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사령탑 ‘동시 교체’ 대통령 대국민 사과해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질됐다. 김동연 부총리는 지난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위원의 질의에 “경제가 지금 위기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어찌 보면 경제에 관한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인지도 모르겠다”고 답했다. 가장 정치적인 답변을 30여 년 넘게 관료로 일해 온 그가 정치의 최전선인 국회에서 한 것이다.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않는 우리나라 경제현실에서 경제정책을 주도하는 투톱으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함께 그 책임의 경중, 그 책임의 선후를 다투고 있던 그에게 본인 스스로 나를 먼저 경질하라는 시그널을 대통령에게 보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청와대가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경질하고, 장하성 정책실장을 동시에 경질한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경질(更迭)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직위에 있는 사람을 다른 사람으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즉 어떤 직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직위 수행을 제대로 하지 못한 사람에 대해 책임을 묻는 행위가 경질인 것이다.

그렇다면 청와대, 즉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쌍두마차인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경제정책 실패를 인정한  셈이다. 생각이 다른 두 사람을 경제정책을 주도하는 투톱으로 내세운 것에 대해 본인의 잘못과 책임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질문을 하는 이유는 자본과 시장은 장하성 정책실장의 경질을 요구하고 있고, 진보 진영은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경질을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국민은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을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대통령이 책임을 지는 방법이 마땅치 않은 부분이 있다. 누구처럼 대통령직을 내려놓겠다고 억지를 부려서도 안 되는 것이며,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특기를 가진 로마황제처럼 행동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470조 원의 1년 예산을 집행하는 최고책임자이며, 5천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 안전을 책임지며, 8천만 겨레의 미래비전을 그려야 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면 그에 걸맞게 책임지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5년밖에 안 되는 임기에 이미 1년 반이나 임기가 지나갔는데 자본이 요구하고, 진보 진영이 요구한다고 경질카드를 남발하는 것은 책임있는 지도자의 모습이 아니다.

김동연·장하성 두인사가의 경질을 통해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제노선이라는 것이 그렇게 다양하고 많은 것은 아니다. 시장과 자본을 우선하는 노선이 있다면, 사람과 생활을 우선하는 노선이 있다.

전자가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노선과 가깝다면, 후자는 장하성 정책실장의 노선에 가까울 것이다. 대통령은 이를 선택하면 되는 것이고, 그 책임은 정권의 행방과 연동된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은 오랜 경제관료였던 김정렴 씨를 비서실장에 임명하면서, “경제는 임자가 맡으시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가 비서실장이었던 69년 10월부터 78년 12월까지는 우리나라 경제가 고도성장을 지속한 때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도 김재익 씨를 경제수석에 임명하면서, “지금부터 경제는 임자가 대통령이야. 앞으로 경제는 임자가 책임져”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장하성 정책실장이 거기에 해당될 것이다.

그런데 장 실장마저 교체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이 인사에 책임을 진다는 차원에서 최소한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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