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츠 감독’의 용병술...‘코라 감독’에 놀아났다
‘로버츠 감독’의 용병술...‘코라 감독’에 놀아났다
  • 신희철 기자
  • 입력 2018-10-29 16:36
  • 승인 2018.10.29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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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츠 감독, 구시대적인 ‘좌우놀이’ 맹신
야구감독도 스마트해져야 하는 시대
LA다저스 로버츠 감독 [MLB.COM]
LA다저스 로버츠 감독 [MLB.COM]

[일요서울 신희철 기자]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다. LA다저스 로버츠 감독은 다양한 구슬을 가지고도 결국 꿰지를 못했다. ‘좌우놀이라는 구시대적인 공식이 패착이 됐다.

 

당초 다저스는 보스턴과의 월드시리즈 전망에서 전반적으로 밀린다는 평을 받았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보스턴의 우위를 점쳤다. 더군다나 보스턴은 2018시즌 10854패로 30개 팀 중 전체 승률 1위의 팀이다. 투타에서 보스턴이 모두 앞선다는 평가가 많았다. 선발 투수 쪽만 다저스가 보스턴보다 근소한 우위라는 평을 받은 정도다.

 

따라서 보스턴이 41패로 우승한 결과만 놓고 보면 별다른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경기 내용을 들여다보면 단순히 결과적으로만 패배한 것이 아니다. 로버츠 감독은 코라 감독과의 지략 대결에서도 일방적으로 패배했다. 그만큼 로버츠 감독의 용병술과 경기운영은 충분히 두고두고 회자될 만큼 의문투성이였다.

 

월드시리즈 1, 2차전 4차전에서 다저스는 불펜의 방화로 경기를 내줬다. 특히 4차전의 경우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로버츠의 경기운영을 비판할 정도였다. 4-0의 상황에서 4-4가 되는 것을 보고 트럼프는 자신의 SNS를 이용하여 로버츠 감독이 큰 실수를 했다며 비판했다.

 

물론 감독의 선수기용과 경기운영에 대한 비판은 대부분 결과론이다. 또한 결과만 놓고 말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이다. 하지만 로버츠 감독의 경우는 결과론적 측면이라고만 하기에는 이해하기 힘든 경기운영으로 일관했다. ‘좌우놀이라는 고정관념의 유령이 로버츠 감독을 배회하는 듯 했다.

 

로버츠 감독의 이번 월드시리즈 운영은 데이터에 기반 하거나 선수의 당일 컨디션에 따른 기용이 아니었다. 로버츠 감독의 투수, 타자 운영의 기본 대전제는 좌우놀이였다. ‘우타=좌완, 좌타=우완의 공식이 시리즈 내내 악령처럼 따라붙었다. 보스턴 코라 감독은 로버츠 감독의 이러한 공식을 이미 꿰고 있는 듯 유연하게 대처했다.

 

241차전에서는 4-5의 팽팽한 상황에서, 잘 던지던 바에즈를 내리고 좌완 우드를 선택한 것이 악수였다. 당시 바에즈의 투구수는 10개였고 구위, 구속 모두 최고였다. 단순히 좌타자 디버스라는 이유로 우드를 선택한 듯했다. 그러자 보스턴 코리 감독은 즉시 우타자 누네즈를 대타 기용했고 쓰리런으로 경기에 쐐기를 박았다.

 

252차전에서도 로버츠의 투수교체는 최악의 결과로 작용했다. 5회 볼넷을 허용하고 만루의 위기를 만든 류현진을 강판한 것은 이해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교체 투수가 왜 하필 계속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매드슨이었을까. 그 상황에선 한 타자를 완벽히 막을 수 있는 강력한 구위의 투수를 올리는 것이 상식이지 않을까. 로버츠 감독은 1차전과 마찬가지로 우타자 피어스를 상대로 우완 매드슨을 올렸다. 그리고 로버츠 감독의 판단은 최악의 결과로 나타났다. 승계주자 3명을 모두 홈으로 불러들였다.

 

1, 2차전 실패에도 불구 로버츠는 매드슨을 4차전에 또 기용했다. 결과는 보스턴 모어랜드의 3점 홈런이었다. 이 한 방을 계기로 4점을 뒤지던 보스턴은 9-6 역전승을 거둬 시리즈를 31패로 만들었다.

 

로버츠 감독은 위기 때마다 실점하는 매드슨을 믿고 올렸다. 맞아나가도 다음날이 되면 여지없이 등판시켰다. 로버츠가 신임한 매드슨은 월드시리즈 1, 2, 3, 4차전에 모두 등판 승계 주자 7명을 모두 불러들이는 기록을 세웠다. 반면에 최고 구위를 보여주는 바에즈는 아끼고 아끼다 거의 쓰지도 못했다.

 

마무리 투수 잰슨을 8회 조기에 투입한 작전도 번번히 실패했다. 잰슨은 3, 4차전 연속으로 8회 피홈런을 허용했다. 모두 1점차 리드상황에서 허용한 솔로 홈런이었다. 2경기 연속 젠슨은 블론 세이브를 기록해 자존심을 구겼다.

 

이에 반해 보스턴 코라 감독은 상대적으로 유연한 대처를 보여줬다. 3차전 18이닝까지 가는 연장 혈투 속에서도 이날 승리를 위해 불펜의 핵심인 이발디를 6이닝이나 던지게 했다. 결과적으로 패배했지만 보스턴은 이발디를 제외한 다른 불펜을 아낄 수 있었다. 이발디 한 명을 희생해서 경기에 승부수를 던지는 동시에 다른 불펜을 쉬게 한 것이다.

 

자칫 분위기가 다저스로 완전히 넘어갈 뻔한 4차전에서도 코라의 결단력은 빛을 발했다. 4차전 4-4 동점인 상황에서 주전 포수 레온 타석에 디버스를 과감히 대타로 기용, 이날 결승 2루타를 만들어냈다.

 

승부의 세계에서 승리와 패배는 병가상사다. 하지만 현재 로버츠 감독을 향한 비난의 여론은 단순히 패배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비판의 이유는 근거 없는 좌우놀이 맹신학습효과 없음이다.

 

바야흐로 현대 야구감독도 공부해야 살아남는 시대가 된 듯하다. 현대 야구감독은 뛰어난 리더십만으로 명장이 될 수 없음을 알게 해준 시리즈였다. 모든 스포츠 데이터들이 누적되고 컴퓨터와 스마트 기기를 이용한 빅 데이터 분석이 가능해진 시대다. 이로 인해 감독들도 공부하고 연구하고 데이터 분석을 통해 스마트해져야 살아남는 추세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신희철 기자 hichery81@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