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말이 맞나…폭로·고발전 장기화 전망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타이어뱅크 (회장 김정규) 가 김정규 회장의 탈세 및 횡령 혐의, 지점 직원 갑(甲)질 의혹 등이 나오면서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현재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은 대리점 명의를 위장해 종합소득세 수십억 원을 탈세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또 앞서 타이어뱅크는 일부 직원들을 CCTV로 감시하고, 심지어 무전기로 사적인 대화까지 엿들었다는 폭로가 보도되기도 했다. 그리고 일요서울 취재 결과 갑질 및 불법 영업 지시 등과 관련한 새로운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다만 타이어뱅크는 일부 퇴직 점장들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보이며 잘못된 사실들이 진실인 것처럼 떠도는 이야기들이 많다고 반박했다.


퇴직 점장 등 제보자 “부당행위 해놓고 직원으로 인정도 안 해줘”

허가도 없이 정비, 경찰 단속 시 “부인하라” 지시했다는 주장도

타이어뱅크 “대부분 허위 사실, 악의적 제보로 판단되는 사항 다수”

 

타이어 유통 전문 업체로 승승장구하던 타이어뱅크가 맞닥뜨린 첫 번째 시련은 지난해부터 탈세 혐의를 받은 김정규 회장의 재판이다. 앞서 김정규 회장은 판매대리점 명의를 위장해 종합소득세 80억 원을 탈세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대전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박태일 부장판사)는 지난달 10일 오후 2시부터 대전지법 230호 법정에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정규 회장과 이모 부회장, 김모 사장 등 임직원 6명과 법인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김정규 회장이 소득 456억 원을 축소 신고해 80억 원의 종합소득세를 포탈했으며 넥센타이어 주식 양도소득세 발생 사실을 은닉해 4300만원 상당의 양도소득세를 포탈한 혐의라고 공소사실을 밝혔다.


김정규 회장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 모두에 대해 반박하고 있지만 혐의를 미처 다 벗지 못한 채 두 번째 의혹이 터져 나왔다. 지난 6월 타이어뱅크 매장 내에서 CCTV로 직원들을 감시하고, 무전기로 사적인 대화까지 엿들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앞선 보도에 따르면 타이어뱅크 점주와 직원들은 출근부터 퇴근 직전까지 관리자들로부터 CCTV 감시에 시달린다고 주장했다. 또 매장에서 무전기를 차고 일하라는 지시까지 있었다는 주장, 깐깐한 출근 인증을 요구하는 등 업무 감시를 받았다는 주장도 더해졌다.

 

 


그런데 일요서울 취재 결과, 타이어뱅크 일부 사업장이 명의만 개인 사업자로 운영됐을 뿐 타이어뱅크 본사의 관리 하에 운영됐다는 제보와 갑질 정황 등이 추가로 포착돼 진실 공방이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또 타이어뱅크 일부 점포에서에서 타이어를 판매하며 자동차 얼라이먼트를 조정해주는데 정비허가를 받지 않은 무허가 불법업소가 대다수라는 주장도 나왔다. 특히 무자격자가 차량을 정비하는 상황인데, 조직적으로 “경찰 출두 시 작업을 부인하라”는 명령도 있었다는 의혹도 더해졌다.


위장 영업 의혹은 일부 퇴직 점장들이 “명의만 개인 사업자로 운영됐을 뿐, 우리는 타이어뱅크의 직원이었다”고 주장한 부분이다. 그동안 타이어뱅크는 “각 영업매장은 개인사업자들이 본사와 위수탁계약을 맺고 독자적으로 경영한다”이라고 밝혀 왔다.


하지만 제보자들은 “정책이나 수익구조 등에 대해서 일방적 지시를 받는 입장이었다”면서 “타이어뱅크는 독립된 사업주라고 우기면서 보너스와 같은 부분도 정해주는데 무슨 사업자냐”고 주장했다.


한 퇴직 매장 점주는 장기근속 공로증을 제시하면서 “직원도 아닌데 장기근속 공로증을 준다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면서 “타이어뱅크의 이야기는 대부분 거짓말”이라고 힐난했다.

 

끊임없는 잡음들

 

갑질 주장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인권침해 등을 당했다는 추가 제보가 있었다. 일례로 타이어뱅크의 매장등급을 ‘초등-중등-고등-석사-박사-명인 사업주’ 등의 등급으로 나누고 임직원 전화 및 방문 시 “초등사업주 OO입니다”라고 응대하도록 시켰다는 것이다.


한 제보자는 “우리가 왜 ‘초등’, ‘중등’과 같은 등급으로 나눠져야 하는지 모르겠다. 분명한 인격 모독”이라고 토로했다. 또 지부에서 정해주는 서적을 강제로 구입하게 지시한 뒤 독후감을 제출해 확인을 받았다는 주장도 있다.


