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발 몸집불리기유동성 위기 직면


M&A의 귀재로 주목받는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유진이 재계 30위권으로 급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그의 거침없는 공격경영이 한몫했다. 그러나 최근 유동성 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유 회장은 지난 2004년 고려시멘트를 시작으로 2007년 로젠택배, 한국GW물류, 한국통운, 서울증권, 하이마트를 잇달아 인수합병(M&A)해 일약 M&A시장의 ‘스타’로 떠올랐다. 1969년 군납 건빵 식품회사로 출발한 유진이 M&A를 통해 물류, 유통, 금융, 건설소재 등으로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며 그룹 면모를 갖추게 된 셈이다.

지난해 유경선 회장은 물류기업 인수에 멈추지 않고, ‘제조업체의 꿈은 금융회사를 갖는 것’이라며 1761억 원을 들여 서울증권을 사들였다.

또 지난 1월 하이마트 인수를 위해 유진하이마트홀딩스(SPC)를 설립했다. 유진기업, 고려시멘트, 기초소재 등이 출자한 SPC는 하이마트를 1조9500억원에 사들였다.


재계 30위 도약 빛과 그림자

이로써 유진은 단숨에 매출 기준 재계 30위권에 들어섰다. 지난해 12월 10일 하이마트 지분 인수를 발표했을 당시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 ‘유동성 위기’란 말이 나왔다. 유진그룹이 하이마트 인수를 위해 쏟아 부은 자체 자금은 6000억원. SPC는 300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나머지 1조1000억원은 SPC가 금융권으로부터 차입했다.

이 과정에서 유진기업은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SPC 지분과 SPC가 보유하고 있는 하이마트 지분 외에도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SPC 채무를 보증했다. SPC가 차입금을 갚지 못할 경우 관련 주식들이 고스란히 채권자에게 넘어가는 구조다.

특히 지난해 말 990억원에 불과하던 유진기업의 단기차입금은 4820억원으로 5배가량 급증했다.

시장에서 계속 유동성 문제를 지적하는 얘기가 나오자 유진그룹은 유진기업을 중심으로 시멘트자회사인 고려시멘트, 기초소재 등 3사 합병을 진행하는 자구책을 내놓았다.오는 8월 1일부로 합병을 완료하고 이 과정에서 금년 내 유휴 공장부지 등 3000억원 규모의 자산매각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유진그룹 측은 이 돈으로 유진기업 채무를 갚아 재무건전성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악재는 또 있다. 유진그룹은 짧은 기간에 여러 기업들을 한꺼번에 인수한 만큼 계열사들의 행보도 순탄치 않다.

유진그룹 계열 자산운용사인 유진자산운용이 지난달 공무원연금관리공단으로부터 84억원 규모의 펀드 투자금 반환 소송에 휘말렸다. 피소된 금액은 총 161억원으로 유진자산운용의 자본금(300억원)의 53.7%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우여곡절 끝에 선정된 나눔로또 사업마저 수익이 감소했다.

2002년 말 도입된 로또복권의 연간 판매액은 2003년 3조8000억 원에서 지난해 2조2600억 원으로 약 40% 감소했다. 올해 1∼4월 회당 판매액 역시 417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8% 줄었다.


로또사업도 내리막길

이에 대해 유진그룹 관계자는 “나눔로또 사업은 공익성을 띄고 있기에 매출과 수수료가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며 “매출이 줄면 수수료율이 일정부분 유동성을 띠어 총매출과 크게 관계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시장에서 유동성 위기설이 있지만 올해 안에 자산을 일부 매각해 재무건전성을 높일 계획이다.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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