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의원 총리 지명 이후 친노그룹의 리더라 할 수 있는 유시민 의원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특히 지난 9일 유시민 의원을 중심으로 당내 25명의 의원이 가입의사를 밝히면서 출범한 사단법인 참여정치연구회(이하 참정연)가 ‘유시민 대망론’을 실현시킬 외곽부대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즉 유 의원이 친노세력의 결집이라는 명분으로 참정연을 조직해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내용이다.하지만 참여정치 연구회에 대해 유 의원은 “참여정치연구회는 중도노선 정당 발전으로의 정치결사”라면서, “당내 자원봉사조직으로 봐 달라”고 주문했다. 또 ‘참정연이 대권주자 유시민을 위한 외곽부대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런 식으로 나를 욕보이지 말라”며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참정연은 현역의원 19명을 비롯, 일부 당 중앙위원, 지역활동가 등 1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9일 여의도관광호텔에서 창립총회를 가졌고, 중도노선 정당 발전의 정치결사체로 규정했다. 이는 지난달 4일 열린우리당 워크숍 후 개혁당 출신 의원 및 중앙위원 30여명이 설립을 논의한지 한달만에 이뤄진 것이다. 또 참정연의 이념 실현을 위해 초기 10명으로 시작된 ‘참여정치 실천을 위한 의원 모임’도 25명으로 늘어났다. 참정연에는 강기정, 강창일, 강혜숙, 김원웅, 김재윤, 김재홍, 김태년, 김형주, 박기춘, 박명광, 박찬석, 백원우, 선병렬, 안민석, 유기홍, 유시민, 이경숙, 이광철, 이상락, 이원영, 이철우, 장경수, 장향숙, 정청래, 조경태 의원이 가입된 상태이며, 개혁당 출신 이광철 의원과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이 공동대표로 선출됐다.

또 참여정치연구회는 공지메일을 통해 사이버 공간을 통한 정보 공유 및 참여자간의 수평적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개혁적이고 합리적인 정책연구의 장을 만들겠다며 결성 취지를 밝혔다.무엇보다 유 의원 중심의 참정연은 17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속속 결성되고 있는 각종 공부모임과 달리 스스로도 밝혔듯이 조직 노선을 중심으로 한 정치결사라는 점에서 그 행보가 주목된다.총회에서 유의원을 비롯한 참정연 회원들은 열린우리당을 당원중심 정당으로 만들어 2006년까지 전국적으로 15만 명 내외의 기간당원확보가 단기목표라 설명했다. 유 의원은 연설에서 “열린우리당은 참여민주주의 정당으로 섰다고 하기에는 미흡한 면이 많다”면서 실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2006년 6월 지방선거 때까지는 당원들이 지방선거 후보를 선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여 개혁의 목소리를 높였다.무엇보다 참정연은 유 의원 중심의 친노 개혁세력이 결집함으로써 당내에서 그간 당권파에 다소 눌려있던 친노파를 부상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다. 이와 함께 비로소 ‘유시민 대망론’이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의 내막을 보면 4·15총선, 6·5보선 이후 당권파와 친노파의 갈등이 표면화되는 와중에 당권파에 불편한 심기를 가지고 있던 노 대통령이 비당권파 이해찬 카드를 내놓게 되고 이는 결국 친노세력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았다. 또 요동치고 있는 여당내 세력구도 속에서 아파트분양원가 공개와 관련한 당청간의 엇갈린 목소리는 친노파에 의해 개혁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참정연의 탄생으로 마무리 된 셈이다.

덧붙여 당정, 당청간의 불협화음이 비당권파로 하여금 노심을 바로 이해하자는 취지의 결집체 조직에 일조한 것도 사실이다.뿐만 아니라 참정연 결성으로 인한 친노세력의 조직적 결집은 결과적으로 ‘유시민 대망론’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비록 유 의원 본인은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친노세력의 결집의 중앙에 유 의원이 서 있기에 그를 바라보는 수많은 의혹이 생겨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그러한 시각에 비록 유의원이 상당한 불쾌감을 표현하고 있지만 갈수록 더해질 참정연의 당내 영향력으로 비춰 볼 때 반드시 배제될 수 있는 의견은 아니다. 한편으론 참정연의 성격과 활동에 대해 일각에서는 ‘참정연 세력이 당내 실용파와 심각한 마찰을 빚을 경우 분당사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같은 전망에 대해 유 의원은 반한나라당 기조가 명백한 이상 그러한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그러나 그 같은 우려가 사실로 이어질 경우 유 의원 중심의 개혁파가 독자적 행보로 이른바 ‘유시민 대망론’을 실현시키기 위한 최상의 조직으로 거듭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한편 그간 당내 개혁 로드맵이 제대로 제시되지 않은 것이 지난 6·5보선의 패배로 이어진 것이라 분석하고 있는 비당권파는 향후 개혁을 촉구하는 구체적 세력으로의 힘을 키우는 동시에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활동에 전념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당권파의 고민도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또 최근 분양원가 공개 등과 같이 청와대와 엇갈린 목소리를 냈던 당권파가 앞으로 청와대와 어떻게 호흡 맞추기를 할지도 관심사이다. 한편 이와는 별도로 친노성향의 개혁파 의원들을 이끌고 있는 유시민 의원의 행보도 참정연의 출범으로 대망론이 불거지는 등 여러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전과 다르게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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