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당시 '재판거래' 의혹에 연루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이 오늘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이 내려진다.
 
이번 선고 결과에 따라 검찰의 '사법농단' 의혹 수사 진척과 한·일 외교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여겨져 귀추가 주목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30일 오후 2시에 여운택 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철주금(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재상고심을 선고할 방침이다.

지난 2013년 8월 대법원에 사건이 재접수된 이후 5년 2개월만에 선고가 내려진다. 지난 2005년 2월 처음 소송이 제기된 지 13년 8개월만이다. 이날 선고로 인해 지지부진했던 이 재판에 대한 판가름이 정해질지도 주목 대상이다.

이날 선고에는 소송 당사자 중에 유일한 생존자인 이춘식(98) 씨가 직접 참석할 예정이다. 13년의 세월이 흐르며 소송 당사자 4명 중 3명이 이미 사망했고, 그 가족들이 소송을 이어받아 왔다. 

이들은 지난 1941~1943년에 신일본제철의 전신인 일본제철에 강제징용 돼 무임 상태로 고된 노동에 시달렸다. 이후 소련군의 공습으로 공장이 파괴되고 1945년 일제로부터 해방이 돼 비로소 고향을 찾을 수 있었다.

여 씨 등 2명은 지난 1997년 일본 오사카지방재판소에 손해배상금과 미지급된 임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지만 원고 패소로 판결났다. 그 뒤 지난 2005년 국내 법원에도 같은 취지의 이 소송을 제출한 바 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신일본제철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진다. 특히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패소한 일본 법원의 확정판결 효력이 국내에서도 동일하게 행사하는지 여부와,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와 함께 맺은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 여부 등이 중요 사안이다.

이날 대법원 전합이 지난 2012년에 대법관 4명(김능환·이인복·안대희·박병대)으로 이뤄진 소부 판단을 그대로 인정할 지 아니면 그 판단을 뒤집을 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대법원 1부는 원고 패소 판결한 1·2심과 달리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하고, 신일본제철이 강제노동에 대한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사건을 돌려보낸 바 있다.

재판부는 일본의 확정판결이 일본의 한반도 지배와 강제동원 자체가 불법이라고 보는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 가치와 정면충돌해 국내에서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여겼다. 또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개인 청구권까지 소멸됐다고 볼 수 없고, 신일본제철과 일본제철의 법적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라 파기환송 후 항소심은 대법원 취지대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각 1억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한편 강제징용 소송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검찰 수사에 착수되면서 의도적으로 지연됐다는 '재판거래' 의혹에 휩싸여 왔다. 검찰은 조사결과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가 한일 관계 등을 이유로 강제징용 소송을 지연하거나 결론을 뒤집는 안을 제시하는 등 법원행정처와 재판 진행상황 및 처리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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