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철도‧도로 사업에만 ‘3500억 원+α’ 국내 SOC 투자 12조 줄이면서 왜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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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협 기반 예산 중 약 97%깜깜이통일부 협상 우위 위함해명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남북 철도도로 사업 투자 예산이 약 3500억 원+α라는 분석이 나왔다. 3500억 원만 해도 남북협력기금 사업 예산 중 3분의1에 해당하는 금액인데, ‘α가 약 12조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12조 원은 국민 세금으로서 당초 국내 SOC사업에 투자될 예산이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SOC 사업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면서 잉여금이 됐다. 문제는 잉여금이 정부 계획대로 공자기금으로 흘러 들어가면 남북 협력기금 등 용도가 다른 회계나 기금 등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 즉 공자기금이 예산 세탁으로 전락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정부가 주려고일부러 남겨서 안 쓴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대목이다. 게다가 남북경협 기반사업 예산 중 약 97%에 달하는 내역이 비공개깜깜이 예산이라는 비판까지 가중되고 있다.

통일부가 내년 남북협력기금 사업 예산으로 1970억 원을 책정했다. 이중 남북경협 기반사업에 투자되는 예산은 총 4290억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117일 통일부와 국회 예산정책처 등을 통해 입수한 남북협력기금 운용계획비공개 세부자료를 공개했다.

세부적으로는 경협 기반(무상지원)의 경우 남북공유하천공동이용 6남북교류협력민간위탁 28남북공동연락사무소운영 83북한경제인력양성 43광업 협력 15농업 협력 7철도 협력 707도로 협력 95남북공동기구 운영 등 42수산업 협력 4에너지전력 협력 1남북경협 인프라 개발연구 1관광 협력 14남북경협 기반시설 구축(조정재원) 2047억으로 총 3093, 경협 기반(대북융자)의 경우 경공업 협력 100철도 협력 634도로 협력 453금강산관리위원회 10억으로 총 1197억이다.

이에 따르면 통일부는 북한과의 내년도 철도·도로 협력 사업에 총 1889억 원을 책정했다. 철도 사업에 1341억 원(무상 지원 707억 원, 대북 융자 634억 원), 도로 사업에는 548억 원(무상 지원 95억 원, 대북 융자 453억 원)을 각각 쓸 계획이다.

특히 정 의원은 통일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남북경협 기반시설 구축(조정재원) 예산으로 편성된 2047억 중 1637억 원이 철도도로 협력에 쓸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공식적으로 명시된 철도도로 협력 사업 예산 내역 외에 일종의 쌈짓돈이 추가 투자되는 것.

종합해 보면 총 3526억 원이 북한과의 철도 및 도로 협력 사업에 책정된 셈이다. 이는 남북협력기금 전체 사업비의 3분의 1에 해당되는 액수다.

SOC 예산 남았는데 6
또 편성12잉여금

하지만 드러난 ‘3500뿐만이 아니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가 도로·철도·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남북경협 자금으로 빼돌렸다는 것.

지난 1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완수 자유한국당 의원실은 정부가 SOC 사업에 활용되는 교통시설특별 회계 예산 12조여 원을 남겨 다음 연도 세입(歲入)으로 넣지 않고 전액 공공자금관리기금으로 예탁했거나 예탁할 예정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정황은 교통시설특별회계 예산의 잉여금에서 포착된다. 정부는 올해와 내년도 교통시설특별회계 예산에서 사용하고 남은 12조원을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에 예탁할 계획이라고 한다. 교통시설특별회계는 도로·철도·공항·항만 확충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간접자본(SOC) 전용 예산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토목공사 중심의 SOC투자를 줄이면서 막대한 잉여금이 발생, 이를 공자기금 형태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교통시설특별회계 예산으로 편성된 182400억 원 중 남은 예산은 64000억 원에 달한다.

정부는 편성된 예산의 3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이 돈을 공자기금에 예탁하고, 내년도 예산 중 약 56000억 원을 또 여유편성해 총 12조 원을 공자기금에 예탁할 예정이라고 전해진다.

잉여금을 공자기금에 넣어두는 게 명백히 금지된 일은 아니지만, 제도 도입 후 이처럼 상당한 규모의 잉여금이 예탁된 전례는 드물다. 해당년도 예산에서 대규모 잉여금이 발생했다면 내년도 세입으로 넘기고, 그만큼 새 예산 편성을 줄이는 게 일반적이다.

