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가 며느리들이 주식 판 이유는 “아무도 몰라”

두산그룹이 애지중지하던 주류사업부문을 M&A시장에 내놨다. 소주 ‘처음처럼’으로 유명한 두산주류 사업부문은 줄곧 매각설에 시달려 왔다. 그때마다 두산 오너와 CEO는 적극적으로 이러한 소문을 일축했다. 그러나 최근 두산은 그간의 해명을 뒤로하고 주류사업 부문을 경매에 내놓았다. 예상 밖의 일이었다. 금쪽같은 주류사업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두산그룹의 현 상황을 분석해 봤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주류 매각은 없다.”(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회장)

“주류 사업이 두산그룹의 뿌리격인 데다, 이익을 내고 있어 매각할 계획이 없다.”(한기선 두산주류 사장)

두산그룹이 그간의 입장을 180도 바꿔 결국 주류사업부문을 내다팔기로 결정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인 셈이다. 이에 증권업계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처음처럼’ 매각으로 두산그룹이 유동성 논란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주력 계열사 몇 곳에서 재무적 불협화음이 나고 있는 탓이다. 실제 두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두산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두산건설과 삼화왕관은 이미 창고가 바닥난 상태다.

이 중 두산건설과 삼화왕관의 경우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유동성위기설에 ‘휘청’

특히 두산건설은 서울시내에 있는 두산위브 아파트 몇 곳에서 끊임없이 하자가 지적되고 있다. 게다가 미분양 아파트도 2400가구가 훌쩍 넘는다. 두산건설의 올 3분기 성적은 그야말로 ‘낙제점’에 가까운 셈이다. 두산건설은 국내 도급순위 11위로 1군 건설업체다.

두산건설의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지난 3분기에만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두산건설의 심각한 현금유출 현상은 지난 2007년 초부터 계속돼 왔다. 무리한 영업활동과 재무활동에 따른 결과였다.

두산의 골칫거린 건설부문만이 아니다. 병마개 전문 생산업체인 삼화왕관도 그룹입장에선 ‘미운오리새끼’다. 삼화왕관은 음료수병이나 주류병 마개만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회사다.

그동안 삼화왕관은 ‘식약청이 지정하는 업체에서만 병마개 생산을 할 수 있다’는 법에 따라 세왕금속이란 업체와 함께 시장을 양분하다시피 해왔다.

이런 삼화왕관이 최근 들어 현금성 자산 규모가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화왕관의 유동부채는 이미 현금성자산을 훌쩍 넘어 전체 유동자산 규모에 근접해 가고 있다고 한다.


자금압박 심각한 수준

한편 재계일각을 중심으로 ‘두산그룹 자금압박설’이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어 이목이 집중된다.

이와 관련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재계에선 두산그룹의 자금압박설이 이미 수개월 전부터 회자돼 왔었다”며 “최근 오너일가의 두산 주식 투매 현상을 계기로 두산그룹의 자금압박설이 사실은 심각한 수준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11월 21일 두산일가 며느리들은 어찌된 일인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두산 지분 모두를 일제히 팔아치웠다. ‘두산 자금압박설’이 탄력을 받는 것 또한 이 같은 맥락에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가(家) 며느리들이 보유한 주식은 총 10만9771주(11월 21일 기준, 주당 6만7700원). 돈으로 환산하면 약 74억3149만6700원 상당이다.

이날 주식을 판 두산 측 특수관계인은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 박진원 씨 부인인 김엘리자베스 씨 △박형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 부인인 최윤희 씨 △박석원 두산중공업 차장 부인인 정현주 씨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사장 부인 서지원 씨 △박정원 두산건설 부회장 부인 김소영 씨 △박용성 회장의 조카 박태원 씨 부인 원보연 씨 등이다.

또 이들이 판 주식은 각각 △김엘리자베스 씨 2만473주 △최윤희 씨 1만1166주 △정현주 씨 1만6750주 △서지원 씨 1만8611주 △김소영 씨 2만7918주 △원보연 씨 1만4889주다.

이런 와중에 한 가지 의문점이 발생했다. 바로 며느리들이 판 가격은 최고가 대비 4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증권가의 한 애널리스트는 “혹시 집안에 돈이 떨어졌기 때문에 집안 살림을 맡은 며느리들이 일제히 주식을 매각한 것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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