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부터 은행권까지…비리 관련자 재판 촉각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사회 문제로 대두된 채용비리와 관련한 검찰 수사가 하나둘씩 마무리되면서 적지 않은 후폭풍이 전망된다. 특히 공공기관과 민간회사를 막론하고 채용비리 관련자들이 실형을 받으면서 남아 있는 수사 결과도 주목을 받고 있다. 채용 비리 혐의를 받는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채용비리 혐의도 모두 인정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한편 정부가 2019년 1월 31일까지 공공기관 채용 비리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히면서 채용비리 수사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가늠할 수 없게 됐다.

박기동 전 사장 징역 4년…검찰수사·실형 선고 잇따라
공공기관 전수조사…최고경영자 기소된 하나·신한 긴장

채용비리 후폭풍이 감지되기 시작한 것은 박기동 전 가스안전공사 사장의 실형 선고 시점부터다. 앞서 면접 순위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채용 비리를 저지르고, 금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기동 전 사장은 징역 4년의 실형을 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뇌물수수, 업무방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기동 전 사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4년 및 벌금 3억 원, 추징금 1억3000여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지난 4일 밝혔다.

 

실형 선고 주목

 

박기동 전 사장은 2015년 1월과 2016년 5월 직원 공개 채용을 하면서 인사담당자 등 5명과 공모해 임의로 성적 순위를 조작해 부당하게 직원을 채용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평소 남성 직원을 선호하는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려고 이와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박기동 전 사장은 이사로 재직하던 2012년∼2014년 특정 업체로부터 가스안전인증 기준을 제·개정해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도 받았다. 1심은 징역 4년 및 벌금 3억 원, 추징금 1억3000여만 원을 선고했고 2심과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또 채용비리로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늘어나고 있어 향후 수사 결과가 강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해 2월 인천시 연수구청 무기계약직(공무직) 합격자 발표가 있은 뒤 구청장 비서실장이었던 A(61)씨는 B(61)씨로부터 5만 원짜리 200장을 건네받았다.


B씨는 과거 연수구에서 청원경찰로 일하며 알고 지낸 A씨에게 사위 C(39)씨의 채용을 청탁했고 C씨는 공원녹지과 업무에 필요한 1명을 뽑는 채용 절차에 최종 선발됐다. A씨가 C씨 채용 과정에 힘을 쓴 것으로 A씨 등은 부정처사후수뢰 등 혐의로 기소, 징역형을 받았다.


지난달 26일 서울남부지법은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KB국민은행 채용 비리 관련자 3명 중 2명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나머지 1명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KB국민은행에는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더욱이 또 다른 수사들이 다수 진행되고 있다는 점, 채용비리 실형 선고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솜방망이 처벌 등이 언급되고, 정부 차원에서 전수 조사에 나섰다는 점 등을 놓고 봤을 때 채용비리 후폭풍은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례로 경기도 출자기관인 킨텍스가 지난해와 재작년 직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성비 기준을 멋대로 적용해 여성 응시자 46명을 탈락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는 당시 성비 기준을 멋대로 적용한 인사팀장 등 2명을 경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또 강남훈 홈앤쇼핑 전 대표 역시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강남훈 전 대표는 함께 기소된 전직 인사팀장 여모씨와 함께 2011년 10월과 2013년 12월 홈앤쇼핑 1·2기 신입사원 공채를 진행하면서 10명을 부정 채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민간에서는 은행권 채용비리가 어떻게 귀결될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1월 금융감독원은 국내 주요 은행을 대상으로 채용 적정성 현장 검사를 해 22건의 채용비리 정황을 확인하고 이를 검찰에 통보한 바 있다.


특히 KB국민은행 채용비리 판결이 가벼운 처벌에 그쳤다는 비판도 나오는 만큼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함영주 행장이 기소된 KEB하나은행 채용비리 관련 재판,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불구속 기소된 신한은행에 대한 채용비리 재판도 주목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전수조사도 실시되고 있다. 정부 ‘공공기관 채용 비리 근절추진단'은 지난 6일부터 오는 1월31일까지 공공기관 채용 비리 전수조사에 나선다. 대상은 338개 공공기관·847개 지방공공기관·268개 공직유관단체 등 총 1453개 기관의 부정청탁 행위다.


유형별로는 ▲인사 청탁 ▲시험 점수나 면접 결과 조작 ▲승진·채용 관련 부당 지시와 향응·금품 수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 특혜 등이다. 추진단은 이 기간 시민이나 공공기관 관계자로부터 채용 비리 집중신고도 받는다.


신고로 채용 비리가 밝혀지는 등 공익 기여가 크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신고자에게 최대 2억 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추진단은 신고된 내용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감사원·대검찰청·경찰청에 감사·수사를 의뢰하거나, 해당 부처로 알려 점검하도록 한다.


확인된 채용 비리는 인사권자에게 징계·문책·채용취소 등의 조치를 요청하고, 피해자의 범위를 확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재시험 기회 부여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구제한다는 계획이다.

 

어디까지 확대될까

 

이와 관련해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공기관 채용비리 국정조사에 더불어민주당이 즉시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고용세습 채용비리는 국민 모두에게 큰 공분을 일으켰다. 적폐 중 적폐”라고 말했다.


이어 “채용비리 전수 조사가 시작됐고, 대통령은 비리가 드러나면 단호하게 대처할 것을 밝혔다”면서도 “그러나 정부 조사만으로는 부족하다. 채용비리 국정조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벌써부터 일부에선 “채용비리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높고, 그에 따른 공분도 만만치 않다”면서 “현재 벌이고 있는 수사도 전방위적이고, 정부가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만큼 ‘채용비리’로 시작된 파급이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지 가늠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