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자’ 될까 두려운 교사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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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보육시설 내 아동학대가 끊이지 않는 모양새다. 최근 송파구에 살고 있는 주부 A(36)씨는 집에 돌아온 아이의 팔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성인으로 보이는 손톱자국 모양의 패인 상처가 있었기 때문. A씨는 경찰에 신고했으며 결국 담임교사의 소행인 것으로 드러났다. 담임교사는 식사 습관을 훈육한다며 수개월에 걸쳐 아이를 학대한 것이다. 보육시설에서 일어나는 아동학대는 아이들이 스스로 아동학대를 판단하거나 알리기 힘들어 뒤늦게 부모가 발견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아동학대 예방이나 조기 적발을 위해서는 교사교직원을 포함한 현장 인력인 신고의무자들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내부고발자를 자처하기 힘든 현실이라 신고가 저조한 상황이다.

부모가 뒤늦게 학대 정황 발견하는 경우 많아

신고의무자 신고 안하면 500만 원 이하 벌금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신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정신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 또는 방임하는 것을 이야기 한다. 아동을 보호 감독하는 이가 학대를 범했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된다.

현재 보육시설 내 아동학대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지난달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유치원어린이집 교직원 아동학대 및 폭행현황자료에 따르면 유치원 아동학대의 경우 지난 201499건에서 지난해(잠정치) 276건으로, 어린이집은 지난 2013232건에서 지난해(잠정치) 815건으로 늘어났다.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보호, 양육, 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나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도 금지돼 있다.

보육시설은 통상 6세 미만의 영유아반을 운영하는 시설이다 보니 아이들 스스로 아동 학대를 판단하거나 알리기가 어려워 부모가 학대 정황을 뒤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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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교직원의 신고

4.8% 그쳐

지난 9월 서울 금천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일어난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 우연히 어린이집을 들린 학부모가 정황을 목격하면서 밝혀졌다. 신고 이후 경찰이 해당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60일분을 확인한 결과 원생들에 대한 학대 의심 사례는 80여건이나 발견됐다. 하루 1건이 넘는 셈이다.

이 때문에 보육시설 내 아동학대 예방이나 조기 적발을 위해서는 교사교직원을 포함한 현장 인력인 신고의무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들의 신고가 활발하면 아동학대를 보다 빨리 발견할 수 있으며 감시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신고의무자들의 저조한 신고 현황이다.

지난 2016년 접수된 전체 아동학대 신고 건수(25878) 중 비신고의무자(아이 본인, 부모, 친인척 등)17590건으로 68%를 차지했으며 정작 신고의무자는 8288건으로 32%에 불과했다. 이중 유치원 교직원 및 보육교직원의 신고 건수는 총 400건으로 전체의 4.8%에 그친 상황.

이는 훈육이나 학대에 대한 불문명한 인식과 비뚤어진 공동체 의식이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정서적 학대

교육 강화 필요

어린이집 교사로 근무했던 B(27)씨는 대부분의 보육시설들이 원생에 비해 교사가 적은 편이라 교사 한 명이 다섯 명 이상의 아이들을 돌보기엔 힘든 부분이 있다. 아이들마다 성격도 모두 다르고 돌보다 보면 화가 날 때가 있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그러나 교사가 이것을 겉으로 표출하거나 조절하지 못하면 안 된다면서 다만 이러한 상황을 직접 목격해도 나한테 불이익이 될까봐 못 본 척 하거나 신고를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어린이집 교사로 근무 중인 C(32)씨는 동료 교사나 상급자의 아동학대를 신고하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 아동학대 기준이 명확하다고 하지만 저것도 아동학대인가싶은 것들이 많다면서 누가 봐도 아동학대라면 회의를 거쳐 신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치원 교사 D(23)씨는 신고하면 쉽게 말해 잘릴수도 있고 인근 지역 내 원장들끼리 만든 내부고발자에 내 이름이 올라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면서 정말 큰 사건이 아니라면 나만 말 안하면 된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박명숙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학대와 체벌은 전통적으로 명확하게 구분이 안 돼 있다. 또 많은 기성세대가 본인 성장 경험에 비춰 판단하기 때문에 아동학대를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못 한다법이 있어도 언론에 큰 사건들만 보도되다 보니 세밀한 부분이 학대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생활에서 일어나는 방임과 같은 정서적 학대에 대한 교육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배근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회장은 신고의무자가 신고하지 않으면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무는 등 국내 아동학대 관련 법안이 결코 가볍지 않은 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고 비율이 낮다면서 같은 선생으로서 동료가 학대를 저지른다고 해도 신고하기 어려워하는 온정적 유교 문화가 남아있다. 신고 의무에 대한 주기적인 교육과 위반 시 처벌에 대한 교육도 강조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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