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선 회장 M&A 귀재서 낙오자로

유진그룹 유경선 회장

‘M&A’의 귀재로 떠오른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의 시름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하이마트의 저조한 실적이 재무건전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유진그룹을 재계서열 30위로 끌어올린 하이마트가 졸지에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것. 사면초가에 놓인 유진그룹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이 대형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4년 초. 고려시멘트를 인수하면서 부터다.

지난 2년은 유진그룹 입장에선 고도성장의 시기였다. 2006년 서울증권을 1621억원에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2월에는 택배업체 로젠 지분(57.1%)을 294억원에 사들였다. 그해 8월에는 다시 물류업체 한국통운과 한국GW물류를 인수했다.

그중에서도 하이라이트는 단연 지난해 12월 하이마트 인수다. 하지만 하이마트 인수는 장밋빛 전망 대신 곧바로 그룹의 부담으로 돌아왔다.

유진그룹은 자체 자금 6000억원을 제외한 돈을 금융권 차입(1조1000억원), 전환사채 발행(3000억원)으로 충당했다. 돈을 빌려 기업을 인수하는 전형적인 차입인수다.

인수 기업에서 수익을 올려 이자비용 등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게 유경선 회장의 생각이었지만 이는 곧 어긋났다. 하이마트의 순차입금은 1조6000억원이 넘는 수준이다. 지난해 말 1098억원에 비하면 15배나 넘게 높아졌다.


차입 인수로 금융비용 눈덩이

때문에 증권업계에선 유진그룹의 재무 유동성 악화설이 순식간에 퍼졌다. 실제 그룹 주력사인 유진기업의 기차입금은 지난해 말 990억원에서 상반기 4248억6000만원으로 급증했다. 총부채는 지난해 말 4151억원에서 7703억원으로 배 가까이 불었다. 이자 비용은 상반기에만 210억5000만원에 이르렀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물류사업 정리설과 하이마트 재매각설이 M&A시장을 중심으로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어 이목이 집중된다. 2조원에 이르는 인수대금 부담이 재매각의 배경으로 떠올랐다.

결국 유경선 회장이 빼든 카드는 금융업(유진투자증권)의 포기. 유 회장에 대한 경영능력 부재 논란이 이는 것 또한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 유진그룹 측은 ‘경영전략변화’에 따른 일환일 뿐이란 입장이다. 증권업계 또한 금융권 포기란 유진그룹 측 선택에 대해 ‘유동성 확보를 위한 방안’ 쯤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재계의 시각은 냉정하기만 하다. 인수한 기업을 2년 만에 도로 토해낸 데는 유 회장의 M&A 전략이 실패했기 때문이란 평가다.

‘경영전략변화’가 서울증권과 한국GW물류 정리의 핵심 원인이었다면 그룹 차원에서 이러한 결정을 하도록 결정한 유 회장의 전략 미스란 얘기다. 또 증권업계에서 말하듯 ‘유동성확보’가 정리의 이유라면 유동성 문제가 불거질 정도로 M&A에 집착한 유 회장의 아집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재계 30위 속빈 강정

이로써 유진그룹에 남은 것은 로젠택배, 한국통운, 하이마트 3곳. 그러나 이마저도 매각설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재계의 한 관계자는 “M&A계에 새로운 강자로 등장하면서 재계 30위권에 진입한 유진그룹 유경선 회장이 쉽게 그 자리를 포기할 것으로 보이진 않지만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금융시장이 패닉상태이기 때문에 유 회장에게 남겨진 상황은 어둡기만 하다”고 귀띔했다.

유 회장의 시름은 이뿐만 아니다. 유진투자증권에 대한 매각도 순조롭지만 않다. 실제 업계는 ‘증시침체가 장기화 되고 있는 가운데 매력적인 투자처도 아닌 유진증권이 과연 제 값을 받을 수 있을까’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택배시장도 적자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살아남는 자가 강자’인 상태가 연출되고 있는 까닭이다. 특히 택배 업계 ‘빅4’의 강세에 맞설 무기도 없다. 그나마 ‘하이마트’ 물량이 로젠택배 백기사로 나설 뿐이다.

한편 유경선 회장은 철인경기를 즐기는 CEO답게 한 번 결정한 사안은 변경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유동성 위기설이 도는 상황에서도 유경선 회장은 또 다른 인수합병에 욕심을 내기도 했다.

‘M&A의 달인’에서 ‘승자의 저주로 어려움을 겪는 CEO’로 평가가 급변할 상황에서 유 회장의 결단이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 관심거리다.


#유진그룹 기업인수합병 현황

2004년 1월 고려시멘트 인수
2006년 12월 서울증권 지배주주 승인(금융감독원)
2007년 2월 로젠택배 인수 및 계열사 편입
3월 서울증권 및 금융자회사 계열사 편입
7월 나눔로또 컨소시엄 2기 로또사업자 선정
8월 한국GW물류 인수 및 계열사 편입
9월 한국통운 인수 및 계열사 편입
12월 하이마트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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