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호 후폭풍 ②] 웹하드 카르텔 실세 양진호의 ‘보이지 않는 손’
[양진호 후폭풍 ②] 웹하드 카르텔 실세 양진호의 ‘보이지 않는 손’
  • 강민정 기자
  • 입력 2018-11-09 17:11
  • 승인 2018.11.09 20:00
  • 호수 1280
  • 2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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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하드·필터링·디지털 장의업체 담합해 세운 공고한 ‘카르텔’ 장벽
한국미래기술산업 양진호 회장 [뉴시스]
한국미래기술산업 양진호 회장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갑질, 폭행, 마약, 동물학대 등 한국미래기술 양진호 회장의 악행이 잇따라 알려지면서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앞서 양 회장은 웹하드 카르텔핵심 인물이라는 의혹에 연루됐다. 양 회장의 구속이 웹하드 카르텔 근절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지 세간의 이목이 쏠린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개인 도덕정 지적보다 웹하드 카르텔 구조 집중해야” 
불법 피해 촬영물 유통, 묵인 넘어 ‘조장’까지?…의혹 넘치는데 수사 진척은? 

 

웹하드 카르텔이란 인터넷 통신망을 통해 사용자들이 자료를 올리거나 내려받을 수 있는 ‘웹하드’라는 플랫폼과 담합을 뜻하는 ‘카르텔(cartel)’을 합성한 단어다. 

웹하드는 소정의 금액을 지불하고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용이하게 구할 수 있는 이점이 있어 다수가 이용하는 대중적인 플랫폼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불법 피해 촬영물의 온상’이라는 어두운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성관계 장면 촬영 후 이를 상대방 동의 없이 유포한 영상을 불법 피해 촬영물이라 정의한다. 이것은 엄연히 피해자가 존재하는 ‘범죄 영상’이지만, 웹하드에서는 이를 ‘국산 야동(야한 동영상)’ 또는 ‘XX녀’로 둔갑시켜 많은 이들이 공유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구조 심층부에 웹하드 카르텔이 있다. 웹하드 업체, 필터링(filtering·여과) 업체, 디지털장의업체 등이 이윤을 목적으로 유착해 불법 피해 촬영물의 유통을 방조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조장’까지 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웹하드 카르텔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한 여성단체들은 한국미래기술 양진호 회장을 웹하드 카르텔 관련 핵심 인물로 지목했다. 

 

눈 감고 지우고 팔고…
유착 통해 이중 수익

 

웹하드 카르텔에 연루된 대표적인 회사는 앞서 말한 위디스크와 파일노리, 뮤레카, 나를 찾아줘(미파인드)가 있다. 뮤레카는 웹하드 업체들의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고 필터링하는 업체이며, 나를 찾아줘(미파인드)는 요청을 받아 피해 촬영물 등을 삭제하는 디지털 장의업체다.

각기 다른 업무를 맡은 회사들이지만 ‘양진호’라는 공통분모로 연결된다. ▲양 회장이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의 실소유자로 알려진 점 ▲위디스크가 뮤레카의 지분을 갖는 점 ▲디지털 장의업체 ‘나를 찾아줘(미파인드)’가 뮤레카의 모회사인 점 등이 이유다.

이들이 끈끈한 유착을 통해 이득은 취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에서 불법 피해 촬영물이 유통되면 사용자들은 이를 보기 위해 금액을 지불한다. 물론 불법 피해 촬영물은 필터링 과정 중에서 걸러지는 것이 정석이나, ‘뮤레카’는 이를 묵인한다. 

이후 피해자가 불법 촬영물이 인터넷망에 돌아다니는 사실을 알고 디지털 장의업체에 문의할 경우 해당 업체는 삭제 비용을 받고 그것을 지운다. 불법 피해 영상물을 통해 이중으로 돈을 쓸어 담는 셈이다.

