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택배사들, 다산신도시 ‘택배전쟁’ 해결 첫걸음 내디뎌
[르포] 택배사들, 다산신도시 ‘택배전쟁’ 해결 첫걸음 내디뎌
  • 김은경 기자
  • 입력 2018-11-02 18:13
  • 승인 2018.11.02 18:26
  • 호수 1279
  • 4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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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민-택배사 ‘거점배송’ 협의로 자구책 마련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택배사들이 이른바 ‘택배 전쟁’으로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다산신도시 택배 배송 문제 해결에 첫걸음을 내디뎠다. 택배사들은 다산신도시에 위치한 한 아파트 입주민들과 ‘거점배송’ 협의를 통해 자구책을 마련했다. 아직 도입 초기라 운영이 활발하게 이뤄지지는 않는 모습이나 택배사들은 이번 협약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 아파트를 모범 사례로 만들면 골칫거리로 떠올랐던 다른 신도시의 택배차량 진입 안전 문제도 해결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일요서울은 협약 이후 현장의 분위기를 살피기 위해 해당 아파트를 찾았다.

신도시 골칫거리로 떠오른 택배차량 진입 안전 문제 해결 조짐 
주민들 “편리하다” vs “택배기사 두 번 일 하는 꼴” 입장 갈려

일요서울이 남양주시 다산1동 ‘다산 자연앤롯데캐슬’을 찾은 것은 지난달 29일 오후,  단지 후문 근처 지상 주차장에 마련된 ‘일상생활지원센터’는 오가는 택배차량 하나 없이 다소 썰렁한 모습이었다. CJ대한통운 로고가 붙은 스마트카트 한 대만이 주차돼 있었다. 협약 이후 스마트카트를 통해 택배를 운반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니 경비실에서는 “오늘 CJ대한통운 택배차량이 왔다가 그냥 되돌아갔다. 아직 실질적으로 정착이 안 된 것 같다. 주민 홍보도 필요하고, 시행되려면 시간이 좀 걸릴 듯하다”고 말했다.

센터가 문을 연 사실을 모르는 주민들이 많았지만 의견을 내는 몇몇 주민도 만날 수 있었다. 대다수의 주민은 “택배 논란이 있었던 것은 알고 있었다”면서도 “이번에 센터가 생긴 것은 몰랐다. (해당 내용에) 큰 관심이 없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주부 A씨는 “이 아파트에는 아이를 둔 젊은 부부들이 많이 거주하는데, 아이들 안전 문제 때문에 특히 환영하는 눈치”라며 “매우 편리해질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 다른 입주민 B씨는 “그동안 언론에서 입주민들을 너무 비판적으로 비춰서 억울한 측면이 있었다. 택배사 측에서 언론사 카메라가 있을 때만 더 힘든 것처럼 연출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잘된 것 같다”고 말했다.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아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입주민 C씨는 “사실 주민들 입장에서야 집에서 택배를 편하게 받아보는 것은 똑같다”며 “택배 기사님들이 많이 불편하실 것 같다. 또 차(스마트카트)를 타고 지하로 배송해야 하기 때문에 입주민들 편하자고 기사님들이 두 번 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신도시 ‘택배 배송 논란’ 모범 사례 될까

해당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달 26일 ‘일상생활지원센터’ 개소식을 열고 CJ대한통운과 롯데택배, 한진택배로 구성된 ‘택배사협의회’와 협약을 체결했다. 양측은 ‘거점배송’ 협의를 통해 택배 정상배송과 동시에 입주민과 택배회사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거점 배송은 아파트 단지 내 특정 지역을 거점으로 두고 택배업체들이 이곳에 물건을 내리면 택배업체 직원이 스마트카트로 지하주차장을 통해 물건을 세대별로 배송하는 방법이다.

최종 협의안에 따르면 아파트 측에서는 스마트카트에 택배물품을 실을 수 있도록 거점 및 간이 사무실의 설치 허용과 비용을 부담하기로 했다. 택배기사의 원활한 배송을 위한 배송차량 주차 우선구역도 설정했다. 택배사협의회 측은 입주민들의 ‘안전한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스마트카트 3대를 이용해 지하배송을 하고, 입주민을 위한 다양한 일상생활 서비스를 통해 입주민의 편리한 생활을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다산신도시는 6개월 전 전국 곳곳에서 불거진 ‘택배전쟁’ 논란의 중심에 섰던 곳이다. 아이들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며 택배차량의 지상 진입을 금지하고 지하주차장을 이용하도록 한 아파트 주민들과 지하주차장 높이가 낮아 차량 진입이 불가능하다며 배송을 거부한 택배회사들이 갈등을 빚었다. 택배기사들은 직접 손수레로 물량을 소화하느라 애를 먹었고, 결국 갈등은 ‘배송 거부’라는 극단적인 조치로 치달았다.

이 아파트 경비원에 따르면 논란 이후 아파트 내에 진입하지 못한 택배사들이 경비실에 택배를 대신 보관하는 일도 발생했다. 때문에 주민들이 애꿎은 경비원들에게 택배의 행방을 묻는 등 분실한 택배의 책임을 묻는 일도 있었다. 경비원 김모씨는 “택배는 경비실 담당이 아니다. 논란 후 주민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택배를 대신 보관했던 것뿐인데, 분실 문제로 경비원들에게 문제제기를 하고 책임을 추궁하는 주민들이 있어 힘들었다”며 “협약도 맺었다고 하니 앞으로는 택배 때문에 발생하는 갈등이 사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택배사들은 이번 협약을 반기는 분위기다. 이 아파트를 모범 사례로 만들면 골칫거리로 떠올랐던 다른 신도시의 택배 문제도 해결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데다가 그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느라 들였던 비용과 시간을 다른 현안에 쏟을 수 있기 때문이다.

택배사들 “고객 물품 안전 배송이 최우선”

CJ대한통운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주민들과 서로 협력하고 도울 수 있어 다행이고, 무엇보다 고객의 택배 물품이 편하고, 원활하게 배송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CJ대한통운 택배기사는 “올 여름 찌는 듯한 폭염 속에 일일이 손수레로 배송을 하느라 너무 힘들었다”며 “늦게라도 합의안이 도출돼 속이 시원하다. 앞으로는 일하기 수월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택배사들이 자연앤롯데캐슬 아파트 주민들과 첫 합의를 이뤄낸 만큼 다른 아파트 단지에서도 택배차량의 지상진입 금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협약의 성공적인 이행으로 반년 이상 이어진 신도시 ‘택배전쟁’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은경 기자 ek@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