더욱 큰 문제는 공자기금은 일종의 성역지대라는 것이다. 공자기금은 국회의 개략적인 총액 심사를 거쳐 남북 협력기금 등 용도가 다른 회계나 기금 등으로 사용될 수 있다. 교통시설특별회계 잉여금의 공자기금 예탁은 바로 이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실제로 국회 예산정책처는 ‘2019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을 통해 ‘12조 원의 잉여금이 발생한 교통시설특별회계의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국토부는 대규모 신규 인프라 사업, 남북 경협 등 향후 SOC 예산 수요 증가 등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는 이유로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철도·도로 확충에 쓰기 위해 국민 세금으로 조성한 예산이 남북 철도도로 사업에 운용될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박완수 의원은 “SOC 수요가 상당한데 예산을 집행하지 않고 12조 원을 남겨 공자기금에 넣어두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공공관리기금법 제3조 등에 따라 공자기금을 남북협력기금으로 다시 예탁하는 것이 가능하고 국가재정법13조에 따라 특별회계에서 남북협력기금으로 전출도 가능하다고 했다.

국회 통제 없는 공자기금
남북경협 전환 위한 꼼수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의도적으로 SOC 사업에 대한 투자 규모를 축소해 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통시설특별회계 예산을 남겨 향후 남북경협자금으로 전환하기 위한 꼼수라는 주장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공자기금으로 일단 들어가면 국회 통제를 받기 어려워진다“12조 원이란 막대한 잉여금이 발생한 것은 정부가 SOC 투자를 줄였기 때문이다. 201323조 원이었던 SOC 예산은 내년에 147000억 원으로 줄어든다. 국내 SOC 투자를 줄여 남긴 돈으로 북한을 지원하겠다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제기했다.

정부가 이처럼 남북 철도도로 사업에 무리한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이 사업이 남북 공동 프로젝트의 핵심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남북은 지난 4.27판문점선언에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 나가기로 했다고 합의했고, 9월 평양 공동선언에선 남과 북은 올해 내에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갖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국제사회 대북 제재 흐름에 비춰볼 때 문재인 정부의 이 같은 독자 행보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철도도로 사업에 대한 대규모 예산 편성이 국제사회 대북 제재 대열에서 이탈하는 신호로 비출 수 있다는 야권의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2017년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2397호는 철도 및 차량을 사용해 산업용 기계류, 운송수단 및 철강, 여타 금속류의 직·간접적 공급·판매·이전을 금지한다고 명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정병국 의원은 최근 통일부 관계자가 국회 측에 경의선(북한 측), 동해선(북한 측)을 구체적으로 지목하며 이를 현대화하는 데 최소 700억 원 이상이 들 것으로 설명한 적도 있다우리가 북한의 노후화된 철도를 개·보수하는 데 드는 비용을 지원하는 것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대상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 의원은 미국은 북한이 가시적인 비핵화 성과를 내놓기 전까지는 대북제재의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며, 유럽 등 국제사회도 이와 마찬가지라며 한국 정부의 이 같은 예산 편성은 대북제재에 대한 국제공조를 저해하는 것처럼 보일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비핵화는 답보
만 과속하는 속내는

더욱이 북한 비핵화 과정은 답보 상태에 놓여 있어 야권의 반대가 설득력을 얻는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경협을 원활히 추진하면 평화적 무드가 조성되고 비핵화에 일조할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북한은 비핵화 첫 단계인 핵리스트 제출조차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의 중간선거로 인해 북미 고위급회담 및 2차 정상회담이 지연되며 비핵화 협상도 경색됐다. 당초 문 정부의 예상대로 올해 내 종전선언도 사실상 무산된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통일부의 남북경협 기반 사업 예산 4290억 원 가운데 117(2.7%)원을 제외한 나머지가 당초 모두 비공개로 제출된 점은 깜깜이 예산논란을 낳고 있다.

통일부는 용도가 불확실한 남북경협 기반 사업 예산 4290억 원 가운데 남북공유하천 공동이용(6억 원), 남북교류협력 민간위탁(28억 원),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운영(82억원 ) 2.7%(117억 원)만 공개했다. 이 비공개 예산안을 정 의원이 공개했으며, 남북 철도도로 협력 등 연결사업 예산의 구체적인 액수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 비공개 예산엔 북한 경제인력 양성(42억 원), 남북공동기구 운영(42억 원), 경공업 협력(100억 원), 금강산관리위원회(10억 원) 등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대북 협상 과정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전략을 미리 노출시키지 않으려는 것이고, 비공개 사업 대부분이 계속사업이라 협상의 연속성을 지니기 때문에 과거 내역도 공개가 어렵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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