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휘빠리’ 판친다

지난해 옥션 · 지마켓 등 인터넷쇼핑 대형업체 두 곳의 매출만 합쳐도 3000억원이 넘는다. 인터파크는 연매출 4조원이다. 최근에는 SKT도 자회사를 만들어 마켓 출범을 선언했다. 한마디로 인터넷쇼핑이 대세다. 최근 오픈마켓의 매출이 급신장 하면서 새로운 마케팅 꼼수들이 등장하고 있다. 구매자들이 상품 선택의 척도로 삼고 있는 상품평이 조작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예전 약장사 주변에 일명 ‘휘빠리’라고 하는 바람잡이랑 같은 역할을 한다. 과장된 평으로 소비자의 판단을 흐려 저질 상품을 구매하게 되기에 문제는 심각하다. 하지만 오픈마켓 측에서는 이를 규제할 방도가 모연하다. 가짜 상품평 생산과정과 문제점을 살펴본다.

오픈마켓의 개별상점에서는 여러 판매방법이 동원된다. 광고나 이벤트, 판촉 행사 등 구매로 유도하는 말과 글이 이용되기 마련이다.

특히 오픈마켓에서 물건을 팔 때는 글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온라인에서 좋은 ‘댓글’은 바로 판매 신장과 비례한다.

이런 이유에서 쇼핑몰운영자들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올라오는 상품평은 근원적으로 차단한다. 결국 ‘좋은 상품평’만 보고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이 골탕을 먹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이런 상품평에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게시되고 있는 긍정적 상품평들이 운영자 측에서 올리는 조작된 내용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거짓 댓글 소비자만 ‘봉’

지난해 소비자원, 소비자연맹 등에 상품평을 믿고 제품을 구매했다 피해를 입었다는 하소연과 함께 자신이 올린 불만 댓글(클레임)이 삭제되고 있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에 사는 박모씨는 최근 오픈마켓에서 여성 니트를 구입했다.

평소 인터넷 쇼핑을 통한 의류구입을 그다지 즐기지 않았지만 상품평이 워낙 좋아 믿고 주문했다.

그러나 도착한 상품은 상품평과는 달리 한번 세탁했더니 너무 늘어져 입을 수가 없을 정도로 늘어져 팔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바느질도 엉성해 실밥이 풀리는 등 상품평과는 정 반대의 경우로 도저히 입을 수 없는 상태였다.

화난 박씨가 반품을 요청하자 해당업체는 택배비 등 수수료를 요구했다. 아깝지만 어쩔 수 없기에 수수료를 감수키로 했다. 박씨는 제품을 반품한 후 다른 소비자들이 똑같은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제품의 문제점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한 상품평을 올렸다.

그러나 몇번을 올려도 게시되지 않았다. 해당업체에 항의하니 “자신들이 상품평을 선별해서 의도적 악평은 삭제한다”고 답변했다.

박씨는 “결국 좋은 평만 올리고 나쁜 평은 삭제해 소비자들을 속이는 것 아니냐”며 “칭찬일색인 상품평들을 과연 소비자들이 직접 올린 것인지 의심이 든다”고 한국소비자원에 고발했다.

또 다른 피해자 김모씨도 인터넷쇼핑몰에서 시가 5만원짜리 여성부츠를 1만9000원에 판매한다는 광고를 보고 제품을 구매했다. 소비자 댓글 중 ‘강추(강력추천)’라는 상품평이 유난히 많아 맘에 들었다.

그러나 제품은 일주일이 지나서 도착했다. 포장을 풀어보니 이상한 약품 냄새가 코를 찔렀다. 바느질도 엉망이고 밑창이 떨어지는 등 저질의 상품이었다. 막상 신고 보니 장식으로 달려있는 액세서리마저 떨어져 나갔다. 상품평에는 질긴 가죽으로 만들어져 튼튼하고 바로 신어도 가죽이 부드럽다는 호평이 많았다. 또 ‘빠른 배송 감사합니다’가 한두 건이 아니었다.

반품을 요청하니 왕복운송비로만 8천원을 요구했다. 제품 값의 절반수준이었다. 김씨는 상품평을 써서 게시판에 올렸다. 그러나 게시되지 않았다. 항의하니 게시판 공간의 문제로 선별해서 올린다는 답변이었다.

김씨는 “요즘 인터넷몰의 상품평은 구매의 결정적인 정보가 되는데 이렇게 게시판을 호평일색으로만 채우기 위해 조작하는 행위는 명백한 불공정 거래이자 사기”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이모씨도 인터넷몰에서 상품평이 유난히 좋아 남성구두 두족을 한꺼번에 구입했다. 5일 만에 도착한 물건은 그러나 상품평과 신을 수 없을 정도로 화공약품 악취로 가득했다. 문제점을 조목조목 열거하며 사용 후기를 써서 올렸다. 그리고 잠시 후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자신의 상품평이 지워져 있었다. 안 좋다는 상품평은 무조건 지우는 것 같았다는 것이다. 이후 다시 시도해봤지만 계속 삭제됐다.


쇼핑몰 운영자도 댓글조작 인정

이씨는 “인터넷쇼핑몰의 상품평이 조작된 것이라며 소비자로서 업체를 상대로 할 수 있는 건 이용하지 말고 직접 매장에 가서 보고 사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 며 “상품평의 조작은 장기적으로 오픈마켓의 불신만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기자가 평소 알고 있던 쇼핑몰운영자들의 증언도 이를 뒷받침 한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지마켓의 쇼핑몰 운영자 A씨는 “사실 많은 운영자들이 이런 편법을 쓰다 보니 정직한 방법으로 장사를 해서는 살아남기 힘들다” 며 “실제로 쇼핑몰 운영진 측에서도 택배 도착지 조사 등을 통해 운영자의 댓글달기 들을 조사하기는 하나 친구나 지인 등을 통해서 하면 모를뿐 댓글 알바가 공공연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또 옥션에서 쇼핑몰을 운영 중인 B사장은 “일부 선의의 쇼핑몰이 피해를 입을까봐 걱정되고 운영자의 한 사람으로 씁쓸하다” 며 “거의 알바생이 주를 이루는데 극찬 등 호평을 다는 사람들의 중복 ID 등을 추적하면 어느 정도 윤곽을 잡을 수 있다”고 증언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사실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기에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 며 “소비자들이 물품정보를 꼼꼼히 살핀 후 구매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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