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노무현재단이 문재인 정부들어서 명실상부한 인재 산실로 부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더 주목받고 있다. 본인은 임명직이건 선출직이건 공직에 나서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정치권 인사는 없다. 게다가 당정청을 좌지우지하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직전 이사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노무현 재단에 쏠리는 관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노무현 재단 속으로 들어가보자.


- 국회, 청와대, 기초단체장, 당정청 곳곳에서 ‘활약’
- 이해찬 ‘20년 장기집권론’ 인재 산실로 ‘부상’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임으로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 재단’ 5대 이사장으로 10월 15일 취임했다. 이 대표가 ‘삼고초려’해 유 전 장관을 영입했고 유 장관 역시 그런 점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유 전 장관이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 오자 바른미래당 이준석 최고위원은 다음과 같이 평했다.

이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방송 출연으로 이미지가 좋아진 유 이사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기 때문에 차기 총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괜히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노무현재단이라는 곳의 의미가 이미 정치 사관학교같이 돼 버렸기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노무현 재단 이사장은 모두 노무현 정부 시절 정치권에 몸 담고 있거나 있었던 인사들로 ‘참여정부 시즌2’ 성격이 강한 문재인 정부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인사가  다수다. 역대 이사장 면면을 보면 1대가 한명숙 전 총리, 2대는 문재인 현 대통령, 3대는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 4대가 이해찬 당대표 그리고 유 전 장관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 전 비서실장을 제외하고 역대 이사장은 민주당 안팎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사들이다. 이 대표는 2020년 4월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고 문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서 살아있는 권력 그 자체다.

이사장, 이사, 기획위원,
상임위원 ‘경쟁’ 치열

노무현재단 이사진을 봐도 친노·친문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현직 이사를 보면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을 비롯해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이해찬 대표, 전해철 국회의원, 정영애 전 대통령 비서실 인사수석, 차성수 금천구청장, 천호선 정의당 교육연수원장 등 7명이다 모두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요직을 맡았던 인사들이다.

직전 재단이사를 지낸 인사들도 문 대통령을 비롯해, 문성근 전 민주당 상임고문, 한명숙 전 국무총리, 유 이사장의 친누나인 유시춘 작가도 이사직을 거쳐갔다.

현재 유시춘 작가는 EBS 이사장으로 가면서 이사직과 상임운영위원 자리를 내놓았다. 오상호 전 사무총장 역시 문재인 정부 요직으로 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신임 사무총장으로는 참여정부 대통령비서실  균형인사비서관을 지낸 고재순 씨가 새로 임명됐다.

유 장관이 ‘본인이 절대 아니’라고 주장해도 ‘입각설’, ‘대망론’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 대통령 또한 대통령 후보시절 썰전 200회 축하메시지와 직접 출연을 통해 “운명처럼 정치가 다시 유시민 작가를 부를 것”, “정치를 안 한다 하지만 국민들이 러브콜을 하면 그때는 운명이 된다”고 언급했을  정도로 정치 재개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노무현 재단에서 몸담고 있었던 인사들 역시 당과 청와대, 지방정부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 최고가 언급한 것처럼 ‘정치 사관학교화’ 돼 버린 게 과장이 아니었다. 일단 재단 상근직보다는 비상근직이자 명예직인 노무현재단 기획위원 출신이 많았다. 대표적인 민주당 의원으로는 이원욱 의원, 백혜련 의원, 이후삼 의원, 강병원 의원이 재단 기획위원 출신이다.

청와대 내 노무현재단 기획위원 출신으로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 수석비서관을 비롯해 조한기 제1부속비서관, 김영배 정책조정비서관, 김우영 제도개혁 비서관, 민형배 자치발전비서관 등이 재단 일을 했다. 특히 김영배·김우영·민형배 비서관의 경우 2010년~2018년까지 민선 5, 6기 기초단체장을 역임했다.

현직 기초단체장중에는 이창우 동작구청장, 정원오 성동구청장, 한 대희 군포시장, 서철모 화성시장 등이 노무현 재단 기획위원 출신이다. 사실상 노무현 재단 기획위원 자리가 지방선거와 청와대, 당의 인재 인큐베이터 역할을 진작부터 하고 있던 셈이다.

앞서 언급했듯 유시춘 전 노무현 재단 이사이자 상임운영위원은 EBS 이사장으로 갔다. 재단 기획위원뿐만 아니라 상임운영위원회 역시 여권에서 주목하고 있는 인사들이다. 노무현 재단은 25명의 상임운영위원이 있다. 재단 홈페이지에는 공개하지 않고 다수가 참여정부 때 정책에 참여한 분들이 포함됐다는 정도만 밝히고 있다.

노무현 재단이 문재인 정부뿐만 아니라 이 대표의 바람처럼 ‘20년 장기집권’을 할 경우 명실상부한 정치사관학교로 자리잡을 공산이 높다. 본인이 이사장으로 있었고 자신의 보좌관이었던 유 이사장이 차기 대권에 도전해 정권을 거머쥘 경우 노무현재단 출신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어오를 전망이다.

‘미래권력’ 이사장으로...
유료 5만4천 명 비유료 20만

유 이사장은 고향이 대구로 확장성이 크다. 유 작가에 대한 대중의 찬반이 크게 엇갈리지만 방송 활동으로 이미지 변화를 꾀했다. 무엇보다 TK 출신으로 차기 유력한 대권주자인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경합시킬 경우 시너지 효과가 높을 것이란 관측이다.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이 친이명박 친박근혜로 나뉘어 흥행해 10년 권력을 거머쥔 바 있듯 비슷하게 민주당 역시 이 구도로 흘러가길 내심 현재 권력은 기대하는 모습이다. 그래서 나오는 대권 구도가 ‘친노 유시민 대 비노 김부겸’ 대결 구도다.

