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 스타일 보면 그룹문화 보인다

SK그룹이 최태원 회장에 대한 경호를 대폭 강화한 가운데, 주요 그룹의 경호문화 차이도 세간의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재계 소식통에 따르면 각 그룹의 경호시스템은 총수 스타일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최대한 회장 눈에 띄지 않게 ‘숨은 경호’를 펼치는 곳이 있는가하면 ‘대통령 수행’을 방불케 하는 곳도 있다. 그룹별 경호문화를 살펴봤다.

재계 총수서열 1위인 이건희 전 회장은 별도의 경호팀을 두고 대외활동을 하고 있다. 이 경호팀은 모두 삼성 계열 보안전문 회사인 에스원 소속으로 태권도 유단자들이다.

삼성 경호의 원칙은 ‘숨은 경호’다. 이 전 회장이 부담스러운 경호를 워낙 싫어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 경호팀은 근거리 경호는 최소화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 전 회장을 보호한다.


경호스타일 그룹마다 제각각

또 이 전 회장이 해외에 나갈 땐 경호팀이 달라진다. 현지 사정에 밝은 해외 주재원들이 경호 업무를 주도, 현지 사설 경호팀을 따로 배치한다.

한편 삼성그룹은 이 전 회장 체제에서 이수빈 회장으로 바뀌면서 경호나 의전 문화가 크게 바뀌었다.

현재 삼성그룹은 인력구조상의 이유로 이수빈 회장의 안전을 삼성생명 총무팀에 맡겨두고 있다.

주요그룹 경호문화 가운데 규모면에서 가장 눈길을 끈 곳은 현대·기아차그룹이다. 현대차 측은 “별도의 전담 경호팀을 두고 있지 않다”고 하지만 실제론 20여명에 가까운 경호원들이 정 회장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절대적 카리스마’로 통하는 정 회장의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한 단면이기도 하다.

재계 호사가들에 따르면 정 회장의 안전은 청와대 경호실 출신이 운영하는 한 보안업체서 맡고 있다. 이 경호팀은 국내에서만 가동되며 해외 출장 시엔 수행비서 한 명만이 함께 다닌다.

평소 혼자 다니는 것으로 유명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에서야 경호 차원에서 수행비서 한 명을 채용했다.

청와대 경호실 출신인 이 경호원은 경호 경력만 10년차인 ‘A급 베테랑’이다. 현재 그는 SK CR지원팀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룹 총수 가운데 유난히 소탈하고 검소한 면이 많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이렇다 할 회장 경호팀을 가동하지 않고 있다. 수행비서와 차량 운전기사가 고작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너무 단출하다”는 평도 있다. 하지만 LG 측은 “LG스타일”이라고 맞받아친다.

구본무 회장은 해외 출장 때도 공항에 2명 이상 나오지 못하게 한다. 심지어 웬만한 경조사 현장은 비서조차 대동하지 않는다.

아예 경호팀 자체가 없는 그룹도 다반사다.

롯데그룹은 별도로 경호팀을 두지 않고 있다. 신격호 회장의 경우 일본과 한국을 오가는 일이 잦기 때문에 경호원을 둘만도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비서실에서 1~2명이 공항에 나가 영접하는 게 전부다.

특히 신 회장의 경우 홀가분하게 혼자 다니는 것을 좋아해 가끔씩 그룹 임직원들이 회장 행선지를 몰라 애를 먹곤 한다.

이밖에도 GS그룹 허창수 회장, 두산그룹 박용성 회장,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 등이 따로 경호원을 두지 않고 활동하고 있다.


외부공개 꺼리는 경우 많아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공식 행사 때 수행비서 1명만 데리고 다닌다. 또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 또한 가끔씩 비서실 직원 한 명이 업무보조 차원에서 회장을 수행할 뿐이다.

심지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수행비서도 아닌 아시아나항공 소속 과장급 직원 1명과 같이 다니며,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은둔의 경영자’라는 별명답게 개인 경호원은 물론 개인 비서도 두지 않고 있다.

그러나 경호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들도 외부에 공개되는 것을 꺼려해서 그렇지 실제론 경호팀을 운영하거나 외부용역업체를 두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사설 경호업체 관계자는 “재벌 총수들은 개인이기보다는 그룹의 장으로서 활동하기 때문에 신변보호에 신경을 쓴다”며 “위화감 조성이라는 문제 때문에 표면에 들어나지 않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경호는 주위의 이목을 끌 정도로 요란한 편으로 알려졌으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보복폭행사건’ 후 눈에 띄게 달라졌다는 것이 한화 관계자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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