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8·15 대사면 추진 논란

해태 박건배 전 회장 · 현대기아차 정몽구 회장 · SK 손길승 전 회장 · SK 최태원회장(왼쪽부터 차례대로)

오는 8월 15일 광복 60주년 기념일을 맞아 정부가 추진 중인 8·15 특별사면 대상자에 경제인 다수가 포함돼 눈길을 끈다. 재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집행유예로 형이 확정된 최태원 SK 회장과 손길승 전 SK 회장은 사면이 유력하다. 여기에 박건배 전 해태 회장과 장치혁 전 고합 회장, 장진호 전 진로 회장, 최원석 전 동아 회장 등도 사면 대상자로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정부는 현재 사회봉사 명령을 이행중인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에 대해서도 사면 여부에 대해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8·15 특별사면 대상자 명단에 오른 기업인들의 죄질과 그 형량에 대해 알아봤다.

이번 광복절 특사 대상자 명단에 오른 최태원 SK 회장과 손길승 전 SK 회장은 천문학적 액수의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천문학적 분식회계 주범 포함

대법원에 따르면 최 회장은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의 채무를 줄여 1조5587억원의 이익을 부풀리고, 본인 소유 워커힐호텔 주식과 SK C&C 소유 SK주식을 맞교환하는 과정에서 비상장주식인 워커힐호텔 주식을 ‘상속 및 증여세법’에 따라 과대평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SK C&C의 대주주로서 SK를 지배해왔던 최 회장은 출자총액제한규정 도입으로 SK C&C가 자기 순자산의 25%를 초과해 SK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잃게 되자 SK주식을 직접 보유해 SK의 대주주로서 지배권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또 최 회장은 양도소득세를 마련하기 위해 워커힐 주식 60만주를 영업목적상 필요하지도 않은 SK글로벌에 243억원에 팔아 손해를 입힌 혐의와 SK증권과 JP모건 간 이면 주식옵션계약에 개입해 SK글로벌의 해외지사에 1114억여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았다.

한편 최 회장의 범행을 도운 혐의를 받고 있는 손길승 전 회장은 지난 4월 28일 스스로 상고를 취하해 원심 그대로의 형을 살고 있다.

이밖에 대기업 총수로는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이 광복절 특별 사면 대상자로 떠오르고 있다.

회사 돈 693억원을 횡령하고 1034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기소된 정몽구 회장은 최근 징역형의 집행유예 선고와 함께 사회봉사 명령이 내려졌다.

서울고법 형사20부는 지난 6월 3일 정 회장의 파기 환송심 선고공판에서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30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또 다른 사면 대상자로 떠오른 박건배 전 해태그룹 회장은 거액의 회사 돈을 빼돌려 개인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징역 1년 6월형을 선고 받았다.

박 전 회장은 1997년 해태제과가 부도나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위장 계열사들에 대한 지배력을 이용해 수시로 거액의 자금(총 35억4169만원)을 인출, 아내의 차량 유지비 등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자신은 회사 법인카드로 골프장과 고급호텔을 드나들며 호화로운 생활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 법인카드로 호화생활

평북 영변 출신의 장치혁 전 고합 회장은 분식회계 서류를 근거로 금융기관에서 6700여억 원을 대출받고 회사 돈 7억5000만원을 유용한 혐의로 2003년 9월 불구속 기소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았다.

현재 장 전 회장은 살고 있던 서초구 반포동 빌라도 경매로 넘어가 모처에서 조용하게 은둔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시민단체 반발 거세

장진호 전 진로 회장은 이사회 승인 없이 계열사에 자금을 부당지원한 혐의와 분식회계를 통해 사기대출을 받은 혐의로 2004년 10월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고 죄값을 치렀다.

최원석 전 동아 회장은 천문학적인 금액을 분식회계하다 검찰에 꼬리를 잡혔다. 최 전 회장은 무려 1조2000억원대의 분식회계를 한 뒤 7400억원을 사기대출 받고 비자금 184억원을 만들어 횡령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여기에 노태우 전 대통령한테 비자금을 준 혐의까지 더해 법원은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씩을 선고했다.

한편 8·15 광복절 특별사면에 경제인이 대거 포함될 것으로 알려지자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이와 관련 진보신당은 지난 7월 21일 논평을 통해 “이번 사면은 명백한 동업자 봐주기 사면, 금권사면”이라며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진보신당 신장식 대변인은 “‘비즈니즈 프렌들리’를 선언한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의 ‘프렌드’이자 동업자인 범법자 사장님들을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사적으로 사용하는 ‘동업자 봐주기 사면’”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신 대변인은 “국민을 통합시키기는커녕 국민들에게 극심한 위화감만 조장할 이명박 대통령의 동업자 봐주기 금권 사면을 즉각 중단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여러 시민단체 또한 진보신당과 뜻을 같이 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겸 한성대 교수는 “경제를 살리겠다던 이명박 정부가 시장경제 원칙을 훼손한 기업인들에게 사면권을 남용함으로써 죄지은 기업인만 살리고 국민들의 사법 불신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또한 “기업인에 대한 무차별적 사면이 ‘유전무죄’가 당연시되는 세태를 재확인시켜 대다수 국민에게 좌절감을 주는 한편 기업인들의 불법행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사면 검토를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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