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이 좋고 매부 좋고” 오너일가 끼리끼리 연계

LG그룹 본사 · 삼성그룹 사옥

Inter brand는 매년 비즈니스위크를 통해 <세계 100대 글로벌 브랜드>의 브랜드가치평가(Brand valuation)를 발표한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125억 달러 (2004년 기준)이다. 국내 대기업들이 '인하우스'(In House) 광고대행사를 통해 자사 브랜드 관리에 나섰다. 대기업이 광고대행업 진출하는 것은 경영, 마케팅 등에 관한 회사비밀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광고대행업에 진출한 대기업에 현황에 대해 알아본다.

국내 광고업계에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대기업들이 속속 계열 광고회사를 설립하는가 하면 광고제작과 매체대행을 분리해 맡는 전문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기존 대기업의 광고대행을 맡았던 독립광고대행사에 입지가 좁아들면서 광고업계도 대기업 위주로 재편될 전망이다.

최근 LG그룹은 인수·합병(M&A)방식으로 옛 ‘LG애드’를 부활시켰다.

지난 10월 24일 LG그룹은 다국적 광고회사인 ‘지투알’의 지분 33%를 취득해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LG는 지난 2002년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LG애드를 영국의 다국적 광고회사인 WPP에 매각했다. WPP는 LG애드의 사명을 HS로 바꾸고, 지투알이라는 지주회사를 통해 지배했다.

이번에 LG가 지투알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옛 LG애드는 6년 만에 친정인 LG품에 안길 수 있었다.

문제는 광고대행사 엘베스트. 엘베스트는 LG그룹에서 계열분리한 LB인베스트먼트(구 LG벤처투자)구자두 회장의 아들이자 LG그룹 구본무 회장의 사촌인 구본천 LB인베스트먼트 사장이 설립했다.

광고계 일각에선 ‘한 지붕 두 가족’간에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대두됐다. 하지만 지투알이 LG로 지분매각하기 전에 엘베스트를 인수함으로써 교통정리를 끝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최종승인이 떨어지면 지투알은 엘베스트와 합병을 통해 사명 변경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SK도 지난 5월 SK마케팅&컴퍼니(SKM&C)를 설립했다.

SK는 지난 98년 자회사였던 ‘태광멀티애드’를 외국계 독립광고회사인 TBWA에 넘겼다.

SK마케팅&컴퍼니은 그 동안 TBWA가 수행하던 SK텔레콤, SK에너지 등 광고물량을 대거흡수하면서 매출액 3위(9월 기준) 광고대행사로 단박에 급부상했다.

광고업계에서는 이를 ‘제2의 이노션의 등장’으로 보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의 계열사인 이노션은 설립 3년 만에 방송광고 기준 매출액 순위 2위에 올랐다.

현재 삼성그룹(제일기획), 현대·기아차그룹(이노션), LG그룹(지투알), GS그룹(실버블렛), SK그룹(SK마케팅컴퍼니), 롯데그룹(대홍기획), 한화그룹(한컴), 두산그룹(오리콤), 보광그룹(휘닉스컴), 대상그룹(상암) 등이 인하우스(In House) 광고대행사를 두고 있다.

또한 중견기업인 일동제약(유니기획), 한국화장품(대보기획),일양약품(더화이팅콕스컴),매래에셋(웰미디어),종근당(벨커뮤니케이션), 코리아나(스위치코퍼레이션),프라임산업(영컴) 등 대형 광고주가 자사 광고회사를 설립했다.

광고업계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재벌그룹이 광고회사를 설립하는 이유는, IMF 외환위기 당시 자사 광고회사를 다국적 광고회사에 매각하면서 광고를 내주었던 그룹들이 계약 기간이 완료됨에 따라 다시 자사 광고회사를 설립하고 있는 것”이라며 “자회사인 광고대행사를 운영할 경우 여러 가지 이익이 있다. 브랜드관리를 할 수 있고, 회사 비밀을 보장을 받을 수 있다. 또한 광고 집행을 통해 매체관리도 가능하다. 광고 집행을 통해 일정액에 수수료를 받고 있어 회사를 경영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한마디로 꿩 먹고 알 먹는 알짜 사업이다. 이 때문에 대기업들이 인하우스 광고대행회사를 운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10대 광고회사 중 8개 회사가 자사 광고회사이다.

독립 광고회사의 명맥을 유지하던 웰콤, TBWA 중 SK그룹에 물량을 뺏긴 TBWA는 곧 순위권 밖으로 밀려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광고업계도 자연스럽게 대기업 계열 광고대행사와 독립광고대행사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광고업계에선 광고제작과 매체대행만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부티크 에이전시(중소형 광고전문회사)’에 활약이 눈에 띈다.

지난해 설립된 광고제작 전문회사 ‘크리에이티브 에어’는 최근 연예인 원빈과 김태희를 모델로 내세운 LG싸이언 광고를 통해 회사를 알렸다.

이밖에‘미디어위빙’ ‘캐러트 코리아’ ‘피디에스미디어’ 등 신생 매체대행 전문 광고회사들도 매출순위 20위권을 넘나들고 있다.

한국광고단체연합회 김환(金煥) 차장은 “광고제작과 매체대행의 분화는 세계적 선진화 추세”라며 “하지만 대규모 물량을 앞세운 국내 계열 광고회사의 위력은 여전히 막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광고대행사에 대한 시민 단체에 반대여론도 심하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는 “자사 광고회사는 광고주가 소비자를 의식하기보다는 어떻게든 많이 팔기 위한 고민을 하다 보니 광고의 질이 떨어진다”면서 “소비자는 광고를 통해 정보를 얻고, 시장 원리를 익히며, 또한 광고 자체에서 즐거움을 찾는데 이런 문화적 기능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창의적인 광고물이 줄어들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상업적이고 건조한 광고 문화가 만연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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