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인증 필요없어요” 무방비로 노출된 아동‧청소년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북, 텀블러 등 해외기업 사회관계망서비스(이하 SNS)에서 음란물 유통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동‧청소년에게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조치는 극히 미미해 음란물 유통의 온상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 높은 규제 수준, 해외업체에도 적용시켜야”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용이 증가하면서 과거보다 ‘손쉽게’ 음란물을 접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초등학생 때부터 음란물을 접하는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 ‘청소년 매체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이하 청소년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청소년 1만564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지난 1년간 성인용 영상물을 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청소년은 41.5%다. 이 가운데 초등학교 5~6학년생의 음란물 시청 비중은 16.1%로 2년 전(7.5%)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청소년들이 음란물 등 유해 콘텐츠를 쉽게 볼 수 있는 곳은 포털사이트가 대표적이다. 포털사이트에 접속해 검색어를 입력한 뒤 결과를 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초 안팎이다. 음란물 또한 검색어 입력과 클릭만으로 10초 남짓한 짧은 시간에 찾아볼 수 있다.
일부 검색어에서는 ‘청소년에게 유해한 결과는 제외되었습니다. 만 19세 이상의 사용자는 성인인증을 통해 모든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나오며 성인인증을 하라는 메시지가 나왔지만 성행위 장면을 묘사한 이미지, 나체 사진 등은 버젓이 공개돼 있었다.
성인인증을 하지 않고도 음란물을 볼 수 있는 우회 경로도 있어 문제다. 국내가 아닌 해외 포털사이트에 우회 접속해 검색어를 입력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접속하면 성인인증 없이도 모든 게시물이 공개되는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포털사이트는 청소년들이 음란물을 접하는 주된 경로로 지목된다. 여가부 청소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성인용 영상물을 접하는 경로 1위에 ‘인터넷 포털사이트(27.6%)가 꼽혔다. 상당수의 청소년들은 유명 포털사이트에서 관련 검색어를 통해 성인용 영상을 찾고 성인 콘텐츠를 접하고 있었다. 해당 포털사이트에서 성인인증을 거쳤다는 응답은 전체 사례 4247건 중 31.4%에 불과했다.
그 뒤로는 유튜브 등 동영상 사이트(19.1%)다. 유튜브는 이용자가 급격히 늘면서 음란물 유통 창구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하면서 SNS도 음란물의 유통 경로가 됐다. 여가부에 따르면 SNS에서 성인 인증을 거쳤다는 응답은 26%에 불과하다. 특히 SNS ‘텀블러’의 음란물은 청소년이 무방비로 접근 가능해 한동안 사회적인 논란을 낳았다.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 윤상직 의원(자유한국당)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텀블러는 무려 11만9205건의 불법유해정보 시정요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대부분(11만8539건)은 성매매‧음란 정보에 관련한 시정요구였다.
‘조건녀’, ‘조교’ 검색
부모 ‘충격’
주부 A(42)씨는 최근 10대 아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낮 뜨거운 게시물을 접하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됐다. 아들의 페이스북 공유 목록에는 불법 유흥 정보를 홍보하는 게시물은 물론이고 여러 포르노 사이트를 정리해 놓은 게시물까지 있었다.
A씨는 “친구들과 일상생활을 공유하는 소통 공간이라고만 생각했지 이런 게시물에 무분별하게 노출돼 있는지 몰랐다. 충격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부 B(38)씨도 놀란 것은 마찬가지다. 10대 아들이 텀블러 어플리케이션(이하 앱)을 통해 ‘조건녀’, ‘X파’, ‘조교’ 등을 검색한 기록을 보게 된 것. 해당 문구를 검색하자 음란물을 올린 여러 게시자가 나와 충격을 더했다.
SNS 음란물이 청소년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 선정적인 콘텐츠는 난무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규제 없이 방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10대들의 성 의식이 심각하게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국내‧해외 적발 건수
10배 이상 차이나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송옥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네이버, 아프리카TV, 줌인터넷, 다음 카카오 등 국내업체 4곳의 성매매‧음란 정보 위반 건수는 1만6183건이다. 그러나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북 텀블러 등 해외 SNS에서는 16만2905건이 위반, 방심위에 적발됐다. 약 10배 이상 차이나는 것.
처리 형태에서도 상반된 모습을 나타냈다.
5년간 성매매‧음란 정보 시정요구에 국내업체 4곳은 삭제 1만4090건(87%), 이용해지 1297건, 접속차단 처리는 3건이었다. 반면 해외업체 4곳은 접속차단이 16만427건(98.5%)이었으며 삭제 처리는 3건에 불과했다.
삭제와 이용해지는 방심위가 해당 유해정보 제공 업체에 게시물 삭제 및 해당 게시물을 올린 사용자에 대한 가입 해지를 직접 요청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접속차단은 방심위가 해당 업체에 직접 요청하는 것이 아닌 국내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망 통신사업체)에만 접속링크 차단을 요청하는 방식이다.
접속차단 방식의 경우 삭제와 달리 게시물이 영구적으로 삭제되지 않으며, https 프로토콜을 이용하는 등 우회적인 경로로 접속이 가능한 실정이다. 즉, 해외업체 4곳은 국내업체 4곳에 비해 성매매‧음란 정보가 10배 이상이나 많음에도 불구하고 훨씬 약한 규제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송 의원은 “SNS나 콘텐츠 유통매체 중 파급력이 큰 것들은 대부분 트위터나 유튜브 등 해외업체이지만, 제대로 된 규제가 이뤄지지 않아 아동과 청소년들이 선정성 콘텐츠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라며 “국내업체들에 대한 높은 규제 수준을 해외업체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강력하고 실질적인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