더불어 단체 대화방에서 폭언과 욕설을 한 뒤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모두 대화방을 퇴장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근무 시간에도 근무를 하고 있다는 증거 사진을 찍어 제출하거나 비상연락망을 핑계로 친구, 애인의 전화번호까지 제출해야 했다고도 한다. 그 외에는 ▲청소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보고할 것 ▲임원 방문 시 3초 안에 맞이할 것 ▲자신의 얼굴 사진 현수막을 매장에 걸어놓을 것 등의 방법으로 감시 및 억압을 했다는 것이 제보자들의 주장 요지다.


마지막으로 현행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자동차 얼라이먼트를 정비하려면 반드시 ‘자동차 전문정비업’ 허가를 받고 관련 장비와 정비책임자(기능사)가 있어야만 영업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타이어뱅크가 무허가 정비를 진행했다는 제보다.


얼라이먼트의 정비는 차량의 조향을 손보는 작업으로 무자격자가 정비할 경우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타이어뱅크 일부 지점에서는 무허가 불법 정비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공공연한 전달사항으로 ‘AL(얼라이먼트) 단속 시 사진을 찍을 경우, 경찰서 출두 조사 시 절대 작업하지 않았다고 부인할 것’이라는 불법 지시도 있었다는 점을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해당 주장이 사실이라면 타이어뱅크의 내부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타이어뱅크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안전까지 위협받는 상황이다. 타이어뱅크는 해당 주장들에 대해 대부분 허위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타이어뱅크는 매장과 시설을 본사가 제공하면 각 사업자들이 개별적으로 경영을 하는 구조이며, 본사가 각 매장 경영에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기 때문에 전혀 무관한 논란들이라는 입장이다.


또 지점을 관리하는 지부장 역시 점장들이 선출한다는 것이다. 타이어뱅크에 따르면 지부장은 각 개별사업주들이 만든 사업주연합회를 통해 선출된다. 지부장들은 본사와 교섭하거나 사업주와 본사 간 의사소통 창구 역할을 맡는다.


타이어뱅크의 한 관계자는 일부 퇴직 점장들이 ‘우리는 직원이다’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퇴직 점주들이 악의적인 제보를 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노동청 등으로부터 ‘직원이 아닌 사업자’라는 판단을 받은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법적으로 사업자라는 판결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퇴직금 등을 바라고 ‘직원’으로 인정해 달라고 주장하는 상황으로 판단된다”면서 “법적인 부분으로 본인들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으니 언론 등을 통해 억지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보도된 CCTV감시와 무전기 감시 논란도 “잘못 보도된 부분이다. 개인적인 감시의 목적이 아니었으며, 고객 응대를 잘하는 매장이 타 매장들에게 응대 방법의 모범을 보여줄 수 있도록 ‘부분적’으로 무전을 활용하려던 것인데 감시라고 보도된 것”이라고 알렸다.

 

“오보가 진실됐다”


 
갑질과 관련해서는 한 사업주연합회 관계자가 해명했다. 그는 “사업주 등급은 ‘초등-중등’ 단계만 보면 이상하게 보일 수 있지만, 박사 사업주 등도 존재한다. 동기부여를 위한 단어”라면서 “일부 주장처럼 관등성명처럼 응대를 하도록 지시한 부분은 없지만 만약 그런 일이 있었다면 바로 시정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비상연락망도 점장들이 타이어뱅크 본사와 연락이 되지 않아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해주기 위해 작성됐을 뿐”이라면서 “근무 중 증거사진은 점포당 일정 인원 이상 채용할 경우 타이어뱅크가 지원금을 주는데 지원금을 노리고 유령 직원을 채용하는 경우가 있어 예방 차원으로 요구했던 것이고 이마저도 한참 과거의 일”이라고 말했다.


임원 방문 시 3초 응대 지시 주장은 “3초 응대의 경우는 ‘타이어뱅크’의 문화다. 본부장 등의 방문 때 ‘3초 만에 응대하라’고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 방문 시 누구한테나 3초 응대를 통해 서비스의 질을 높이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독후감 제출은 “매우 오래된 이야기라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교육 차원에서 실시했을 수도 있다. 다시 확인해보겠다”고 답했다. 여타 감시 등에 대한 주장 역시 “일부 점장들의 왜곡된 해석”이라는 견해다.


다만 자동차 얼라이먼트 정비와 관련해서는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모르겠다”면서 “다시 확인을 해봐야 하는 사안 같다”고 말했다. 한편 양 측의 주장이 명백히 엇갈리는 가운데 타이어뱅크는 진위 여부를 떠나 우선적으로 잡음을 해결해야 성장 가도를 달리던 사업에도 차질을 빚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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