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연제 지역구에서 한나라당 중진 의원을 예선에서 물리치고 최연소 여성 국회의원이 된 김희정(34) 의원. 스스로 ‘79세대(70년대 출생-90년대 학번)’라고 불러달라고 할 만큼 발랄하고 겸손하다. 그렇지만 할 말은 똑 부러지게 하는 신세대 여성이자 정치인이다. 왜 정치인이 되었느냐는 질문에 “어릴 때 꿈이 로봇 조종사였다. ‘독수리 오형제’처럼 지구를 구하는 것이 내 소원이었다. 그런데 기다리고 기다려도 ‘우주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고, 결국 역사 위인전을 열심히 읽은 후에 지구보다는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 훌륭한 정치인이 되기로 했다”고 다소 엉뚱한 답변을 했다. ‘왜 훌륭한 정치인이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한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지식인이나 과학자들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들을 지원하고 격려해줄 훌륭한 정치인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신대륙을 발견한 것도 콜럼부스 같은 사람을 발탁해서 지원한 훌륭한 왕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국가의 흥망성쇠는 훌륭한 정치인의 유무에 달려 있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래서 중학교 때 막연하게 꿈꾸던 정치인의 길을 가겠다고 결심한 시기가 고등학교 때였다. 그래서 대학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다. ‘학생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김 의원은 “아니다. 우리 79세대는 386 세대와 다르다. 우리는 70년대 풍요의 시대에 태어났고, 80년대 군사독재 시절을 겪지 않고, 90년대 문민정부 시절을 보냈다. 따라서 우리는 법과 질서 속에서 절차와 과정을 거치면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고 말해, 학생 운동=정치 진출이라는 ‘낡은 도식’을 단호하게 거부했다.

김 의원이 언론의 관심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34살의 미모의 미혼 여성이라는 점 때문이다. ‘얼짱 정치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도 했다.“솔직히 결혼보다는 정치가 더 좋았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상대가 없었다. 지금 내게 17대 최연소 의원, 역대 최연소 여성 국회의원이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니지만 그보다 앞으로 ‘의정 활동하면서 결혼하는 여성 의원’이라는 타이틀을 원한다.”김 의원의 결혼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어떤 남자를 신랑감으로 원하냐’는 질문에 “자상하고 카리스마 있는 남성이 좋다. 카리스마는 ‘칼 있으마’로 해석되고, 내가 남편에게 칼을 쥐어 주겠다”고 단호한 태도로 말한다.

기본적으로 정치가 체질에 맞는다는 김 의원이지만 정치 자체에 환멸을 느낄 때도 있었다고 한다. “차떼기 사건이 일어났을 때 정말 정치가 싫어졌다. 나는 다른 곳에 좋은 조건으로 갈 수 있었지만 한나라당을 진정으로 사랑했기에 최저생계비에 불과한 박봉으로 일했다. 게다가 결혼마저 미뤄가며 당에 충성했다. 다른 대다수 당직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우리도 모르는 새에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부끄럽기도 했고, 억울하기도 했다. 일단 내가 몸담고 있는 한나라당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 게 부끄러웠고, 다른 한 편 나는 전혀 모르는 일 때문에 왜 내가 차떼기 공범이라는 시선을 받아야 하는 지 억울했다. 그 때는 정말 정치가 싫어졌다.” 마지막으로 김 의원은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고 했다. ‘꼴보수’가 아니라 ‘개혁적 보수주의’로서 깨끗하게 살고 싶다. ‘노블리스 오블리제’ 정신을 절대로 잊지 않겠다. 우리가 만든 법과 질서를 우리들 스스로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각오로 일하겠다”고 자신의 정치적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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