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현 단장 발언, 논리적 비약
임창용 2017년 FA포기, 현재 주장과 일관된 행동
김기태 감독, 시위 현장까지 방문했음에도 해명하지 않아

[이미지 캡쳐=MBC]
[이미지 캡쳐=MBC]

[일요서울 신희철 기자] 임창용 선수의 방출을 놓고 연일 야구계가 시끄럽다. 플레이오프가 한창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임창용 방출 사태에 대한 진실 요구와 김기태 감독 '퇴진운동'이 핫이슈다.

 

지난 24일 임창용 방출이 세상에 알려지자 수많은 KIA팬들과 야구팬들이 김기태 감독과 KIA구단의 처신에 토사구팽이라며 분노했다. 각종 커뮤니티와 SNS는 김기태 감독 퇴진운동과 임창용 방출 무효 주장으로 가득 찼다. 급기야 김기태 감독 퇴진 운동본부가 결성됐고 단 하루만인 25일 회원 수는 3,300명을 돌파했다. 30일 현재 운동본부 인원은 약 12,000명이다.

 

임창용 방출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한 사람은 조계현 KIA 타이거즈 단장, 당사자인 임창용, 김기태 감독 총 세 명이다. 그런데 이 세 사람이 언급하는 내용이 서로 달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임창용 선수와 김기태 감독은 극명히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어 진실게임의 양상마저 띠고 있다.

 

조계현 단장, 임창용 선수, 김기태 감독의 발언

 

가장 먼저 이 사태에 대해 언급한 이는 조계현 단장이다. 24일 오후, 조 단장은 A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임창용과 재계약을 하지 않는 문제는 현장과 상의를 해서 결정했다. 지난 3년 동안 잘 해주었지만 이제는 젊은 후배들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결정했다"라고 방출의 배경을 밝혔다. 아울러 조 단장은 B매체와의 인터뷰에서는 "임창용 선수와 만난 자리에서 올해 FA신청할 것이냐고 타진했다. 임창용은 선수로 더 뛰고 싶다고 했다. 그런 상황에서 (코치직이나 은퇴식 제의는)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본 사건에 관해서 심경을 전한 임창용 본인의 이야기는 다르다. 그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조금 불만이 있었던 것을 제가 표출한 것을 (감독님께서) 안 좋게 보셨던 것 같다", "섭섭했다. 어떻게든 저는 KIA에서 마무리하고 싶었는데..."라고 말했다. 이는 분명히 조 단장의 주장에는 나오지 않은 이야기다. 그는 25C매체와의 통화에서 그는 "구단에서 나에게 선택권이라도 줬으면 어땠을까 싶다. 나에게 의사라도 물어봤다면 나 스스로 고민을 하고 어떤 식으로든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라며 덧붙이며 조 단장의 발언과 간극을 벌렸다.

 

이후 28일 김기태 감독 퇴진 촉구 시위에서 김 감독이 밝힌 대답은 극명히 갈린다. 김 감독은 시위 중인 팬들과의 대화에서 납득할 수 있는 대답을 들려 달라는 팬들의 요구에 "(선수) 본인이 원했다. 선수가 자유계약선수로 풀어달라고 했다"라는 대답을 남겼다.

 

세 사람의 발언 정리

 

세 사람의 각자 다른 발언을 다시 정리해 보았다.

 

먼저 조계현 단장의 말이다.

임창용 선수와 만난 자리에서 올해 FA신청할 것이냐고 타진했다

임창용은 선수로 더 뛰고 싶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코치직이나 은퇴식 제의는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임창용에게 재계약 불가 통보를 했다

 

다음은 임창용 선수의 말이다.

어떻게든 KIA에서 마무리하고 싶었다

방출 소식을 듣고 섭섭했다

불만이 있었던 것을 표출한 것을 김 감독이 안 좋게 본 것 같다

구단에서 나에게 선택권이라도 줬으면 어땠을까 싶다

나에게 의사라도 물어봤다면 나 스스로 고민을 하고 어떤 식으로든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김기태 감독의 발언이다.

임창용 본인이 원했다

임창용 선수가 자유계약선수로 풀어달라고 했다

 

세 사람의 발언이 한층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 문장 논리 측면에서만 각자의 발언을 되새겨 보았다.

 

조계현 단장의 발언, 논리적 비약이 있다

 

먼저 조계현 단장의 발언은 논리가 매끄럽지 못하다. 그는 임창용 선수를 만난 자리에서 FA(자유계약선수)여부를 타진했다. 이에 임창용 선수가 계속 선수생활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코치직이나 은퇴식 제의는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 부분이 이상하다.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무언가 생략돼 있다.

