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민선 7기에 대한 행정감사가 전국 17개 시도에서 벌어지고 있다. 10월에 치러진 국회의 국정감사와 마찬가지로 광역·기초 의회가 14일간 해당 광역단체장 및 산하 기관을 상대로 감사를 벌이고 있다. 그런데 이번 광역시도 감사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대구·경북을 제외한 15개 시도 광역단체장이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데다 이를 감시하고 견제할 의원 다수가 같은 당 소속이라는 점이다. 특히 잠룡군으로 불리거나 볼모지였던 지역에 당선된 광역단체장들의 자당 소속 의원들의 ‘흠집내기’가 도를 넘어서면서 ‘아군 적군을 구별 못한다’는 볼멘소리도 당 지도부에서 나오고 있다.

 

- 대구·경북 제외 15개 시도 수감·감독기관 모두 ‘민주당’
- ‘초록은 동색’ 의심에 민주당 초선 의원들, “거수기 아냐”

 

서울시는 11월 2일부터 14일간 행정감사를 받는다. 경기도는 12일부터 시작한다. 기타 다른 광역시도도 행정감사를 진행 중이다. 무엇보다 17개 시도 광역단체장을 감시하고 견제할 행정감사가 특정 정당이 독식하면서 ‘거수기’에 머물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아군끼리’ 총질하는 사태가 발생해 문재인 정부와 집권 여당을 곤혹스럽게 만들 수 있어 여권은 조마조마한 분위기다.

일단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서울시장은 3선 연임에 성공한 상황이다. 또한 민주당 소속 광역의원이 다수라서 다소 안심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서울시의 경우 감시할 서울시의원 110명 중 102명이 민주당 출신 시의원이고 그중 77명이 초선 의원이다. 이중 6명이 자유한국당 소속이고 바른미래당, 정의당이 각각 1명의 시의원을 당선시켰다.

서울시, ‘가족’적인 분위기
기대했는데 ‘가축적’

‘아군끼리 총질할까’라는 서울시 일각의 기대감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11월 2일부터 시작된 행정감사장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공세는 매서웠다. 민주당 소속 오한이 시의원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감사에서 서울시 문화본부가 18년도 본예산에서 전액 삭감했던 예산을 편법 집행하려던 사실을 적발해 7일 폭로했다.

도시계획위원회 신정호 민주당 시의원은 5일 도시재생본부 행정사무감사에서 서울시가 ‘2018 도시재생엑스포 대행용역’을 발주하면서 특정업체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 김경우 서울시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의원은 서울시 공무원이 근무기간이 짧고 부적절한 인사 배치와 인력 부족으로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질타했다.

급기야 민주당 문영민 행정자치위원장은 서울시 산하 인재개발원에 대한 행정감사를 진행 도중 부실한 자료 제출과 불성실한 답변을 듣고 감사를 중지 선언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 송재혁 의원은 “인재개발원장이 본인의 근무지에서 강의하면서 강의료까지 지급받은 것은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전혀 납득이 되지 않는 행위로 고위공직자로서 높은 도덕성을 바탕으로 공직에 임해야 한다”고 다그쳤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에 대한 질책도 매서웠다. 서울시 교육위 소속 조상호 시의원은 7일 성범죄 및 음주운전을 저지른 교사 등 비위·비리로 징계처분을 받은 교사들에게 여전히 성과급이 지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교육청은 4대 비위 즉 성폭력, 성적조작, 금품 향응수수, 학생 신체 폭력의 사유로 징계를 받은 교원은 성과급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의 공세가 매서워지면서 서울시 내부에서는 ‘답답하다’는 반응이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민주당 시의원 102명 중 초선이 77명이다”며 “열정적이고 의욕이 넘치다 보니 적군과 아군을 구분 못하고 포를 쏴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 인사는 “중진 시의원들은 박 시장과 긴밀도가 높지만 초선 의원들은 떨어지다 보니 개인기를 부리는 사람이 많다”며 “처음에는 같은 당 동료 시의원들이 많아져서 ‘가족적’ 분위기를 기대했는데 ‘가축적’인 분위기로 전락했다”고 한탄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경우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도의원은 전체 142명 중 민주당 135명이고 한국당이 4명, 정의당 2명, 바른미래당 1명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민주당 135명 중 109명이 초선 의원이다.

경기도 행정감사는 12일부터 시작돼 감사 중이다. 그런데 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은 감사를 시작하기 전부터 결의가 남달랐다. 민주당 박옥분 경기도의회 여성가족교육협력위원회 위원장은 11월 6일 김유임 전 경기도의회 부의장을 초청해 ‘행정사무감사는 도민이 위임한 가장 강력한 무기다’라는 주제로 특강을 실시했다.

민주당 소속 김달수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 역시 10월 22일 ‘행정사무감사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날 워크숍을 통해 문화체육관광위원들은 문화체육관광국과 사업소 및 공공기관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보고 나아가 개선할 점과 발전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토의를 진행했다. 이날 워크숍에 참여한 도의원 10명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다른 광역의원들과 달리 경기도의회가 주목받는 것은 더민주당 행정사무감사를 위해 종합상황실도 가동시켰다는 점이다. 10월 17일부터 11월 23일까지 운영되는 종합상황실은 38일간 상임위별 행정사무감사 쟁점사항을 점검하고, 도민 제보와 내부고발 접수 후 해당 상임위와 정보를 공유해 유기적, 종합적 대응과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은 기본적으로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 시절의 정책들을 짚어보겠다고 밝혔지만 초선 의원들이 상당수인 데다 개별 의원들의 이재명 지사와 현 경기도 집행부에 대한 질타도 이어지고 있다.

