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원정출산 막히나...‘선거에 이용하려는 속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앞으로는 미국에서 태어나도 시민권자의 자녀가 아니면 시민권을 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 헌법과 정면 배치되는 주장인데, 강력한 반이민 정책 의지와 함께 지지층 결집을 위한 주장이라는 해석도 나와 이목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공개된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시민권이 없는 사람이나 불법 이민자가 미국에서 낳은 자녀에게 시민권을 주는 제도를 없애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정헌법 14조와 배치 논란…미 정가에서도 반발 확산
지지층인 보수 유권자 더 결집시기기 위한 발언 분석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어떤 사람이 와서 아이를 낳으면 시민권을 주는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다. 그런 식으로 시민권을 받는 사람들이 85년 동안 모든 혜택을 누린다”며 “그것은 어리석은 일이며, 이제는 끝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절차가 진행 중이며 행정명령으로 제도가 폐지될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제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에도 출생시민권의 폐지를 공략했었다. 출생시민권 폐지 추진은 당장 불법 이민자들의 대다수를 배출하는 중남미 국가들을 겨냥한 것이지만, 실제로 폐지가 이뤄질 경우 미국 원정출산 등도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2015년 미 이민연구센터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매년 3만6000명의 원정출산 여성이 미국에서 아기를 낳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이른바 ‘속지주의’를 철폐하겠다는 것으로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귀화한 자, 그 사법권에 속하게 된 모든 사람이 미국 시민”이라고 규정한 수정헌법 14조와 배치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CNN은 “150년 전에 개정된 헌법에 대한 모욕”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대통령의 조처(행정명령)가 수정헌법을 무효로 할 수 없다. 수정헌법은 의회나 주에서 압도적 다수의 판단에 의해서만 바뀌거나 무효로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행정명령 폐지 주목

워싱턴포스트(WP)는 “캐나다와 멕시코, 브라질 등 33개 나라가 자국 내 출생자에게 시민권을 부여한다"며 “미국이 출생 시민권을 부여하는 유일한 국가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오는 16일 중간선거가 다가온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같은 발언을 내놓은 것은 이민 이슈를 부각시켜 보수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시도라는 분석이다. 


특히 ‘앵커 베이비’(anchor baby·닻을 내려 정박하듯 원정출산으로 낳아 시민권을 얻은 아기)와 ‘연쇄 이민’(chain migration·미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부모·형제 등 가족을 초청하는 제도를 활용한 연쇄적 이민)을 겨냥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펼쳐 온 강경 이민정책에서 가장 극적인 움직임이 될 것이라고 악시오스는 분석했다.


한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지지를 모으기 위한 전술이라는 점을 부인하며 트럼프 행정부는 수정헌법에 따라 보장된 출생 시민권 제도를 개정할 초치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 멕시코 등 전 세계 30여 개 국가들이 출생지에 따라 시민권을 부여하는 ‘속지주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