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수원 강의석 기자] 거의 다 이긴 선거에서 결국 진 대표적 사례가 미국의 2004년 대선이다. 당시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민주당의 존 케리 후보에게 고전을 면치 못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케리는 부시를 앞섰다. 그러나 케리는 막판 뒷심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 이유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많지만 그 중 하나가 이른바 '테레사 망치기(Teresa trashing)'다. 존 케리의 아내인 테레사 하인즈 케리가 각종 미디어를 통해 집중공격을 당한 결과 그녀의 이미지가 나쁘게 변했고 존 케리의 지지율도 떨어졌다는 것이다.

미국 뉴스위크의 여성 편집인 헨네버거는 대선이 벌어진 그해 11월 쓴 칼럼 '테레사에 대한 불공정한 공격(The Unfair Attacks on Teresa Heinz Kerry)'에서 "단지 전통적인 여성상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만으로 테레사는 남편의 선거전 기간 내내 부당한 공격을 당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와 유사한 사례가 우리나라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트위터 계정주 사건'을 둘러싸고 이재명 경기도지사 부인 김혜경씨 '때리기'가 집요하게 자행되고 있다.

사실여부를 떠나 정치인 아내의 도덕성이 집중 공격 받는 것이 '테레사 망치기'와 '혜경씨 때리기'의 가장 큰 공통점이다. 선거 이후에도 공격이 지속된 것도 똑같다.

임기 시작 직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지사의 지지율이 하향국면을 면치 못한 것도 케리의 낙선 사례와 같은 현상이다. 이쯤이면 이재명 지사가 '혜경씨 때리기'를 뚫고 당선된 것이 용할 정도다.

'테레사 망치기'에 대한 미국 내 진보주의자, 페미니스트들의 지원사격에 비하면 '혜경씨 때리기'에 대한 엄호는 미미하다. 아니, 관심 밖이거나 오히려 맘카페의 '씹을 거리'가 되기도 한다.

그런 가운데 한 여성의 인권은 가혹하게 무너져내리고 있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혜경씨 때리기'에선 딴 세상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김정숙 여사와 전국을 돌던 '이재명 여성특보' 김혜경 여사의 '헌신'은 '헌신짝'처럼 버려졌다. 무조건 대통령을 욕한 '나쁜 여자'라는 것이다.

이쯤 되면 아무리 이재명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이게 정상인가?" 음모론이 싹트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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