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전북 국회의원 8명 새만금 태양광사업 반대 성명, ‘호남 홀대론’ 재부상
[심층취재] 전북 국회의원 8명 새만금 태양광사업 반대 성명, ‘호남 홀대론’ 재부상
  • 고정현 기자
  • 입력 2018-11-02 16:12
  • 승인 2018.11.02 18:16
  • 호수 1279
  •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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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여의도 정가가 지역 홀대론으로 들끓고 있다. ‘TK 홀대론에 이어 호남 홀대론까지 곳곳에서 홀대론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 홀대론은 매년 11월이면 여의도를 찾아오는 단골손님이다. 본격적인 예산 시즌을 맞아 각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정국 주도권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지역 홀대론을 부상시켜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는 그저 지나가는 손님정도로 치부하기엔 지역별 볼멘소리의 정도가 심상치 않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지지 기반인 호남마저 요동치고 있다. 지난 8월부터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규제혁신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자연히 진보층과 호남의 불만은 축척되고 있었다. ‘대선 공약 파기라고 할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새만금 태양광 개발 계획이 기름을 끼얹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여당의 지역 기반인 호남의 이탈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 “필요할 때만 찾아...” 절대 지지층도 등 돌린다!
똘똘 뭉친 호남 의원들 졸속, 근시안적 정책... 변경 재고돼야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5주 연속 하락하며 50%대 중반으로 내려왔다. 1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로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문 대통령의 105주 차 지지율 주중 집계 결과 긍정평가가 전주 대비 3.2%포인트 하락한 55.5%로 집계됐다.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2.6%포인트 오른 35.6%, ‘모름/무응답5.7%였다.


광주·전라 9.1%p...
기름 끼얹은 태양광 사업

지역별로는 대구·경북(TK)과 충청권, 50, 노동직에서는 오른 반면, 광주·전라(9.1%p, 81.8%72.7%), 20(9.2%p, 68.5%59.3%)에서 급락했으며 수도권과 부산·울산·경남(PK), 60세 이상과 40, 진보층과 보수층, 중도층에서도 하락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율도 42.0%(0.7%포인트)4주 연속 약세가 이어졌으며, 자유한국당 역시 19.5%(1.3%포인트)로 내리며 한 주 만에 10%선으로 내려갔다. 이번 조사는 유선(20%)무선(80%) 병행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응답률은 7.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위 여론조사에서 주목할 대목은 문 대통령의 주요 지지기반인 진보층과 호남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지층은 지지층대로 이탈하고,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을 뽑지 않았던 비판층은 적극적으로 불신을 나타내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선포는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되고 말았다. 지역 의원들은 호남 홀대론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전북 군산 유수지 수상 태양광 발전소에서 열린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에서 “27년간 긴 어려움을 딛고 새만금에 세계 최대 규모의 태양광 단지와 대규모 해상풍력 단지가 건설된다전북 새만금을 명실공히 대한민국 재생에너지 중심지로 선포하는 날이라고 했다.

이어 새만금 재생에너지 사업은 대한민국 에너지 전환 정책을 가늠하는 시금석이라며 재생에너지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건강 에너지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문 대통령 임기 내인 2022년까지 민간 자본 10조 원과 정부 예산 5690억 원을 투자해 전북 새만금 일대에 원전 4(4GW) 분량의 초대형 재생에너지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이는 새만금을 환황해권 경제 거점으로 발전시키겠다고 했던 당초 정부 방침과 확연히 다르다. 지난해 문 대통령은 새만금에 신항만과 도로 등 핵심 기간시설을 빠르게 확충해 환황해 경제권의 거점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 1년 만에 내놓은 사업이 당초 약속에도 없었던 재생에너지 클러스터 사업인 것이다. 물론 환황해 경제권구상의 일환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지만, 지역민심은 요동치고 있다.

당장 민주평화당과,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일부를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30일 새만금에 초대형 태양광·풍력단지를 조성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반대 입장을 표했다. 평화당은 이날 새만금 개발계획 변경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새만금을 태양광 발전의 메카로 만들려는 정부 계획에 반대한다애초의 개발계획이 훼손되지 않도록 태양광 발전사업을 대폭 축소해 최소한으로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정운천·박주현 의원과 평화당 정동영·조배숙·유성엽·김광수·김종회 의원, 무소속 이용호 의원 등 전북 지역 의원 7명도 이날 오후 공동성명서를 통해 졸속, 근시안적으로 추진하는 정부의 새만금 태양광발전 계획에 반대한다정부의 개발계획 변경은 재고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공개적인 논의나 사회적 합의, 지역주민 의견 청취도 없이 새만금 개발계획이 변경되고 있다새만금 개발계획이 탈원전의 희생양이 되어 무산돼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불 끄기나섰지만...
·FTA 악몽 재현 위기

상황의 심각성을 감지한 민주당이 정부의 새만금 태양광 사업에 대한 반발이 호남 홀대론으로 번지는 것을 막으려 동분서주하고는 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기엔 역부족인 모습이다.

추미애 혁신성장추진위원회 위원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기존 새만금 사업에 더해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의 일자리와 수익이 지역주민에게 돌아간다면 전북을 거점으로 하는 신규 지역 거점 경제가 형성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전북의 재생에너지 산업 선점 계획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호남 홀대론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전통적인 민주 계열지지 지역기반인 호남을 필요할 때만 찾아와서 지지를 호소하고는 막상 집권하면 SOC 관련 예산이나 인사 측면에서 홀대한다는 것이다라며 이번 새만금 태양광 사업 발표로 축적돼 온 호남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지역 정치권은 문 정부에 대한 호남의 이탈은 지난 8월께부터 예고됐다고 말한다. 당시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에 한계를 체감하고 규제완화·삼성에 대한 유화적인 태도·은산분리 완화 등 혁신성장으로의 기조 변화를 보였다. 이에 진보층과 호남은 대선 공약 파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당시부터 쌓였던 앙금이 이번 새만금 사업 발표로 결국 폭발한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진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지지층이 이탈했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고정현 기자 jh0704@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