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성+패션 ‘디자인 요소’ 표절 여부가 관건

한세엠케이 마스크 모자(좌)와 듀카이프 마스크 모자(우)의 전체 외관 비교
한세엠케이 마스크 모자(좌)와 듀카이프 마스크 모자(우)의 전체 외관 비교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중소 패션 브랜드 ‘듀카이프’와 국내 대표 패션기업 ‘한세엠케이’가 모자 디자인과 관련해 고소·고발전을 벌이고 있다. 분쟁의 핵심은 한세엠케이가 듀카이프 모자의 기능성과 패션을 담은 ‘디자인 요소’를 표절했는지 여부다.

듀카이프는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마스크를 올리고 내릴 수 있도록 디자인한 것은 자사가 최초이며 한세엠케이가 이 ‘디자인 요소’를 표절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세엠케이는 해당 디자인과 유사한 모자가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고, 새롭거나 독창적인 방식이 아니라며 표절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듀카이프 “필요에 따라 마스크 전환하는 디자인은 우리가 최초”
한세엠케이 “해당 디자인 이미 업계에 존재…표절 전혀 아니다”

듀카이프는 한세엠케이가 자신들의 대표 상품인 ‘마스크 모자(마스크 리벳 모자)’의 ‘디자인 요소’를 표절해 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듀카이프 ‘마스크 모자’는 전체적으로 야구모자 형태를 갖추고, 모자 크라운의 좌우 양측 하단부에 걸림핀을 달아 마스크를 귀가 아닌 걸림핀에 쉽게 걸 수 있도록 한 제품이다.

듀카이프 온라인 스토어 판매 기록에 따르면 해당 제품은 2016년 9월에 출시됐다. 문제는 지난해 10월경 한세엠케이의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NBA’에서 듀카이프의 제품과 유사한 디자인의 제품을 출시하면서 불거졌다.

황인영 듀카이프 대표는 “출시 이후 지난해 10월까지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던 중, 11월 들어서부터 매출이 급격히 떨어져 정황 파악에 나섰다. 그러던 중 10월부터 한세엠케이가 ‘마스크 모자’와 기능성과 디자인이 매우 유사한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듀카이프는 지난 9월 18일 한세엠케이를 ‘부정경쟁방지법 위한 혐의’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했다. 부정경쟁방지법은 시장에서 ‘부정경쟁행위’를 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법이다. 부정경쟁방지법 2조 제1호 자목 ‘형태 모방’ 항목은 시장에 새로운 아이디어와 디자인의 제품이 나온 출시일로부터 3년 안에 매우 흡사한 제품이 나왔을 때 먼저 출시된 제품을 법적으로 보호해주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부정경쟁방지법상의 형태 모방 행위는 지식재산권 보유 여부와는 상관없이 수사 단계와 판결 단계에서 ‘형태 모방’이라는 결론이 나오면 해당 부정경쟁행위에 대해, 영업상의 이익이 침해된 자는 동법 제4조에 따라 금지청구나 동법 제5조의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 또한  동법 제18조에 따라서 부정경쟁행위를 한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법은 대기업으로부터 아이디어 탈취 피해가 극심한 중소기업 제품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 취지가 강한 법률이다. 여론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분쟁인 만큼 듀카이프의 상황과 입장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듀카이프 대표가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 글은 지난 1일 기준 5400명 이상의 참여를 얻으며 많은 이들의 지지를 얻었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죽이기 논란까지 불거진 가운데 여론은 한세엠케이에 부정적인 상황이다.

 

 

황인영 듀카이프 대표는 “매출 1조7000억 원의 패션재벌 그룹과 이제 론칭 2년에 접어든 패션 스타트업의 법적 분쟁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다. 열심히 노력해 만들고 창작한 제품이 정당한 권리를 인정받고 표절 관행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심경을 밝혔다.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한세엠케이는 해당 디자인이 듀카이프에서 출시하기 전 이미 존재해 온 제품이며 업계에서는 새롭거나 독창적인 방식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는 해외 시장조사 및 온라인 등을 통해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스타일로, 이를 증빙 가능한 국내 주요 사례로는 2010년 무렵부터 인기를 끌어 온 ‘황사대비용 멀티캡’을 꼽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세엠케이 측 주장처럼 지식재산권 문서를 보면 ‘황사대비용 멀티캡(2010년)’과 ‘회전가능한 차양막을 갖는 머리띠형 썬캡(2015년)’ 등 모자에 마스크가 달린 제품은 이미 시장에 존재해 왔다.

하지만 듀카이프가 부정경쟁방지법 고소의 핵심 주장으로 삼은 것은 ‘마스크 모자’가 기존 제품들처럼 단순히 마스크와 모자를 결합하는 제품이 아니라는 점이다. 호흡기 보호 시에는 모자챙의 아래 부분으로 마스크를 내리고, 패션 연출 요소 활용 시에는 모자챙 위로 마스크를 전환거치 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 최초의 마스크 모자라는 것. 한세엠케이 말처럼 단순히 마스크와 모자를 결합했으므로 독점적인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세엠케이 입장 번복하며 논란 증폭

표절 의혹이 증폭된 것은 한세엠케이의 ‘NBA 상품기획팀’ 부서가 지난해 4월 열린 인디브랜드페어에서 듀카이프의 전시 부스를 찾아 “마스크 탈부착 모자의 아이디어가 좋다”며 제품 사진을 촬영하고 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한세엠케이는 인디브랜드페어에 바이어 자격으로 참관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일부 언론사에 주장했다가 공식 입장문에서는 참관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입장을 번복했다. 

이와 관련 논란이 일자 한세엠케이는 “패션 기업의 특성상 다양한 패션 박람회 투어는 통상적으로 진행되는 사안일 뿐 이를 통해 타 기업을 표절하는 행위는 기업 차원에서도 일체 허용하고 있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한 한세엠케이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사업을 전개함에 있어 표절에 해당하는 지적재산권 침해를 전혀 진행한 바 없으며, 듀카이프의 제보로 일부 언론에 노출된 기사는 실제와 다른 사실무근임을 명백히 밝힌다”고 전했다.

한세엠케이의 표절 의혹은 경찰 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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