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유통·식품업계가 갖가지 인수합병(M&A)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업계 안팎으로 M&A 소문에 휩싸인 곳은 두산주류BG를 비롯해 롯데그룹 계열 패밀리레스토랑 T.G.I.프라이데이스와 대상그룹의 화장품 사업부문 등이다. M&A설에 곤욕을 치르고 있는 해당 기업들의 현 상황을 짚어봤다.

먼저 두산그룹의 주류사업부문 매각설은 어제오늘 불거진 게 아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꽤 구체적인 양상을 띠면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두산이 대우조
선해양 인수자금을 모으고 있다”는 소문과 함께 두산주류 M&A설이 그럴듯하게 번지고 있는 것이다.

두산그룹의 M&A실무를 맡고 있는 이상하 두산인프라코어 전무가 최근 “대우조선해양 인수자금 조달 방법으로 일부 사업부문을 매각하겠다”고 언급한 것도 두산주류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추측이다.


두산주류 또 매각설 ‘솔솔’

가장 유력한 잠재 인수 후보는 양주업체인 디아지오코리아. 실제 디아지오 폴 월시 회장은 지난 5월 “한국의 주류기업 인수의사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 초 디아지오가 두산 주류BG의 와인사업 등의 인수의사를 타진했다”며 “그러나 두산측이 마진이 박한 소주 부문 등을 포함한 일괄 매각을 원하고 있어 협상이 잘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두산 측은 두산주류 매각설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두산주류를 당연히 나와야할 매물로 여기고 있다.

두산주류의 ‘매각 불가피설’ 근거는 다양하다. 우선 대우조선해양 매각대금 마련을 위해 두산이 내놓을 수 있는 여러 잠재매물 중 가장 ‘쓸 만 한 대상’이 바로 두산의 소주브랜드인 ‘처음처럼’이란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필요한 자금은 8조원에서 9조원 사이. 그러나 현재까지 두산이 밝힌 자금마련 계획은 하나은행 등 금융권 차입과 재무적투자자(FI) 유치, 그리고 사옥과 사회간접자본(SOC)지분매각 정도다.

하지만 이 정도 규모로는 경쟁업체인 포스코와 GS, 한화에게 많이 뒤처진다. 때문에 업계는 “두산이 충분한 실탄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곧 주류사업을 내놓지 않겠느냐”고 보고 있다.


롯데그룹 외식사업 접나?

두산그룹에 이어 M&A설이 나돈 기업은 롯데그룹. 현재 롯데는 패밀리레스토랑 ‘T.G.I.프라이데이스’를 운영하는 푸드스타 매각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호텔롯데를 통해 2002년 롯데에 인수된 TGI프라이데이스는 2006년 초까지만 해도 신동빈 부회장의 남다른 애정을 받으며 승승장구 했다. 그러나 2006년 중반부터 매출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TGI프라이데이스 작년 매출은 914억원으로 전년대비 9.3% 감소했다. 반면 영업손실은 79억원으로 전년도(14억원)에 비해 5배 이상 늘어났다.

현재 TGI프라이데이스는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에게 1위를, CJ그룹의 빕스에게 2위 자리마저 내준 상황이다. 이쯤 되자 M&A시장을 중심으로 매각설
이 조심스레 흘러나왔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가 현재 자금력으로 버티고 있는지만 앞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TGI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롯데그룹의 최근 행보도 TGI프라이데이스 매각에 힘을 싣고 있다. 롯데는 주력사업 분야인 유통업과 식품제조업에 대해
해외진출을 모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보험사와 투자자문사를 잇따라 인수, 금융업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상 잇따라 몸 줄여

올해 들어서 사업 구조조정에 강도를 높이고 있는 대상그룹도 추가로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대상은 지난 7월 10일 축산물 관련 사업을 총괄하는 대상팜스코를 닭고기 가공업체인 하림 계열의 제일곡산에 매각했다. 이에 앞서 대상은 올 초 임창욱 회장 소유의 UTC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하고 있던 동서산업을 일신건설에 팔았다.

또 최근에는 청정원 브랜드 제품 중에서 자장과 카레 등 레토르트 식품을 철수시키는 등 사업 분야를 잇따라 정리하고 있다.

2006년까지만 해도 나드리화장품과 두산의 식품사업부문을 인수하는 등 몸집 불리기에 나섰던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대상은 계열사를 추가로 정리할 분위기다. 종합식품·건강식품·전분당·바이오 등을 핵심사업으로 정해 이들에만 주력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나드리화장품과 커피사업의 매각설이 나돌고 있다. 2006년 인수한 나드리화장품은 지난해 매출이 443억원으로 전년도 530억원보다 16.5%나 줄었다. 영업손실도 22억원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커피사업도 ‘로즈버드’가 토종브랜드 중에서는 선전하는 편이지만 커피체인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고 있어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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