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민주노총 갈등 ‘폭발’ 11월 총파업 여부 ‘분수령’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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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집토끼였던 민주노총이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민주노총이 정권 창출 1등 공신이란 미명 아래 문재인 정부에게 번번이 촛불 청구서를 내밀더니, 급기야 총파업까지 선언했다. 가뜩이나 최악의 경제지표가 골머리인 상황에서 총파업이 감행된다면 문 정부에게는 치명타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자충수를 둔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노조 일변도 정책이라는 비판에도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결단을 내리지 못하더니, 결국 민주노총이 등에 칼을 꽂은 것이라는 시각이다. 정부여당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에서 민주노총을 배제하는 등 뒤늦게 반격에 나섰다. 그동안 아슬아슬한 동거(?)를 해 온 정부와 민주노총의 갈등은 이달을 기점으로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 정부여당 우클릭경제 정책에 반목 시작촛불 청구서발목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노총의 반목의 골이 깊어진 때는 문 정부가 기업친화적행보로 돌아선 때와 맞물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취임 후 재벌개혁을 내세워 국내 기업들을 압박했던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인도 회동을 기점으로 정부-기업 간 파트너십을 강조하고 나섰다.

정부는 최악의 경제 성적표에 기업친화적 정책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었지만, 이는 민주노총의 심기를 건드렸다. 민주노총은 곧장 정부의 우클릭를 힐난하며 촛불 청구서를 내밀었다.

하지만 이는 신호탄에 불과했다. 민주노총은 촛불2주년을 전후로 몽니를 본격적으로 드러내는 모양새다. 특히 민주노총은 오는 11월 문 정부 들어 사상 첫 총파업에 돌입할 것을 천명하며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민주노총의 전국적인 규모의 총파업은 201611월 박근혜 정부 퇴진을 요구하며 실시한 총파업 이후 처음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1025‘11월 총파업 돌입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촛불항쟁 계승자임을 자임하던 문재인 정부가 은산분리완화, 규제프리존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을 추진하는 등 친재벌-규제완화 기조로 전환해 가고 있으며, 평화와 민주주의는 진전되지만 국민의 삶의 질은 제자리걸음 상태라며 또 노동자를 보호 못하는 후진적 노동관계법이 지속되고 있으며 최저임금 1만원 대선공약 파기 등 문재인 정부의 개혁정책이 후퇴하고 있다고 총파업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 ‘읍참마속못하더니
결국 집토끼산토끼 모두 잃어

문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이 같은 민주노총과의 갈등이 뼈아플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이 아무리 촛불 청구서를 내세우며 얄밉게굴었어도 틀림없는 집토끼였다. 문 대통령이 () 노조 일변도 정책’ ‘귀족노조 특권화라는 비판에도 민주노총을 감쌌던 것이 그 방증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 실패론으로 불거진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교체 촉구 목소리에도 쉽사리 읍참마속의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이는 민주노총이 강하게 지지했던 소득주도성장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장 실장을 교체할 경우 문 대통령에 대한 압박이 심화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었다.

하지만 집토끼눈치 보기에 주력하다가 문 대통령은 산토끼까지 모두 놓친 형국이었다. 임기 초반 70%대까지 치솟았던 지지율이 최근 50%대로 떨어진 것은 진보층 이탈이 가속화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지난 1030~111일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문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55%로 집계됐다. 10월 둘째 주 65%에서 62%, 58%로 지속 하락한 것. 3주 연속 하락세다.

반면 부정평가는 35%, 전주보다 3%포인트 상승했다. 10월 둘째 주 25%에서 정확히 10%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정치 성향을 가늠할 수 있는 지지정당별 긍정평가지표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 86%, 정의당 지지층에서 72%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지지층에서는 긍정률(10%·18%)보다 부정률(82%·74%)이 높았다. 특히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층의 대통령 직무 긍/부정률은 지난주 39%/42%에서 이번 주 30%/47%로 격차가 벌어졌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7051명에 통화를 시도해 1004명이 응답을 마쳐, 응답률은 14%.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여당 내에도 부담 기류
민노총과 결별불가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여당 내에도 민주노총에 대한 싸늘한 시선이 감지된다. 그동안은 민주노총을 정권 창출의 공신으로 사실상 인정하며, ‘촛불 청구서를 내밀 때마다 눈치 보기에 급급한 모양새였다. 그러나 극심해지는 민주노총의 몽니로 사회의 반()노조 분위기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한 여당 관계자는 강성노조가 정부 정책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정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노조가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위원장 출신인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마저도 최근 내가 노조 활동을 하던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우회적으로 노조를 비판했다.