 

FA여부를 타진했는데 선수생활을 지속하고 싶다는 답변은 동문서답이다. 이에 대한 답변은 분명히 ‘FA 신청하겠다혹은 ‘FA 신청하지 않겠다여야 한다. 임창용은 분명히 무언가 대답했을 것이다. 만약 FA 신청하겠다는 답을 했다면 임창용은 다른 구단과 KIA 모두를 염두에 두고 연봉, 계약조건 등을 따져서 팀을 고르겠다는 것이다. FA 신청하지 않겠다는 답을 했을 경우는 자유계약을 포기하고 KIA와 계약하겠다는 뜻이다. 즉 어떤 경우에도 임창용이 선수로 더 뛰겠다는 의사는 변함없다. 그런데 조 단장은 FA신청 여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임창용이 선수로 더 뛰고 싶다는 당연한 말만 했다. 그리고 바로 이 상황에서 코치직 제의나 은퇴식 제안은 예의에 맞지 않는 것 같아 방출을 결정했다고 한다.

 

선수로 더 뛰고 싶어 하기에 코치직 제의나 은퇴식 제안은 예의에 맞지 않는 것 같다면, 그냥 재계약을 하면 되는 것이다. 더 뛰고 싶다고 했기 때문에 코치나 은퇴는 제안할 수 없어 방출을 결정했다는 것은 KIA구단은 임창용과 계약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조 단장의 발언에 비약이 없으려면 다음과 같은 흐름이 돼야 할 것 같다임창용은 선수로 더 뛰고 싶다고 했다 (KIA는 임창용과 재계약 의사가 없었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코치직이나 은퇴식 제의는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재계약 불가(방출)를 통보했다

 

임창용 선수, 2017114일에도 FA신청을 포기했다

 

이번엔 임창용 선수의 발언이다. 임창용 선수의 발언은 그동안의 인터뷰 내용, 그의 행동과 비교했을 때 매끄럽다. 일관적이다. 사실 임창용 선수는 2016KIA로 복귀할 때도 고향 팀에 복귀한 것을 영광으로 여기고 고향 팀에서의 은퇴를 바랐다.

 

결정적으로 임창용의 발언에 무게가 실리는 것은 작년 FA시장 때다. 2017114FA자격 선수로 KIA에서는 임창용과 김주찬이 공시됐다. 당시 두 선수는 2일 후인 116일까지 KBOFA권리행사 승인 신청을 해야 했다. 예상대로 김주찬 선수는 FA권리행사를 했고, 2018116KIA3(2+1)에 계약금 15, 연봉 4억 원에 계약했다.

 

하지만 임창용 선수는 FA권리행사를 하지 않았다. 따라서 임창용은 타 팀과 협상 여지가 없어졌고 자연스럽게 KIA와 재계약을 하게 됐다. 불과 1년도 안 된 이 결정만 봐도 임창용이 타 팀 이적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음은 명확하다. 그렇다면 올해 FA여부를 조 단장이 타진했을 때 임창용의 대답은 무엇이었을까. 만에 하나 그가 FA신청을 했다고 가정하자. 통상적으로 FA신청을 구단에서 원하지 않는다면 구단에서 선수에게 재계약을 요청한다. FA신청을 하지 않았다면 바로 재계약이다. 즉 임창용의 FA신청 여부와 무관하게 구단은 임창용에게 재계약을 묻는 것이 당연했다. 선수가 더 뛰고 싶어 한다고 곧바로 방출을 결정했다는 것은 애초에 구단이 재계약을 원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시위현장까지 방문한 김기태 감독, 속 시원히 해명하지 않았다

 

끝으로 김기태 감독의 발언이다. 너무 간단하다. 선수가 원해서 풀어줬다고 한다. 내막을 일체 언급하지 않아서 수많은 사람들이 짐작만 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임창용의 인터뷰와 행동, 이번 사태에서 조계현 단장 발언의 논리적 비약과 모순 등을 보았을 때 김기태 감독에겐 재계약 의사가 없었다고 보는 것이 유력하다.

 

자신의 퇴진운동이 열리고 있는 현장까지 직접 방문한 사람이 어떻게 해명할 수 있는 기회를 그냥 넘어갔을까. 자세한 내막과 김 감독의 억울한 부분이 있었다면 그가 속 시원히 얘기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구단 차원에서 나서야 할 때

 

진실은 당사자들만이 정확히 알 수 있는 영역이다. 그 외에는 아직 공식적인 발표가 없기 때문에 모두 추측의 영역이다. 하지만 정황과 당사자들의 발언, 전후 사정의 맥락 등을 잘 살펴보면 분명한 것은 있다. 바로 충분히 생각해봄직한 '합리적인 추측과 가설'이다.

 

김기태 감독, 임창용 선수, 조계현 단장의 진실게임에서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수많은 팬들이 진실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구단 차원에서 나서서 이 사태를 해명하고 수습해야할 것이다.

 

온갖 소문과 추측이 난무할수록 KIA구단은 실()만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실()은 팬들의 신뢰를 잃는 것이라는 것을 구단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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