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지 1년 6개월이 지났다. 10년여 만에 정권을 교체한 만큼 그동안 백수처럼 지냈던 민주당 출신 인사들이 속속 청와대와 정부부처 및 산하기관, 지방정부에 들어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특히 정권교체에 가장 민감한 여야 당 사무처 직원들과 보좌진들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2007년 12월 대선에서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10년 정권 교체를 이룰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을 보좌했던 전현직 보좌관들은 청와대뿐만 아니라 장관실 정책보좌관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정부 산하기관도 마찬가지고 정부 지분이 있는 일반 기업에도 진출하고 있다.

특히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서 15개 시도 광역단체장 및 기초단체장 산하 주요 요직까지 민주당 출신 전직 보좌관들이 입성하면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민주당 당 사무처 전현직 직원 역시 마찬가지다. 이해찬 실세 대표가 들어서면서 청와대 파견 직원을 1년 단위로 정례화시키면서 인적교류를 높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 일각에서는 10년 동안 백수생활을 하다 정부나 기관 관련 직책이 한시적이고 생계형 인사들이 다수인 만큼 ‘한탕주의’를 우려하는 목소리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반면 여당에서 야당이 된 자유한국당 전현직 당 사무처 직원과 보좌진들의 삶은 혹독한 게 현실이다.

한국당 출신으로 친이계 의원을 모셨던 한 보좌관은 행정사 합동사무실을 여의도 근처에 차리고 일감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보좌진 생활을 10년 넘게 했고 MB정권 시절 청와대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데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공공기관 감사로 있었지만 작금의 현실은 먹고살기가 녹록지 않은 처지다.

10년 이상된 보좌진들에게 부여되는 행정사라는 자격증으로 입법·행정지원컨설팅, 법인컨설팅, 인허가 대리, 분쟁조정, 출입국 업무 등을 다루고 있지만 실제로 여의도에서는 ‘브로커’, ‘로비스트’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국회를 상대로 활동하다 보니 야당 출신으로 네트워크의 한계와 변호사법 위반 등이 존재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다른 친박계 중진 출신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행정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 인사는 이명박 정권 시절에는 친박계 인사라는 점에서 낙인 찍혀 제대로 된 일자리를 잡지 못했고 박근혜 정권 시절에는 비주류로 정치권을 떠나 있다가 다시 행정사합동사무소를 차려 국회로 출근하다시피 하고 있다.

친이계 보좌관과 친박계 보좌진이 각각 행정사 업무를 보고 있지만 친박계 보좌관의 행정사무소는 인력 면에서 친이계 출신 보좌관보다 규모 있게 운영되고 있었다. 정권을 빼앗긴 상황은 같지만 이명박 정권이 끝난 지는 시간이 많이 흘러 차이가 있다.

한국당 전현직 사무처 직원의 운명도 보좌진들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한국당은 이미 당사를 여의도에서 영등포로 축소해 이전했다. 20년 가까이 근무한 10여 명의 당 사무처 직원들은 명예퇴직을 당해 놀고 있거나 자영업자로 바뀌었다.

또한 한국당 출신 당 사무처 직원 중에는 바른정당으로 당적을 옮겼다가 다시 국민의당과 합당되면서 구조조정 대상이 돼 반강제적으로 퇴출당한  경우도 있다. ‘권불십년’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여야 당 사무처 직원과 보좌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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