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종의 미신과 다를 바 없는 징크스는 사실 스포츠 경기에서 많이 언급되고 있지만 재계에도 징크스로 곤란을 겪는 기업이나 총수가 적지 않다.

SK그룹은 차기 전경련 회장 후보의 하마평이 나올 때마다 혹시 최태원 회장이 거론되지 않나 촉각을 곤두세운다. 역대 SK그룹 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맡으면 어김없이 검찰의 조사를 받는 ‘검찰소환 징크스’가 있기 때문이다.

2003년 3월 5일 SK그룹이 발칵 뒤집혔다. 손길승 SK그룹 회장 겸 전경련 회장이 검찰에 전격 소환되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것이다. 특히 손 회장은 전경련 회장으로 취임한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는 시점에 검찰 소환을 받고 결국 구속됐다.

SK그룹 회장이면서 현직 전경련 회장이 검찰에 소환된 일은 그때가 처음이 아니다. 손 회장 전에도 1995년 전경련 회장이던 고 최종현 당시 선경 회장이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소환조사를 받은 바 있다. SK그룹이 차기 전경련 회장의 후보로 최태원 회장이 거론될 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리는 것도 이런 과거에서 비롯됐다. 삼성그룹에는 징크스가 꽤 많다. 이런저런 징크스에 시달리며 ‘징크스의 천국’이라고 불린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은 좀 특이한 징크스를 갖고 있다. 구단주로 있는 삼성라이온즈 야구단 경기를 직접 보러 야구장에 갈 때마다 족족 지는 징크스가 있다.

2003년까지만 해도 이건희 전 회장은 바쁜 스케줄에도 중요 경기가 있을 경우 가끔 야구장에 모습을 비췄다. 하지만 야구장을 그리 자주 방문하는 것도 아닌데 구장에 직접 갈 때마다 번번이 졌다. 이후 삼성라이온즈의 빅게임은 이 회장의 장남인 삼성전자 이재용 상무 차지가 됐다.

쌍용건설·한신공영·벽산 등 건설업계의 상당수 기업들은 ‘사옥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다. 건설업계엔 외형과 달리 번듯한 사옥 하나 갖지 않은 건설회사가 적지 않다. 외형만 보면 충분히 사옥을 살 만한 수준이지만 본사 건물을 짓고 난 다음에 업계 내에서 그 위치를 계속 유지하는 기업이 거의 없다는 징
크스가 있기 때문이다.

쌍용건설·한신공영 등이 IMF 외환위기 때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옥을 모두 판 후 사옥을 마련하지 않는 것이나 벽산이 서울 여의도 사옥의 명의를 법인명으로 하지 않는 편법을 쓰는 것도 ‘사옥 징크스’ 때문이다. 롯데건설, 대림산업, 월드건설 등도 비슷한 이유로 사옥을 갖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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