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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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양심적 병역거부는 정당한 사유'라고 판결했다. 이중 반대 의견을 낸 일부 대법관들의 소수 의견도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은 "종교적 신념 등 외부로 표출하는 양심의 경우 국방의 의무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선고한 오승헌(34)씨의 병역법 위반 혐의 상고심에서 13명의 대법관 중 김소영·조희대·박상옥·이기택 대법관 등 4명은 소수의견으로 "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법 제88조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들은 병역기피의 정당한 사유로는 질병 또는 재난 등 일반적이며 객관적인 사정에만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른바 '양심'은 주관적인 사유에 그쳐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현행 병역법 88조1항은 현역 입영 또는 소집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거나 소집에 불응하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박상옥 대법관은 "양심적 병역거부처럼 개인적인 신념이나 가치관, 세계관 등 주관적인 사유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수 없다"며 "국가의 안전, 평화, 유지를 기대하는 국가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면 국방의 의무 그 자체를 거부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양심의 자유 중 내면의 자유는 보호되지만 양심을 외부로 실현하는 것은 제한될 수 있다"며 "양심적 병역거부 역시 병역의무자 스스로 선택해 양심을 외부로 실현하는 것이므로 국가 안전보장과 국방의 의무 실현을 위해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양심적 병역거부는 서구사회의 역사와 종교에서 유래한 것으로 우리나라의 전통과는 배경이 다르다"며 "진정한 양심의 존재 여부를 심사하는 것도 불가능해 보이며 형사소송법이 요구하는 기준도 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양심적 병역거부가 인정될 경우 특정 종파에 혜택을 주는 결과가 등장하거나 사회적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대안 입법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처벌 조항을 부정한다면 대체복무를 않는 양심적 병역거부자까지 용인하는 것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등장했다.

이기택 대법관은 보충의견을 내어 "다수의견은 특정 종파의 병역거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헌법이 제안하는 양심의 범위를 근거 없이 제한하고 있다"며 "양심이 진정한지 여부는 형사 재판에서 증명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계속해서 "한국 남성은 19세까지 통제받게 되는데, 그때까지 자신의 양심에 대해 외부로 드러나는 태도가 뭐가 있을지 의문이다"라며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사실상 위헌성을 띠게 된 병역법 해석을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조희대 대법관도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은 임진왜란, 병자호란으로 수많은 백성이 죽임을 당하는 등 외세로 인한 고통을 받았다"며 "우리 헌법은 참혹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국방의 의무를 규정하면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포함해 일체의 예외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조 대법관은 "대체복무 등 시혜적인 조치를 강구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병역법의 정당한 사유로 양심적 병역거부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해 무죄 선고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고 맞지 않는다"며 "다수의견으로 제시된 양심에 대한 심사 기준을 고집하면 특정한 종교에 대한 특혜가 될 수도 있다"고 걱정 섞인 목소리를 냈다.

이날 대법원 전합은 다수의견으로 오 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다수의견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형사처벌 등 제재를 통해 병역의무를 강제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위협이 된다"는 취지다.

판결에 참여한 대법관 13명 중 다수의견을 낸 김명수 대법원장, 조재연·민유숙·박정화·김선수·노정희·이동원 대법관은 문재인 정권에서, 권순일·김재형 대법관은 박근혜 정권에서 임명된 인사다. 반면 소수의견을 낸 김소영 대법관은 이명박 정권, 조희대·박상옥·이기택 대법관은 박근혜 정권 시기에 임명된 인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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