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고지를 벗어난 대형 화물차‧버스 불법 밤샘주차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3년간 적발된 화물차 불법 밤샘주차 건수는 14만 6395건으로 드러났다. 적발 차량에 대해서는 과징금을 물리는 등 지자체마다 강력 단속을 실시하고 있지만, 운전자들은 차고지가 멀다는 이유로 불법 행위를 일삼는 등 밤샘주차는 오히려 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을 근본적인 법 개정과 공영차고지 증설 등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강력 단속에도 대형 화물차량이 자정(왼쪽)부터 오전 7시까지 밤샘 주차해 있다. <뉴시스>

도심 곳곳에서 대형 트럭과 버스의 불법 밤샘주차가 근절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대형차량 및 덤프트럭의 상습적인 밤샘주차는 보행자와 승용차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어 지자체마다 강력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반복적인 위반 행위는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요일 밤부터 주말에 더 심각한 대형차량의 밤샘주차는 도로나 주택가를 가리지 않고 이뤄지고 있어 민원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물류 내륙컨테이너기지(ICD)가 있는 의왕시의 한 아파트 입주민은 “가까이에 학의분기점이 있어 화물차가 많이 다니고, 밤에는 불법주차로 시야를 가릴 뿐만 아니라 교통사고 우려도 크다”면서 “시에서 단속을 해도 소용이 없어 늘 불안하다”고 말했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규칙에는 ‘화물차 차고지 등록제’에 따라 운송사업자는 사업용 화물차 등록 시 지정한 장소나 공영차고지 또는 화물터미널에 주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 전용 차고지가 아닌 장소에서 1시간 이상 불법 주차한 사업용 차량은 과징금 10~20만 원이 부과된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건수는 모두 7만 4500건으로, 2015년 2만 6463건, 2016년 4만 5432건에 비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물차 차고지 등록제’도 유명무실한 제도가 돼 버렸다. 상당수 화물차주들은 실제 거주하지 않는 사용료가 저렴한 곳에 차고지 등록을 하고, 이면도로나 주택가에 밤샘주차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화물연대 김영빈 서울경기지부 사무부장은 “불법 밤샘주차는 과징금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며 “화물차 공영차고지 확보 등 실효성 있는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의왕시는 올해까지 화물차 공영차고지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예산 확보 어려움 등으로 사업 완료 계획을 2021년 이후로 미뤘다. 이에 화물차 운전자들은 화물차 공영차고지 건립 연기에 반발하며, 임시주차장 등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의왕시 관계자는 “경기도로부터 지원받을 공영차고지 예산 105억 원의 일괄 확보가 어려워, 3년에 걸쳐 나눠 받다 보니 완공 시기가 늦춰졌다”며 “예산 확보가 가능해지면 건립 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영차고지가 마련되기 전까지 임시주차장 마련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국토부가 공개한 ‘화물자동차 불법행위 단속 및 조치 현황’ 자료에서 밤샘주차 위반 적발 건수는 93%, 과징금 부과 금액은 87%(2017년 기준)에 이르고 있지만, 이에 따른 조치는 대부분 주의나 개선명령에 그치고 있어 실효성 논란도 일고 있다.

이에 서울시와 경기도 등 지자체 관계자들은 화물차들의 야간 주차 실태를 보다 면밀하게 파악해 실질적인 주차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대형차량 운전자들은 실제 거주지와 차고지 간 거리가 멀어 불법주차를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집에 오가는 불편과 교통비용을 부담하는 것보다 과징금을 내는 것이 더 저렴하다는 것.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단속을 강화해도 불법주차는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한 운송업계 관계자는 “단속만 능사가 아니라 화물차 주차 해소를 위한 근본적인 법 개정과 영세 사업자들을 위한 공동차고지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화물차고지 정책과 관련, 보다 현실적인 개선 방안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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