당장 정부가 받아든 최악의 경제지표만 해도 민주노총과 결별수순으로 가는 주요 원인으로 해석된다.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방점으로 한 친() 노조 정책이 사실상 실패했고, 현재 경제 정책 기조를 바꿀 경우 노조와 갈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울교통공사로 촉발된 공공기관의 고용세습 논란은 여당의 반노조 정서에 기름을 부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갈등으로 정치권이 불발탄을 맞았다는 반감으로 풀이된다. 한 여당 관계자는 교통공사 채용 논란은 권력형 비리 문제라기보다는 제1노조와 제2노조의 갈등에서 촉발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정, 결국 칼 빼들다
경사노위 개문발차압박

결국 청와대도 칼을 빼들었다. 민주노총을 제외한 채 연내 경사노위 출범을 감행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민주노동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기 위한 카드라는 분석이 많다. 경사노위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를 이어받은 사회적 대화기구로, 청와대는 민주노총의 합류를 넉 달 이상 기다려 왔다. 그런데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노총 때문에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진다. 문 대통령이 지난 7월 양대노총 위원장과 비공개 면담을 갖고 사회적 대화 참여를 당부하는 등 정부로서도 마중물 역할을 할 만큼 했다는 볼멘소리도 당정 내에 공공연했다.

이 같은 소문을 사실 확인시킨 것은 문성현 경사노위원장이다. 문 위원장은 지난 1030민주노총이 같이해야 한다는 현실적 요구와 기대가 있어서 이번 달까지 기다렸는데 어렵게 됐다대체적으로 확인되는 (경사노위 주체들의) 전반적 분위기는 지금은 꼭 같이했으면 좋겠다는 것은 아닌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다만 경사노위는 본위원회를 공식 출범하더라도 민주노총 합류를 계속 독려하고, 의제별·업종별 특별위원회에는 계속 참여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경사노위의 개문발차소식에 민주노총의 반발은 생각보다 크다. 정부가 경사노위 연내 출범을 빌미로 노동자들을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것. 민주노총 지도부는 지난 1017일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경사노위 참여 안건을 부의하려 했으나 정족수 미달로 통과가 무산됐다.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은 애초 경사노위를 올해 반드시 출범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이미 노사정대표자회의와 각종 위원회를 통해 시급한 의제는 논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단 민주노총은 내년 1월 정기 대의원대회를 통해 경사노위 참여를 재논의할 예정이다.

총파업 강행 시
친노조기류 급변 전망

분수령은 1121일 예고된 총파업이 될 전망이다. 민주노총의 총파업 강행 시 정부여당이 고수하던 ()노조기조도 급변할 공산이 크다. 정부가 113~4일 금강산에서 개최된 ‘2차 조국통일을 위한 남북노동자회의에 한상균 전 위원장 포함 4명의 민주노총 간부들의 방북을 불허한 것이 압박을 위한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모두 통일부로부터 방북이 승인됐다.

여당 관계자는 민주노총이 파업을 감행한다면 지금까지 정부여당이 노조 측에 보인 정성이 모두 무위로 돌아갈 것이라며 일단 상황이 벌어지면 지금과는 다른 기조를 잡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민주노총이 극적 타협 자세로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현재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둘러싼 부정적 시각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민주노총이 먼저 경사노위 불참을 미끼로 촛불 청구서를 내세우지 않았냐는 비판 여론이 형성되며, 정부의 타당성이 힘을 얻는 모양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민주노총이 또다시 총파업을 힘자랑으로 들고 나오면 부정 여론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여론이 돌아서고, 정부가 민주노총을 외면하고 가면 아쉬운 것은 결국 민주노총 아니겠나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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