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자유체제 국제질서’ 포기는 적화를 부른다
‘미국의 자유체제 국제질서’ 포기는 적화를 부른다
  • 정용석 교수
  • 입력 2018-11-02 21:16
  • 승인 2018.11.02 21:17
  • 호수 1279
  •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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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 국방장관은 10월31일 전시작전통제권의 한국군 전환을 위한 ‘미래사령부 지휘구조 개정안’에 서명했다. 이 개정안은 한·미 미래사령관을 한국군 대장이 맡기로 했다. 그동안 미군이 맡아왔던 사령관직을 한국군 대장에게 넘겨주고 물러선 것이다. 미래사령관의 한국군 대장 이관은 국방 자주권 회복이란 의미는 있지만 주한미군의 철수 조짐이 아닌가 의심케 한다. 그런가 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무용론과 탈퇴론을 제기해 왔고 유럽연합(EU) 28개국 중 25개국은 미국이 빠진 ‘항구적 안보협력체제(PESCO)를 출범시켰다. “미국 제일주의”를 내세운 트럼프의 등장과 함께 세계2차대전 후 자유진영 군사보호자 역할을 해온 미군이 물러서기 시작했음을 엿보게 한다. 코리 쉐이크 미국 ‘국제전략연구소(IISS) 부소장은 미국의 ’자유체제 지배 질서 종식이 2018년 6월을 기해 시작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세계질서 끝나는가’제하의 뉴욕타임스 6월18일자 칼럼을 통해 미국 주도에 의한 국제질서 종언을 예견했다. 미국은 2차대전 이후 70년 동안 국제관계 규범을 주도해 왔다. 미국의 국제관계 규범은 자유무역 확대, 자유 동맹국 지원, 국제법규칙에 따른 관계 증진, 인권 존중 등으로 요약된다. 인류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자유와 인권에 바탕한 국제질서다.

하지만 쉐이크 부소장에 따르면, 미국의 세계질서 주도 역할이 트럼프 대통령의 6월 G7(서방7국)회의 불화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칭찬을 계기로 끝났다고 했다. 트럼프는 유럽 맹방들에게 알루미늄과 철강의 대미수출이 미국 안보를 위협한다며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전통 맹방들과 충돌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는 독재자 김정은과 만나서는 그를 칭찬했는가 하면,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함으로써 한·미군사미동맹 포기를 우려케 했다.

쉐이크의 ‘미국 세계질서 종언’ 주장은 미국 ‘랜드 연구소’ 프란시스 후쿠야마 박사의 1989년 ‘역사의 종언’ 논문을 상기케 한다. 후쿠야마는 자유민주주의가 파시즘을 괴멸시킨 데 이어 공산독재와의 경쟁에서도 승리함으로써 자유를 향한 역사 전개는 완성되었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자유민주가 파시스트·공산독재와의 경쟁에서 승리한 건 사실이지만, 아직도 독재체제는 자유체제를 계속 위협한다. 핵무기를 손에 쥔 김정은은 주한미군 철수와 적화를 노리고 중국과 러시아 독재 정권들은 팽창하고 있다.

미국이 자유체제 질서 유지에서 손을 떼게 되면 그 빈자리에 다른 나라가 대신 들어서게 된다. 중국과 러시아다. 러시아는 21세기에 들어와서도 크리미아 반도를 무력으로 병합했고 정적을 아직도 스탈린식으로 처단한다. 중국은 오늘날에도 공산당 일당독재로 언론·출판·결사 자유를 압살한다. 한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을 조공국(朝貢國)으로 굴종시키려 한다. 중·러가 국제질서를 지배하게 된다면 세계는 자유체제 증진 대신 독재 권력 확산, 평등 대신 주종관계, 국제법에 의한 관계 대신 압박에 의한 지배, 인권 유린 등으로 퇴화하게 된다. 한국은 중·러 지원으로 북한에 의해 적화될 수 도 있다.

하지만 19세기 초 독일의 게오르그 헤겔이 적시한 대로 ‘역사의 절대적 목적’은 ‘자유정신 발현’에 있다. 그러나 아직도 인류의 자유는 독재자들에 의해 억압되고 있다. 후쿠야마 주장과는 달리 자유를 향한 역사전개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독재와 투쟁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의 자유 수호 역할이 끝나지 않았음을 직시, 자유체제 질서 유지를 위해 자유우방과 손잡고 함께 나가야 한다. ‘미국 우선주의’가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자유민주체제 우선주의’로 나서야 한다. “자유민주체제 우선주의”야 말로 헤겔의 ‘자유정신 발현’으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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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석 교수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