박원순·이재명 자당
시도의원 ‘십자포화’ 왜

이미 지석환 민주당 소속 도의원은 이 지사가 공약한 ‘청년배당’ 관련 ‘지역화폐로 지급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청년배당 지급 계획 관련 시군에 문의한 결과 경기도 자료와 내용이 다르고 지급 연령도 더 논의해야 한다”고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즉, 만 19세에서 만 24세까지를 청년으로 규정하고 경기도에서 3년 거주하면 만 24세 때 100만원을 4분기로 나눠서 25만 원씩 4번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이 시장의 대표 공약이다.

그런데 지 의원은 실질적으로 31개 시군이 배당을 지역화폐를 줄 수 있는 여건이 돼야 하는데 준비가 안 되어 있을뿐더러, 시군에서는 계획 미정인 것이 경기도에서는 계획이 있는 것처럼 문서를 넘겼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지사 역시 잘못을 인정한 것으로 경기도 관계자는 밝혔다. 이 인사는 “청년 배당 관련 도의회에 사전에 협의를 하지 않았고 31개 각 시군 역시 시비와 군비를 충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도의원들이 ‘도비만 나오면 되느냐’고 항의해 이 지사가 ‘잘못했다. 시정하겠다’고 사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이재정 경기교육감에 대한 도의원의 질타도 이어졌다. 민주당 소속 이나영 도의원은 “경기도 자유학년제가 학부모들은 사실상 방임제로 체감해 학부모 능력에 따라 학생별 경험의 질이 달라진다”며 “취지는 좋으나 그것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프로세스가 약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서울시와 경기도의 민주당 소속 초선 시도의원들의 공세가 날카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에 대해 박원순 시장과 이재명 도지사가 당내 비주류 잠룡군으로 분류돼 겪는 설움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가 사실상 정책보다는 어느 당이냐에 따라 당락이 갈렸고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고 ‘공천=당선’된 기초의원들인 만큼 친문 성향의 반감 기류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한편 서울과 경기도뿐만 아니라 민주당 소속 초선 도의원들의 자당 소속 광역단체장에 대한 공세는 대구·경북을 제외하고 전국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호남정치 1번지인 광주시의회의 경우 산업건설위원회가 지난 11월5일 광주시의 ‘자료 제출 부실’을 지적하며 행정감사를 중단했다.

현재 광주시장은 18, 19대 민주당 국회의원을 지낸 이용섭 전 의원이다. 광주 시의원은 23명인데 그중 22명이 민주당 출신 시의원이고 정의당 시의원이 1명이다. 그중 20명이 초선이다.  이는 환경복지위원회가 지난 2일 자료 부실 때문에 감사를 중단한 데 이어 두 번째다. 산업건설위원회는 집행부 사과와 제대로 된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로 화제를 모았던 송철호 울산시장도 비슷한 처지에 몰렸다. 보수 정당의 오랜 텃밭이었던 울산이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소속 시의원은 17명이 당선됐고 한국당 소속 시의원은 5명으로 확 줄었다. 민주당 소속 초선 시의원이 절반이 넘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감사가 시작되기 전 민주당 소속 안도영 의회운영위원장과 4명의 같은 당 소속 상임위원장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결의를 보였다. 안 위원장은 “행정감사는 집행부가 펼쳐온 정책과 사업을 평가하는 작업으로 감시와 견제의 작동원리가 제대로 적용될 수 있도록 살피겠다”고 말했다.

특히 윤덕권 행정자치위원장은 “민선 7기 시장공약 이행과 시정 10대 핵심과제 추진 현황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밝혀 집행부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안 위원장과 윤 위원장 모두 초선이다. 특히 초선 의원들이 상당수이다 보니 집행부에 요구한 행정사무감사 자료는 총 1496건으로 지난해보다 166건이 증가했다. 초선 의원들이 행정감사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의욕이 앞서고 있지만 반면 경험이 전무하다는 단점이 존재해 울산 집행부는 ‘우려반 기대반’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처럼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이지만 이를 감시할 광역의원 특히 초선 의원들의 의욕이 넘치면서 당 지도부 역시 우려 섞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국민혈세 낭비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지만 설익은 초선 의원들의 어설픈 감사로 인해 여당과 문재인 정부에 역풍이 불지 않을까 염려하는 모습이다.

이해찬 지도부, 후폭풍
우려 ‘초선’ 단속 주장

17개 시도중 15개 지방정부가 ‘민주당 1당 독재’로 흘러가는 것도 우려스럽지만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지 못하고 총질하는 초선 의원들에 대해 중앙당에서 문제가 제기됐고 이에 이해찬 지도부에서 어느 정도 단속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과거 열린우리당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17대 총선에서 108명의 초선 의원들이 탄생했는데 당을 멋대로 휘젓고 다녀 당이 위기에 처했던 사태가 재현될까 우려하는 것이다.

당시 108명의 초선 의원들은 당 지도부와 사사건건 충돌하면서 조기숙 교수는 ‘108번뇌’라고 표현할 정도로 골칫덩어리로 전락한 바 있다. 결국 검증되지 않은 초선 의원들의 노선 투쟁과 ‘밀어붙이기’식 강경 태도도 한몫해 ‘100년 정당’을 주창하던 열린우리당은 4년도 안 돼 사라졌고 정권도 빼앗기는 수모를 당한 바 있다.

이를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이해찬 당 지도부는 15개 시도에서 벌어지는 ‘초선들의 인지도 높이기’용 행정감사로 문 정부와 중앙당이 후폭풍을 맞지 않기 위해서라도 조율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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