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레스 오블리제는 뒷전, 주가 떨어지자 상속 러시

미국 발 금융위기 여파로 경기 침체가가 가속화되고 있다. 국제 환율과 금리가 올랐다. 기업의 부도가 속출하고 있다.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가 넘쳐난다. 생활고를 비관한 자살이 늘고 있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경제전망이 어둡다. IMF이후 최대 경제 위기이다. 그러나 재벌그룹 오너일가는 오히려 위기가 기회가 되고 있다. 주가가 반토박이 난 틈을 타고 ‘부(富)’의 상속이 가속화되고 있다. 상속은 갓 태어난 신생아에서부터 경제 활동이 없는 미성년자까지 다양하게 부가 이동되고 있다. 재벌가의 ‘부의 상속’에 대해 알아본다.

위기는 기회이다.

IMF 외환위기보다 더한 한파를 몰고 온 미국 발 경제위기가 재벌에겐 기회가 되고 있다.

주가가 반 토막이 났다. 손실을 본 개미들이 주식시장을 떠났다.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주식시장에 뛰어든 대기업 오너일가는 ‘그들만의 축제’를 시작했다.

기업 오너가 직접 주식을 늘리거나, 자녀와 가족들에게 계열사 지분을 매입하도록 하도록 하거나 주식을 증여하는 등 우회적인 방법으로 ‘부’를 상속하고 있다.


3살 짜리가 32억원 가량 주식소유

부의 상속은 갓 태어난 신생아에서부터 배움의 기초를 닦는 초등학생, 그리고 사춘기 시절의 중·고등학생, 그리고 성인이 된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나이대별로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재벌가의 ‘부’ 상속은 태어나자마자 시작된다. 남양유업은 만 한 살배기 젖먹이가 주요 최대 주주로 등재됐다. 남양유업 홍원식(58) 회장의 친손자 윌리엄군이다. 홍군은 2007년 4월생으로 올해 나이 만 1세에 불과한 갓난아기다. 아직 걸음마도 떼지 못했을 홍군이 가진 남양유업의 보유 지분 가치는 약 19억 원이다.

유아 가운데 주식부자는 고려아연 최창영 회장의 손자 이승원(남)군이다. 주식평가액 약32억원을 소유하고 잇는 걸로 알려진다. 이군의 나이는 3세이다.

그 뒤를 이어 조선내화 회장 손자 이문성(남·4)군은 약 6억 원 가량에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걸로 알려진다.

이밖에 이명박 대통령 외손자와 외손녀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의 장남 재완(남·2)군과 유빈(여·5)양, 조현식 한국타이어 부사장의 장남 재현(5)군와 차남 재남(남·2)군, 전필립 파라다이스 회장 차남 동인(남·4)군이 각각 2억여 원이 넘는 지분보유액을 가지고 있다.

재벌가 청소년들의 지분 소유도 만만찮다.

프레스 제조업체인 심팩은 최진식 회장의 1991년생 딸이 지난달 28일 처음으로 주식 5만5450주를 장내 매수했다. 약 1억1000만 원가량을 주식 매입에 투자했다.

현대시멘트는 정몽선 회장의 손녀(1994년생)가 지난달 29일 주식 500주를 매입해 보유 주식을 2120주로 늘렸다. 11월 6일 현재 주식 평가액은 1700만 원가량이다.

문배철강 역시 배종민 대표이사의 1999년생 아들이 지난달 28일 5000주를 사들여 지분을 6만1050주로 늘렸다. 배군은 문배철강 외에 계열사인 NI스틸의 주식도 1억 원어치 이상 보유하고 있다.

국내 1797개 전체 상장사의 대주주 및 특수 관계인 4503명 가운데 10억 원 이상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미성년자는 51명인 것으로 알려진다. 비상장 주식을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청소년 주식 부호 1위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사장의 장녀 민정(17세. 530억 원), 2위는 구본식 희성전자 사장의 장남 웅모(19세, 400억 원), 3위는 고(故)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의 차녀 유홍(20세, 330억원). 4위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 동선(19세, 280억원), 5위는 전윤수 성원건설 회장의 장남 동엽(14세, 21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100억 원이 넘는 주식 보유액을 가진 것으로 나타난 재벌가 청소년 주식 부호는 허용수 GS홀딩스 상무의 장남 석홍(7세,180억원), 구본준 LG상사 부회장 딸 연제(18세, 170억 원), 윤장섭 성보실업 회장 조카 손자 태현(15세, 116억원), 정몽진 KCC 회장의 아들 명선(14세, 100억원)을 기록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사장 장녀 530억원 주식 보유

또한 허태수 GS홈쇼핑 대표의 딸인 정현(8세, 87억원), 구자용 E1 대표이사의 딸인 희연(17세, 30억원),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손자들인 명선(12세, 20억원), 도선(11세,17억원), 제선(8세, 18억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대표의 차녀 호정(13세, 6억6000만원) 등이 '미성년자 주식 부자'로 꼽히고 있다.

재벌 오너들이 그들의 자손인 손주·손녀들에게 지분을 순차적으로 매입해 향후의 경영권 승계에 대비하는 것은 새로운 일도 아니다.

하지만 요즘 같은 주식 대폭락 장세에 몇십 주도 갖지 못한 서민들이 소폭의 등락에도 일희일비하는 것에 비추어보면 이들의 주식 매입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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