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회의원 1명에게는 모두 9명의 보좌진이 국비로 지원된다. 일도 안 하는 국회의원에게 9명이나 되는 보좌진을 국비로 지원하는 것이 옳으냐는 이야기도 많이 있지만, 거대 행정부를 견제 감시해야 하는 입법부로서는 결코 보좌진이 많다고는 할 수 없다. 물론 그 명제가 성립하는 것은 대한민국 국회의원 300명 모두가 정말 열심히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을 하고 있다는 전제에서다.

국회의원들은 이들 9명의 보좌진을 각자의 필요에 따라 역할을 부여하여 운용하고 있다. 정책담당, 홍보담당, 조직담당 등의 역할이 그것인데, 그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역할이 자신들을 안전하고 빠르게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는 운전수행기사의 역할이다.

촌각을 다투는 국회의원의 일정을 감안하면 국회의원들은 운전수행기사의 역할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운전수행기사를 두지 않는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민주평화당 이용주 의원의 음주운전 적발 사건은 기이할 정도다. 지난 10월 31일, 시월의 마지막 밤이 지나가기 직전 그는 자신의 직장이 있는 여의도에서 술을 마시고 음주상태에서 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되었다.

그가 운전하는 차가 비틀대면서 올림픽도로를 주행하자 이를 본 시민의 제보로 경찰이 적발해 낸 것이다. 먼저 음주운전이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제보한 시민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용주 의원도 내심 이 제보자에 대해서 감사하고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이용주 의원은 왜 그 시간에 음주상태에서 손수 운전을 감행했을까? 국회 홈페이지를 보면 2일 현재 이용주 의원의 보좌진은 8명이 등록되어 있다. 일상적으로 인턴비서에 대해서는 이름을 올리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을 감안하면, 이용주 의원의 보좌진은 정원을 모두 채우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중 한 명은 아마도 운전수행기사 역할을 하는 보좌진일 것이다.

혹시 그 날은 운전수행기사에게 개인적인 사정이 생겼던 것일까? 아니면 이용주 의원은 일과 후에는 운전수행기사에게 일을 시키지 않는 조금은 독특한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일까?

그가 그 시간에 가야 했던 행선지가 누구에게도 알려져서는 안 되는 행선지였기 때문이었을까? 그러나 이러한 상상들은 모두 불필요한 상상들이다. 그는 음주상태에서 손수 운전하다 경찰에 적발되었고, 그에 대한 공인으로서의 책임을 져야 할 입장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이용주 의원은 사건 다음 날인 1일 사과문을 통해, “큰 실망을 안겨 드린 점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죄드린다. 음주운전은 용서할 수 없는 행위이고, 스스로도 용납할 수 없으며, 깊은 반성과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그리 진정성이 있어 보이는 사과문은 아니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반성과 자숙의 시간이 아니라 의원직 사퇴였기 때문이다.

이용주 의원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음주운전 처벌 강화법안’의 공동발의자였다. 그는 몸소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에 답했다. 이제 그것을 실행하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법체계에서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있어, 사회질서 또는 경제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범죄행위에 대하여 가중처벌하고 있다.

뇌물죄, 조세포탈죄, 마약사범 등에게 적용되는 법률이다. 국민정서상 납득이 가지는 않지만, 이용주 의원의 음주운전사건은 이러한 가중처벌의 대상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제안한다. 국회는 ‘특정직역(職域)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국회의원이나 고위공무원, 검찰, 경찰, 재판관 등 다른 사람들에 대해 사법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특수직역의 사람들이 범죄행위를 저질렀을 경우에 가중처벌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하루 속히 만들라! 이용주는 의원직 사퇴하고, 사법당국은 그를 가중 처벌하라!
<이경립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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