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21대 총선은 1년 6개월 남았지만 뜨거운 관심 지역이 있다. 바로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지역이다. 역대 대선을 보면 종로 지역에서 배출한 대통령만도 3명이다. 윤보선,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모두 종로를 지역구로 뒀다. 2020년 4월 총선 이후 2년 후에는 대선이 치러진다. 종로 지역을 차지한 인사가 차기 대통령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종로를 둘러싼 여야 대권주자들의 치열한 물밑 대권 전쟁 속으로 들어가 보자.


- 정세균, 前국회의장 ‘전철’밟지 않을 수도… 경선 치열
- 이종걸·오세훈도 가세 ‘종로대전’ 되나

‘대한민국 정치1번지’ 종로를 두고 치열하게 사투를 벌인 적이 있다. 바로 1996년 15대 총선이다. 구도는 통합민주당으로 나선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신한국당으로 나선 이명박 전 대통령, 새정치국민회의 이종찬 전 국정원장이었다.

이종찬 전 원장은 11대와 12대 종로·중구지역에서 국회의원을 지냈고 중구가 떨어져 나간 이후 종로에서 13대에서 16대까지 내리 당선된 대권주자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시 대통령이던 YS 영향력을 받는 막강한 여당 후보였다. 노 전 대통령이 가장 열세였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은 이 전 원장과 야권 단일화에 나섰지만 합의에 실패하면서 3위에 그쳤다.

노 전 대통령이 정치1번지에 막강 후보들과 대등하게 겨룰 수 있었던 것은 YS 3당 합당에 반대하고 90년대 초 야당 볼모지인 부산에 연거푸 출마해 낙선하면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결과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승리였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의 선거비용 누락 의혹이 일었고 결국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 벌금 4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 전 대통령은 의원직 상실형을 받기 전 자진 사퇴했고 1998년 종로 재보선에서 정인봉 한나라당 후보를 꺾고 노 전 대통령이 당선돼 ‘노무현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2016년 치러진 20대 총선에서도 종로는 차기 대권을 노리는 주자들의 치열한 경연장이었다. 새누리당에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공천을 받았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5선의 정세균 전 의장이 맞붙어 최대 흥행지역으로 꼽혔다.

윤보선·노무현·이명박
‘종로’찍어야 대권 보여

변호사 출신인 오 전 시장은 16대 총선 때 국회에 입성해 재선의 서울시장직을 역임한 바 있다. 하지만 무상급식 논란에 스스로 서울시장직을 사퇴했다. 19대 총선에서 종로에 입성한 정 전 의장은 전북에서 내리 4선을 지내 6선 수성에 나섰다.

대기업 임원 출신으로 정계에 입문한 정 전 의장은 야당의 대표적인 중진으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의장과 민주당 대표 등을 역임했다. 또한 노무현 정부에서 산업자원부장관을 지냈다.

선거 초반 판세는 오 전 시장의 우세였고 막판까지 정 전 의장이 ‘힘겨운 싸움’이 예상됐지만 결과는 정 전 시장의 원만한 승리로 끝이 났다. 정 전 의장은 1만7천표를 득표했고 오 전 시장은 1만 3천표에 그쳤다. 정 전 시장이 차기 대권주자로 도약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하지만 정 전 의장이 대권 도전보다는 정치를 마무리하는 전반기 국회의장직에 나서면서 대망론은 잦아들게 됐다. 역대 국회의장을 지낸 인사가 다음 총선에 공천을 받기가 쉽지 않은 데다 후배 정치인들을 위해 원로로서 2선 후퇴하는 게 그동안의 정치적 관례였기 때문이다. 

이에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1번지’인 종로 출마를 저울질하는 인사들은 총선이 1년 넘게 남았지만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여당 내 거론되는 인사 중에서 눈에 띄는 인사가 바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다. 호남 출신의 임 실장은 2000년대 16, 17대 국회의원을 성동을에서 지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신친문’으로서 권력 서열 2인자인데다 86운동권 선두주자로 대권 반열에 올라 있다. 하지만 호남 출신이라는 점, 그리고 운동권 출신으로 확장성의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임 실장의 경우 대권 행보의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 정치1번지이자 노무현·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을 배출한 종로에서 당선은 매력적인 카드로 비춰질 수 있다. 또한 전직 국회의장 출신이지만 잠룡으로 구분되는 정 전 의장 지역구를 물려받건 경선을 통해 승리하건 잃을 것 없는 임 실장이다.

임 실장 외에도 5선의 경기도 안양이 지역구인 이종걸 의원 역시 종로 출마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최근 3.1 운동의 도화선이 된 일본 도쿄 2.8독립선언 100주년을 기리기 위한 기념사업위원회를 발족해 이사장 취임식을 종로에 소재한 YMCA에서 출범식을 가졌다.

주목되는 점은 YMCA 표용은 명예 이사장과 이종찬 전 국정원장,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공동위원장 및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 전 원장과 이 의원은 항일독립운동사에서 큰 역할을 한 ‘우당 6형제’ 가문을 이끈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다. 서로 사촌지간이다. 또한 이 전 원장이 종로에서 내리 6선을 지냈고 한때 대권주자로 꼽히기도 한 인사다. 이 전 원장의 전폭적인 지원과 정 전 의장의 지원까지 얻어낸다면 천군마마를 얻는 격이다.

하지만 변수는 있다. 정세균 전 의장이 종로 지역을 포기하고 2선 후퇴를 할지는 의문이다. 종로에서 오 전 시장을 누른 경력에 호남 출신이지만 온화한 성품에 합리적 성향으로 확장성이 있어 차기 대권도전을 감안하면 쉽게 지역구를 내놓을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여당 인사뿐만 아니라 야권 후보들도 쟁쟁하다. 일단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난 총선에서 정 전 의장에게 패했지만 다시 도전할 수 있다. 오 전 시장은 현재 특정 정당에 몸담지 않고 야인으로 남아 있지만 내년 치러질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유력한 비박계 당권주자로 거론되고 있을 정도로 정치적 무게감이 남다르다.

오세훈 광진구 이사?
황교안 출마설 ‘부상’

하지만 최근 부인 송현옥 교수와 종편 예능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집을 공개하면서 한강을 조망하는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종로 출마를 접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오 전 시장은 지난 총선 직전 종로 출마를 위해 명륜동에 소재한 아남아파트로 이사했는데 현재 거주하는 곳이 광진구 자양동으로 비춰져 다시 이사를 간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오 전 시장이 출마를 포기할 경우 그 후임으로는 황교안 전 총리가 ‘0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황 전 총리는 최근 문재인 정부 경제 실정을 정면 비판하는 등 차기 보수진영 대권주자로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시절 법무부장관과 총리를 지낸 지명직 경력 등 관료 출신으로 선출직 출마 경험이 없다는 점이 단점이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유력한 야권 대권주자와 일합을 겨룰 수 있는 종로 출마를 통해 확실하게 대권 주자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다.

특히 총리 공관이 보수 색채가 강한 삼청동에 소재하고 이취임식을 가진 서울정부청사 역시 종로에 소재해 종로구민과 친숙하다는 점도 출마 배경이 되고 있다. 바야흐로 총선 시계와는 무관하게 차기 대권 주자들의 정치1번지 종로를 둘러싼 대권 방정식은 수면 아래서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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