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례와 비교하며 한국의 군 댓글조작 수사와 재판이 잘못됐다고 지적

이태하 전 군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장 [뉴시스]
이태하 전 군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장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이태하(65) 전 국군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장이 보수 정부 시절 군 댓글 공작 사건을 잘못 수사해 군사 기밀이 공개됐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이 전 단장은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3부(부장판사 김태업) 심리로 열린 김관진(69) 전 국방부 장관 외 2명의 군형법상 정치관여 등 혐의 6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밝혔다.

이 전 단장은 증인 신문 전 2~3분 정도 발언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한 뒤 미리 준비해온 종이를 꺼내 발언했다.

그는 "굳게 믿은 김 전 장관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제 마음이 서글프다. 살아있는 게 자랑스럽지 못하고 참담하다"며 "부하를 지키지 못했는데 상관도 못 지켜 천하의 죄인이자 조롱거리이자 타락한 느낌이 든다"고 호소했다. 

이어 "제가 지휘한 사이버사령부가 작전 수행 중 일부분 본연의 임무에서 벗어난 행위로 연루됐다"면서 "국민들께 실망을 주고 군을 불신하는 요인을 줘 죄송스럽다"고 했다. 

미국 사례와 비교하며 한국의 군 댓글조작 수사와 재판이 잘못됐다고도 지적했다. 이 전 단장은 "비슷한 미국 사례를 보면 부럽다 못해 한숨이 나온다"며 "미국의 에드워드 스노든이 CSI가 전세계 인사 상대로 불법 도청한다는 사실을 폭로했지만 당시 사이버사령관이 인정하고 개선을 약속하니 언론에서 더는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조사를 하면서 만천하에 군사 조직 기밀이 공개되고 조직이 범죄자로 낙인찍혀 살게 됐다"면서 "오늘 증언이 현재 군생활 하는 후배들에게 상관을 불신하고 국가에 충성하는 것이 별거 아닌 것으로 생각들게 할까 우려스렵다. 이런 제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피고인석에 앉은 김 전 장관은 이날 이 전 단장의 발언을 굳은 표정으로 묵묵히 지켜봤다. 김 전 장관 등은 지난 2011년 11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사이버사령부 사령관, 부대원 등에게 온라인상에 당시 정부·여당 지지 및 야당·야권 비난 등 정치적 의견의 글 9000여개를 게시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전 단장도 같은 기간 자신이 단장이었던 국군사이버사령부 530단 소속 부대원들을 동원해 박근혜(66)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내용 등의 댓글을 작성, 정치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이 전 단장은 항소심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지만 기각되자 헌법소원을 냈고, 대법원이 이 전 단장에게 죄가 더 있다는 취지로 사건을 다시 심리할 것을 주문해 현재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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