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연말·연초 청와대 인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제 투톱’의 교체가 현실화되면서 이제는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는 ‘플러스알파’에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특히 정치인 출신 장차관의 경우 일부가 2020년 제21대 총선을 대비해 사퇴할 수 있어 추가 내각 교체도 점쳐진다. 문재인 정부 초반부터 국정을 함께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빠르면 연말 또는 늦어도 내년에는 장관직을 떠나 총선 준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민주당 현역 의원 출신 장관 40% 육박 인사 공백 불가피
- 난감한 靑 “입각 시점 따라 순차적 복귀해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교체를 기점으로 내각과 청와대 추가 개편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신임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 사회수석비서관, 국무조정실장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유지하되, 계속되는 경제지표 악화로 인한 분위기를 쇄신하는 차원으로 읽힌다.

‘김&장’ 전격 동시 경질,
당분간 ‘개각’ 없다지만...

문 대통령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후임으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을 내정했다. 홍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강원도 춘천 출신으로, 한양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한양대 경영학 석사와 영국 샐포드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석사를 받았다. 행시 29회로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과 대통령비서실 기획비서관,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했다.

신임 정책실장에는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이 내정됐다. 김 신임 정책실장은 경북 영덕 출신으로, 서울대 도시공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하고,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박사를 받았다. 대통령비서실 국민경제비서관과 사회정책비서관, 환경부 차관, 서울연구원 원장, 사회수석비서관을 지냈다.

특히 김 신임 정책실장은 문 대통령의 오랜 측근으로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으로 일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부동산, 탈(脫)원전, 교육, 문화, 여성 정책을 총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하성 정책실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총괄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임 국무조정실장에는 노형욱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이 승진 발탁됐다.  전북 순창 출신의 노 신임 국무조정실장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정치대학에서 국제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행시 30회로 공직에 입문했으며 기획재정부 행정예산심의관, 사회예산심의관, 재정관리관을 역임한 바 있다.

차관급인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비서관에는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교수가 내정됐다. 김 교수는 학자 출신으로 한국사회복지정책학회 회장,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위원장, 정책기획위원회 포용사회분과위원장 겸 미래정책연구단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의 싱크탱크에서 복지팀장을 맡았으며 현 정부 출범 후에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군 등에 거명됐다.

이에 따라 당분간은 추가 인사가 없을 것으로 관측되지만 내년 2월 이후에는 얘기가 다르다.  2020년 21대 총선을 준비하기 위해선 선거 전에 당에 복당, 지역구를 챙겨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인사 개편이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비서진은 물론이고 내각에서도 총선 출마에 따른 이탈 인사가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이런 점을 고려해 연말연초 주요 인사 단행 시 총선 출마 뜻이 없는 사람들을 우선 발탁한다는 기조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의 총선 출마도 대비해 인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지난 지방선거 때처럼 총선도 미리 출마자 의사를 전달받아 일괄 사표 처리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이후에는 큰 폭 인사개편 작업이 이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6.13 地選 땐 20여 명
이탈... 21대 총선은?

앞서 청와대는 지난 6월 지방선거 때도 20여 명의 참모진이 출마를 위해 청와대 문을 나섰다. 당시 청와대는 광역단체장 출마 인사들은 1월 말까지, 기초단체장 출마 희망자들은 2월 말까지 사퇴 의사를 밝히도록 내부 정리를 한 바 있다.

현재 내각에는 7명의 현역 의원 겸 장관이 포진해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들이 총선 때 한꺼번에 복귀하는 건 국회 인사청문회 등을 고려할 때 여러 모로 부담”이라며 “입각 시점에 따라 순차적으로 복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청와대 참모와 장관들이 총선에 나서려면 연말 연초부터 떠나는 게 서로에게 최적의 타이밍이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지난해 5월 첫 조각 당시 입각한 김부겸 행정안전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김현미 국토교통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중 일부는 인사 대상자로 점쳐진다. 

청와대 비서진의 교체도 예상된다. 한병도 정무수석,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조현옥 인사수석 등이 총선 출마 예상자로 분류된다. 송인배(정무) 백원우(민정) 민형배(자치발전) 권혁기(춘추관장) 김영배(정책조정) 비서관과 다수의 행정관 등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배재정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차관급)의 경우 전격 사퇴 의사를 밝히고 지난 2일 이임식을 가졌다.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출신인 배 전 실장은 부산 사상구에 출마할 예정이다.

특히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최근 눈에 띄는 대외 행보를 하는 것을 두고 정치권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30일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통상 총선 준비를 위해서는 최소 1년 전부터 지역구를 다져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임 실장이 출마 결심을 굳혔다면 늦어도 내년 봄에는 비서실장직을 그만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사실상 임 실장의 2020년 총선행을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권에서는 임 실장의 총선 출마 도전지로 서울 종로가 거론된다. 종로는 정세균 전 국회의장의 지역구로 역대 국회의장들의 경우 차기 총선에 나서지 않았다. 더욱이 ‘대한민국 정치 1번지’라는 상징성이 큰 종로에서 임 실장이 야권의 거물들을 꺾고 승리할 경우 단숨에 차기 대권 주자로 급부상할 수 있다.

한편 이처럼 정치권이 곧 ‘총선 체제’로의 전환을 앞둔 가운데 문 대통령의 지난 8일 경북 포항 방문에 대해 야권에서는 내후년 총선을 겨냥한 포석 아니냐며 각을 세웠다. 총선에 임박해 이뤄지는 지역 방문은 선거 중립 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가 미리 지역 순회 일정을 예고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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