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부터 15% 인하·6개월간 한시적 체감 경기는?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일요서울은 뉴스 키워드를 통해 한 주 이슈를 점검하는 ‘生生 키워드 쏙! 생활경제’ 코너를 진행한다.

최신 IT트렌트부터 시사성 있는 생활경제까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이에 대한 해법도 함께 알아 볼 예정이다. 이번호는 [유류세 인하, 체감경기]에 대해 알아본다.

휘발유 최대 123원↓…서민 물가 부담 덜어줄지 ‘의문’
정부, 업계 간담회 열어 ‘신속 반영’요청…반영 여부 감시

정부는 휘발유, 경유, 액화석유가스(LPG) 부탄에 부과되는 교통·에너지·환경세, 개별소비세, 지방세(주행세), 교육세 등 유류세 4종을 오는 6일부터 6개월간 현행보다 약 15% 인하하기로 지난달 24일 결정했다.


이에 따라 리터(ℓ)당 유류세는 휘발유가 746원에서 635원으로 약 111원 낮아지며, 경유와 LPG 부탄에 붙는 유류세는 ℓ당 529원→450원(-79원), 185원→157원(-28원)으로 내린다. 유류세 인하분이 소비자가격에 반영되면 부가가치세까지 포함한 가격 인하 최대 폭은 휘발유 123원, 경유 87원, LPG 부탄 30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서민 경제 위협 수준까지 도달한 ‘유가’

정부가 10년 만에 유류세 인하를 검토하는 이유는 유가가 서민 경제를 위협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국 휘발유 가격 평균은 10월 셋째 주 1686.25원을 기록하며 16주 연속 상승했다.


유류세는 휘발유 소비자가격의 54.6%를 차지한다. 경유는 45.9%, LPG부탄은 29.7%가 세금이다. 이 세율을 한시적으로 인하해 소비자가격을 떨어뜨린다는 방침이다.


이번 정부의 유류세 인하에 따라 영세 자영업자, 중소기업, 서민의 기름값 부담으로 내수를 촉진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이번 유류세 인하 대책으로 가처분 소득을 늘려주는 것은 물론 저소득자일수록 가처분 소득 증가 비율이 훨씬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유류세 인하가 실질적인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이는 국제유가 상승이 유류세 인하 효과를 상쇄하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유가 하락 폭이 작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8년에는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유류세 인하 후에도 몇 달간 휘발유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갔다.


또한 정부는 유가 상승과 내수 부진에 따른 영세 자영업자와 서민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유류세를 인하한다고 밝혔지만, 실제 혜택은 배기량이 커 유류 소비량이 많은 대형 차량을 운행하는 고소득층에 많이 돌아간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2008년 유류세 인하 당시 휘발유 소비량을 분석한 결과 소득 1분위, 하위 20% 가구는 월평균 880원의 가격 하락 혜택을 누렸고, 휘발유 소비가 많은 계층인 5분위, 상위 20% 가구는 월평균 5578원을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서민층보다 부유층에 6배 이상의 혜택이 돌아가 양극화만 더 심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회의 국정감사에서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은 “(유류와 관련한) 조세정책이 소비절감 효과와 친환경적으로 구상돼 있는데 유류세 인하는 인기를 위한 정책”이라며 서민대책이 아니라고 꼬집었다. 유성엽 민주평화당 의원은 “2008년에 유류세를 10% 인하해 1조6000억 원의 세금만 낭비했다”며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30%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땜질식 처방 비판..신중한 판단 필요

따라서 유류세 인하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인하 혜택이 일부 계층에 한정될 수 있고, 일반 주유소에서 협조하지 않으면 효과가 제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유사나 주요소들이 유류 재고량 등을 이유로 유류세 인하를 판매가격에 즉시 반영하지 않을 경우 체감도는 더욱 떨어질 수 있다.


일반 국민들도 땜질식 처방이라고 비판했다. 한 시민은 “주유소별로 가격도 다르고 주유소가 안 내리면 그만이다”며 “서민과 취약계층을 고려했다면 농촌에서 난방용으로 쓰는 등유는 왜 인하를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민은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유류세를 인하하겠다고 밝혔는데 그렇다면 기름을 더 많이 쓰라는 게 아니냐”며 “차를 더 많이 쓰면 결국 환경오염으로 이어지는 건데 이것이 과연 국민들을 위한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지난달 언론을 통해 “환경부 등이 대기오염 감축에 나서는 상황인데 유류세를 낮춰 화석연료 사용을 늘리는 게 맞는 방향이냐”는 의견을 밝힌 적도 있어, 이와 관련한 논쟁은 계속 될 전망이다.


앞서 대한석유협회 자료에는 동절기 난방비의 경우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가구보다 등유를 사용하는 가구가 난방비를 평균 2.2배 더 사용한다고 밝혔다.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이 겨울철 난방비를 더 소요한다는 이야기다. 서민들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해 등유 개별소비세 폐지가 시급한 이유인 셈이다.


정부도 이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정유사와 주유소 간 가격 담합 여부 등을 부처 합동으로 관찰, 점검할 예정이다.

그리고 정유사, 주유소, 충전소 업계 간담회를 열어 유류세 인하분을 판매 가격에 신속하게 반영해 달라고 요청하고 일별 가격보고제도를 통해 주유소 가격에 유류세 인하분이 제대로 반영되는지 감시하기로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는 정부의 취지대로 물가 부담 완화와 내수 진작에 실효성을 거두길 바란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정책이 잘 시행되는지 꾸준한 모니터링과 관리 그리고 계도가 필요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등유세 인하와 관련해서 기획재정부는 ‘등유는 이미 정부에서 조치할 수 있는 세금을 인하하고 있다’는 답변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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