸지 않은 것이 문제였을까. 우여곡절 끝에 2기 로또 사업자로 선정된 나눔로또가 출범 초부터 시스템 불안으로 판매점주들의 원성을 사고, 전체 판매 집계액이 맞지 않았는데도 추첨을 강행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복권점주들이 자주 이용하는 스포츠토토 판매점 커뮤니티 게시판에는(sportstoto.co.kr) 나눔로또의 전산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로또 판매점주들이 제기한 전산상의 문제는 로또 실제판매금액과 전산시스템 상에 찍히는 판매금액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판매하지도 않은 복권금액들이 전산 상에 팔린 것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이 같은 로또 판매점들의 문제제기에 대해 나눔로또 홍보실 차승현 차장은 “일시적인 전산장애로 인해 로또 점주들의 판매금액의 서버 입력이 지연된 적이 있지만 핵심적인 문제는 없다”며 “로또시스템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1월부터 3월까지 게시판에는 로또 판매점들의 불만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나눔로또의 전산장애가 이미 어느 정도 예상되었다는 데 있다. 나눔로또가 2기 로또 사업자로 선정된 이후 복권업계에서는 1기 사업자인 KLS가 로또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8개월 이상 시간이 소요된 점을 들어 나눔로또가 영업개시일인 12월 2일까지 4개월 만에 시스템을 완비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사업자인 KLS관계자는 “8개월 동안 서비스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유진이 4개월 만에 준비하는 것은 무리가 따랐을 것”이란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나눔로또는 4개월 만에 단말기를 포함해 시스템을 완비하고 12월 2일 서비스를 개시했다.

나눔로또 내부 제보자는 “12월 2일까지 서비스를 개시한다는데 대한 전산관련 직원들의 우려도 있었고, 네트워크망이나 단말기 관련해서도 문제가 일어나 소지가 다분했다”며 “컨소시엄 참여업체들이 밤을 새우는 등 문제가 많았다”며 예견된 일이었음을 시사했다.

여대생 김미숙(가명·23살)양이 지난해 짐을 로젠택배를 이용해 대전에 있는 집으로 부쳤다. 그런데 그녀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대전으로 가야할 짐 3개 중, 1개가 배송기사의 실수로 대구에 가있다는 것이었다. 화물이 도착할 주소도 분명히 썼고, 받은 영수증에도 대전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확인했다. 김양은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먼저 전화로 정중하게 사과했기에 그냥 넘어갔다.

그리고 3월 17일 김양의 동생이 수학여행 갈 때 여행용 가방이 필요하다는 전화를 받고, 월요일 로젠택배로 가방을 부쳤다. 회사로 전화를 걸어 화요일까지 물건이 대전 집에 도착할 수 있냐고 물었다. 로젠택배 측에서는 가능하다고 했다. 그래서 대전으로 물건을 부쳤다. 물건이 도착하지 않았다는 어머님의 전화를 받고 운송장 조회했다. 지난해 악몽이 가시지도 않았는데 택배가 또 대구로 가있는 것.

너무 황당한 김양은 급히 서대구지점으로 전화를 걸었다. 상담원은 우리지점 실수가 아니니 수지 쪽에 연락해서 고객님께 연락드리라고 하겠다고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전화가 없어 김양이 직접 수지 쪽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로젠택배 상담원은 “자기가 지금 전화를 받았다.

알아보고 다시 전화 주겠다”고 퉁명스런 말투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한 20여분 후 전화가 왔다. 황당한 것은 오후 8시 대전 터미널로 물건을 직접 찾으러 가라는 것. 김양은 어이가 없었다. 상담원은 김양보다 더 큰 목소리로 터미널로 가서 찾아갈 수 있냐는 얘기만 반복했다는 것이다.


소비자 무시하는 로젠택배

화가난 김양은 “택배를 이용할 때 물건이 대전이 아닌 대구로 갈 수 도 있을 거야. 그러니까 혹시 대구로 가면 터미널 가서 찾자는 사람이 있겠냐”고 따졌다. 로젠택배의 대답은 일관됐다. “방법이 없습니다” 김양의 불만은 대구로 보내놓고도, 먼저 연락한 것도 아니고, 본인이 직접 운송장을 확인해 알게 된 후 전화 걸었는데 변명만 한데다가 사후 조치도 오히려 역성을 내며 “어떻게 해야 죄송하다고 느끼시겠느냐”고 말했단다.

김양은 “너무 형편없는 조치에 치가 떨린다”며 “이런 회사가 영업을 계속한다는 것도 황당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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