또한 위디스크와 파일노리는 ‘헤비 업로더(heavy uploder)’를 관리·감독하면서 다량의 불법 피해 촬영물을 올리도록 조장했다는 의심도 받는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이하 한사성) 여진 활동가는 웹하드 카르텔의 본질에 관해 “불법 피해 촬영물을 소비하는 사람이 있고, 이들에게 이것을 계속 볼 수 있게 하는 공급자가 있기 때문”이라며 “웹하드 업체들이 지금까지 불법 피해 촬영물과 불법 정보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였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디지털 성폭력 심각해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녹색당 신지예 공동운영위원장은 현행법의 미미한 조치를 지적했다. 신 공동위원장은 “현행법상 유통업자 처벌이 매우 미약하다”며 “(그들에게는) 음란물 방조죄 혐의가 적용될 뿐 실제 가담한 가해자로 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벌금도 매우 적다”고 꼬집었다.

계속해서 그는 웹하드 업체가 필터링 업체를 소유하고, 또 운영에 가담해 웹하드에 올라오는 게시물에 대한 필터링 정도를 조절한 정황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음란물과 불법 피해 촬영물들이 올라올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신 공동위원장은 “이를 보면 유통업자들을 단순한 방조죄가 아니라 핵심 범죄자로 관리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이것과 관련한 법령이 제대로 없는 것이 제일 큰 문제”라고 피력했다.

웹하드 카르텔 의혹 연관 업체 중 하나인 뮤레카는 기자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뮤레카는 지난달 1일자로 피플커넥트로 매각됐다”며 “현재 피플커넥트가 뮤레카의 대주주이고, 새로운 경영진이 구성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피플커넥트는 현재 언론에서 회자되는 양 회장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매각 이전) 뮤레카 대주주는 한국기술지원이었다. (하지만) 양 회장과 한국기술지원 사이 관계는 뮤레카 임직원이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한 위디스크와 파일노리를 상대로 필터링 과정을 잘 이행했냐는 질문에 관해 뮤레카는 “우리가 제공하는 필터링 서비스는 뮤레카와 계약된 24개 사이트에 동일한 방식으로 적용된다”고 말하며 별도 조치가 없었다는 의견을 비쳤다.

반면 웹하드 카르텔 연루 의혹 관련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뮤레카는 “어이없는 주장”이라고 일갈하면서 “현재 (의혹 관련해) 경기남부청 사이버수사대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이 논란과 관련해 충실히 조사받고 소명 중”이라고 답변했다.

[사진제공=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사진제공=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웹하드 카르텔
진보 인사 연루?

 

웹하드 카르텔은 양 회장 개인이 아닌 사회 구조적 문제다. 하지만 양 회장의 부도덕한 행적이 낱낱이 드러나면서 ‘웹하드 카르텔’에 대해 구조적 접근을 하기보다 개인의 도덕성에 집중해 바라보는 현상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한사성 여진 활동가는 “폭행 등 양 회장이 저지른 다른 악행이 연일 보도되면서 웹하드 카르텔에 대한 본질이 흐려지고 있단 생각이 든다”면서 “수사 방향도 개인의 도덕성 문제를 지적하기보다 웹하드 카르텔 구조 전체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웹하드 카르텔이 다시금 언급되면서 이전보다 큰 반향을 불러온 건 진보 인사 개입설이다. 이번에 불거진 인물은 김경욱 전 이랜드 노조위원장과 임동준이다.

김 전 노조위원장은 2009년 한국네트워크기술원에 입사해 양 회장을 만났고, 이후 2013년 뮤레카 법무이사를 지냈다. 현재 한국미래기술원의 모회사인 한국인터넷기술원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술원은 양 회장 실소유 계열사들의 지주회사 격이다.

신 공동위원장은 이에 대해 “웹하드 카르텔이 십수 년간 공고히 이어올 수 있었던 건 그 카르텔에 얽혀 있는 여러 인물 때문이고, 그 중 하나가 김경욱”이라며 “그는 지금까지 한국네트워크기술원, 뮤레카, 한국인터넷기술원 등 양진호의 측근으로 생활하며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의 법적분쟁까지 처리했다”고 정황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김경욱이라는 인물이 말해주듯 웹하드 카르텔에는 좌우 상관없이 사회 인사들과 정치인, 사법부, 언론 등이 얽혀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민정 기자 kmj@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