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홀대’저주의 굿판을 치워라


우리나라 경제는 많은 딜레마를 안고 있다. 중소기업 문제다. 대기업 비중이 너무 크고 중소기업 비중이 작은 구조다. 그나마 국내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대기업 하청업체로 홀로서기가 힘든 시장적 구조에 허덕이는 것이 현실이다. 대선과 총선 공약에서 중소기업 활성화 방안들이 언제나 단골메뉴로 우후죽순으로 나오고 있다. 또 시장경제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조직과 자본력에 밀려 영역이 나날이 좁아지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 문제에서는 별다른 해법과 결과를 보여준 정권과 정당은 없다. 때문에 이번 대선에서 ‘경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로 당선된 이명박 당선자에게 거는 기대는 크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중소기업의 시장을 열 수 있고 피부에 와 닫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획특집 ‘위기의 중소기업을 살리자’를 통해 진단과 해법을 강구한다.

“중소기업 문제에 대해 뚜렷한 해법을 제시한 정권은 없었다.” 지방에서 제조업을 운영하고 있는 한 중소기업 대표의 넋두리다.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정치권이 중소기업 정책을 표심을 잡기 위한 선심성 정책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문제를 털어놓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2005년 말 현재 국내 중소기업 종사자수는 1077만명을 넘고 있다. 전 산업체 종사자수 1222만명의 88% 수준이다.

중소기업의 현주소가 정권을 결정한 표심들의 사후 평가를 가름하는 지표인 셈이다. 또 역대 정권들은 근로시장 안정화 해법을 중소기업에서 찾았다. 그러나 해법과 결과는 시원치 않았다.


대기업 중심 마인드 개조돼야

박상희 중소기업포럼 대표는 지난해 9월에 열린 ‘중소기업의 문제점과 재벌개혁’ 포럼을 통해 중소기업이 보호와 육성의 대상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정책이 업체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는 것보다 중소기업을 보호 육성하는 정책에 머물렀다고 지적한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10월 대선을 앞두고 앞두고 후보와 정당에게 5대 중소기업정책 과제를 제시했다.

내용을 보면 공공구매 지원제도 개선과 소상공인 자생력 확보, 연구개발비 지원 강화, 중소기업전용 홈쇼핑 채널 확보, 장관급 중소기업 전담부처 설치 등이다.

그러나 상당수의 업체 관계자들은 떡고물식 지원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 시스템 구축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이와 같은 주장은 국내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대기업 하청업체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구조 때문이다.

또 대기업의 중소기업시장에 무차별적으로 참여하면서 영세업체들의 입지를 좁게 만들고 있다.

재벌집단 기업들은 자본과 기술집약적 사업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야 하지만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소규모사업 영역의 부문별한 진출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00년 대기업 S사가 납품 업체 대신 계열사에 독점 공급 결정을 함으로써 20여개의 중소기업이 도산된 사례는 대표적이다.

일부 재벌들은 상속을 위해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과 부당 내부지원 거래를 선택, 중소기업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육식동물군의 비정상적인 급증으로 초식동물과 식물군이 설 자리를 잃고 있는 셈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공정거래를 통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시스템 구축방안’ 보고서를 통해 대기업 중심의 경제성장 문제점을 지적했다.

(떡고물식 선거공약 지양해야)

대기업들이 정부의 지원과 보호정책, 상호출자 등을 통해 빅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성장하면서 생산요소를 독점, 중소시업들이 자금과 인력 등 자원 배분 과정에서 소외되고 있다.

또 이와 같은 문제는 중소기업의 연구·개발비 투자가 저조하면서 부품소재 업체가 제대로 발전하지 못하는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중앙회 자료에 따르면 첨단업종일수록 부품·소재의 수입 의존 구조는 더욱 고착돼 2000~2005년 반도체, 평면 디스플레이, 무선통신기, 컴퓨터 주변기기 수입 의존도가 50%이상을 넘고 있다.

대기업의 횡포도 문제를 낳고 있다. 시장지배력을 이용, 원가부담을 일방적으로 하청업체에 전가하는 등 불공정 거래 관행이 중소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 남용 행위는 유망 중소기업이 제대로 성장하기도 전에 시장에서 도태되는 사례까지 낳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출범하면서 민생경제를 가장 먼저 챙기겠다고 밝혔다.

이 당선자의 중소기업 공약은 대기업과 공생하는 시장 환경 조성과 맞춤형 중소기업 지원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대기업의 협력 중소기업에 대한 자본 참여 추진과 불공정 하도급 거래 감시 강화, 중소기업에 대한 네트워크 론(Loan) 확대, 수급기업투자펀드 확대로 협력 업체, 안정화 지원, 협력 성패 사례 분석과 홍보 강화 등을 약속하고 있다.

이는 국내 중소기업 대부분이 대기업의 하청업체 한계를 벗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경제 대통령의 과제

이를 위해 법인세 인하와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의 가업 승계를 위해 상속세 감면 방안도 중소기업인들의 눈길을 사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경제 규제 완화를 표방하고 있는 이명박호가 불투명한 지배구조로 문어발식 확장과 족벌 경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상황에서 중소기업 정책이 헛구호에 머물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역대 정권의 중소기업 정책 약발이 먹히지 않은 원인이 재벌 중심으로 구축된 시장이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이명박호는 중소기업이 중견기업과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순환궤도를 구축하기 위한 공정경쟁제도 정착을 빠른 시간 내에 이끌어내야 하는 과제를 갖고 있는 것이다.

박상희 중소기업포럼 대표는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어떠한 지원정책보다도 재벌개혁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재벌개혁과 감세 정책 필요”

“중소기업 문제를 놓고 처방전 없이 일반적 얘기만 늘어놓고 있다.” 박상희 중소기업포럼 대표는 중소기업 정책이 겉돌고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박 대표는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은 자금, 기술, 인력, 판로로 요약했다. 특히 판로 부분은 중소기업을 가장 옥죄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업체가 신제품을 팔아야 기술 개발과 품질 개선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이라는 것이 박 회장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서는 재벌개혁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중소기업 대부분이 대기업의 하청업체의 한계를 벗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활성화와 규제개혁으로 대기업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과연 규제가 심해서 투자가 안 되는 것이냐는 제고를 해야 한다.”

박 대표는 “대기업이 문어발식이 아니라 핵심 업종으로 가야 하는 것은 아니냐”며 시장을 재벌들이 독식하는 것에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주요 원자재를 재벌 기업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이러한 독점에 대해 규제해야 중소기업을 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업종이 다양하고 종사자도 많기 때문에 밀착형 정책이 필요하다. 틈새정책이 필요하다”며 “구체적으로 감세정책과 조세 과목이 너무 많은 문제를 해결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기업 부담 세금이 세계 몇 위안에 들 것이다. 준조세를 줄여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준조세 때문에 사람 쓰는 것이 힘들다. 고용허가제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과거 산업연수제도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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