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경제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교체가 임박한 모양새다. 후속 인선을 두고 구체적인 이름까지 거론되고 있으며, 청와대도 연일 제기되는 교체설에 당초 '강력 부인'에서 '대통령의 결단'으로 입장을 선회한 상황에서 정황상 교체가 사실상 기정사실로 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고용악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서로 다른 해법을 제시해 왔던 김 부총리와 장 실장 교체설은 연일 제기돼 왔다. 한 때는 갈등설까지 불거지면서 개각설이 돌 때마다 이들의 이름은 매번 올랐던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에서는 둘 사이에 불거진 불협화음을 잠재우는 것도 나름의 고심이기도 했다.

다만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에서 성장과 분배를 상징하는 '투 톱' 중 어느 한쪽을 바꾸기엔 쉽지 않은 문제였다. 이들 중 한명을 교체할 경우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의 충돌로 경제정책의 실패를 자인하게 된다는 공격의 빌미를 야당에 제공할 우려도 제기됐다.

그러나 기류가 조금씩 바뀌었다. 야권이 경제 실정 부각에 주력하고 있고, 민생 문제를 두고 민심도 악화되는 분위기 속에서 경기지표엔 여전히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게다 한반도 평화 국면에도 근 몇 주간 국정 지지율은 50%대까지 떨어지며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청와대 내부에서는 경제팀 교체를 통해 분위기 쇄신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역대 장관의 평균 임기가 1년6개월 정도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금이 딱 교체기에 들어섰다는 공감대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 국무위원은 2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인사라는 것은 수시로 있을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청와대의 입장도 바뀌기 시작했다. 청와대는 지난달 11일 문 대통령의 이들의 연말께 동시 교체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에 대해 '명백한 오보'라는 표현으로 강력 부인했다. 그러나 1일 청와대는 인사와 관련 말을 아끼기 시작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인사와 관련된 내용은 전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결정할 내용"이라며 "하지만 문 대통령의 결심이 서지 않았고, 결정을 내린 바가 없다"고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물밑에서 후속 인선 검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대통령의 최종 결단만을 남겨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김 부총리 역시 자신을 향해 제기되는 교체설에 대해 "최근 경제상황이나 고용상황에 대해 제가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는 여러차례 이미 밝힌 바 있다"며 "지금이라도 책임지고 싶은 심정이 왜 없겠나"라고 밝히면서 사실상 인정하는 뉘앙스를 보이기까지 했다.

게다 후속 인선을 두고 구체적인 이름까지 거론되고 있다. 김 부총리를 대신할 후보군으로는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등이, 장 실장을 대신할 후보군으론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 등이 하마평에 오른다.

앞으로 이들의 교체 순서와 시기가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일단 경제팀 쇄신을 통해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동시 교체'에 좀 더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아울러 교체 순서에 따라 야당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어, 청와대 입장에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청와대에서는 자신들의 경제정책 기조가 완전히 바뀌는 것으로 비춰져서는 안된다는 입장이 강해서 오히려 장관을 먼저 교체한 후에 조금 있다가 장 실장을 교체하기로 했었다"며 "그러나 이젠 예산국회가 시작돼 김 부총리의 역할이 필요하고, 게다 향후 장관은 인사청문회도 거쳐야 하는 상황에서 이달 말에서 내달 초쯤 동시에 교체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후속 인선 검증 작업 속도에 따라 '개별 교체'가 이뤄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특히 장관의 경우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인선에 더 신중을 기할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2일 "후임자가 온다 한들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없다는 게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시점을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일단, 예산국회에서 김 부총리의 역할은 크기에 예산 국회가 끝나는 연말 교체설이 제기된다. 김 부총리는 "그런 (교체 등) 단계가 될 때까지는 예산 심의 과정을 포함해 맡은 책임을 다 하는 것이 공직자의 도리"라고 밝힌 것 역시 예산안 통과까지는 책임지고 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11월 말에 교체 발표가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장관 교체 발표를 하더라도, 임명 때까지 인사청문 등을 포함해 일정 부분 시간이 필요하다. 임명 절차 과정 동안 김 부총리는 예산 국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다만 이를 두고 국회 예결위 소속 핵심 관계자는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하는 건데, 곧 교체될 장관이 설명한들 먹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일각에서는 '경제팀'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 1기 '중폭 개각'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경제팀만 바꿀 경우, 사실상 현 정부의 경제정책의 실패를 자인하게 되고 후임자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내년 초, 중폭 개각을 통해 전면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교체 카드를 꺼내들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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