당시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경선은 국민들 관심에서 멀어졌고 박근혜 후보를 누른 이명박 후보가 압도적으로 정동영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올랐다. 그 다음 대선에서는 박근혜 후보 역시 대통령에 올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 지방선거가 문재인 사람이냐 아니냐를 두고 경선과 본선에서 당락을 갈랐다면 2020년 총선에서는 친노냐 비노냐가 공천의 중대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다소 과장돤 전망마저 여권 내에서 나오고 있다.

현재 노무현 재단은 ‘제2의 노무현, 문재인’을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노무현 시민학교’, ‘장학생 사업’, ‘노무현 리더십 학교’ 등을 운영하고 있다. 노무현 재단 출범보다 한달 앞선 2009년 8월에 시작된 시민학교는 정규강좌와 시민강좌로 나뉘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장학생 사업도 9기를 배출했는데 2017년 기준 392명이 노무현 장학금을 받았다. 두 사업 모두 ‘노무현 가치와 정신에 대한 이해화 공감 그리고 실천의지’가 핵심이다.

이뿐만 아니라 9개의 전국 지역위원회와 해외까지 진출해 추모기념사업과 시민학교를 운영하고 있어 전국조직화가 돼 있는 상황이다. 경남· 광주·대구경북·대전세종충남·부산·울산·전남·전북·제주 등 전국 9개 노무현재단 지역위원회에서 추모기념사업, 노무현 시민학교, 지역특성화 사업, 나눔 및 장학 사업 등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활기를 띠기 시작한 재단은 ‘미래권력’이 될 수 있는 유시민 이사장의 등장으로 회원 도 늘고 있다. 2018년 11월2일 현재 유료 회원수는 5,4841명이다.

비유료회원은 20만 명 수준으로 둘이 합칠 경우 25만 명에 달한다는 게 재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연간 걷히는 회비만 7~80억 원 수준이다. 국내 이름 있는 시민단체를 훨씬 능가하는 회원과 회비를 자랑하고 있다.

노무현재단이 최근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내년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10주기 사업과 함께 봉하마을 노무현 대통령 기념관 및 서울 노무현 센터 건립사업이다.

현재 김해 봉하마을에 들어서는 기념관은 김해시가 주관하는 사업으로 올해 착공에 들어가서 2020년 완공 예정이다. 서울 종로구 원서동에 지어지는 노무현 센터는 내년 착공에 들어가 2020년 준공과 2021년 개관을 예고하고 있다.

기념관은 봉하마을 임시추모관 자리에 지상 2층 규모로 건립된다. 지상 2층에는 작은 도서관과 카페, 세미나실 등이 들어선다. 기념관 건립 추진은 2014년부터 시작되었고, 타당성 조사를 거쳤다. 재단은 2015년 ‘대통령기념관건립추진단'을 구성했고, 기념관 설계는 ‘이로재 건축사무소'가 했다.

재단은 “기념관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생애와 재임 당시 사건들을 보여주는 전시공간과 교육문화시설, 편의시설, 수장고 등이 들어서게 된다”고 했다. 기념관에는 ‘청년 노무현’과 ‘인권변호사 노무현’, ‘정치인 노무현’, ‘노사모’, ‘대통령 당선’, ‘대통령 노무현’, ‘봉하마을에 돌아온 시민 노무현’, ‘서거’의 주제로 나뉘어 전시된다.

센터는 지하 3층, 지상 3층 규모로, 공연장과 강의실, 전시실, 북카페, 코워킹스페이스, 미디어센터, 그리고 노무현재단 사무공간이 들어선다. 노무현재단 측에서는 “경계가 없다는 것은 차별이 없는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뜻과 정신을 외관에 담은 것”이라며 “편의상 ‘노무현센터’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지만 정식 명칭은 추후 시민 여러분의 의견을 반영하여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노무현 재단은 “내년은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가 되는 해”라며 “지난 10년 동안 회원들의 변함없는 지지와 성원으로 이제 노무현 대통령기념관과 노무현센터를 짓게 된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한편 노무현 재단의 또 다른 한 축인 재단법인 ‘아름다운 봉화’(이사장 권양숙) 2017년 12월 기준 방문객 100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작년 대통령 선거일이 있던 5월에만 봉하마을에는 무려 25만 명이 찾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조기 실시된 대통령 선거(5월 9일) 전후와 노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5월 23일)에 방문객이 집중됐다.

노무현 생가, 작년 100만 명 돌파...
민주당 ‘반색’

지난 5년간 방문객을 연도별로 보면 2012년 73만1천874명, 2013년 71만8천227명, 2014년 70만7천112명, 2015년 64만4천340명, 지난해 79만7천489명이었다. 봉하마을은 노 전 대통령의 탄생과 삶, 죽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 유일하게 퇴임 후 고향으로 돌아와 살다가 그곳에 묻힌 대통령의 자취가 남아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특히 봉하마을을 방문한 인사들이 친여권 성향의 국민이 다수라는 점에서 김해 봉하마을 역시 민주당의 세를 넓히는 데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게 지역 관계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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