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업체 상대 사기 보험 장사” vs “철저한 조사에 따른 결정일 뿐”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매해 증가하는 법정분쟁으로 공신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던 한국무역보험공사가 또다시 중소 수출 업체와 보험금 지급을 놓고 분쟁을 치르고 있다. 해당 중소 업체는 무역보험공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명백한 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법적 소송을 하기 힘든 중소 업체라는 점을 악용, 보험금 지급 거절 의견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로 무역보험공사는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할 상황에 놓인 해당 업체의 상황은 안타깝지만 규정대로 심사했고 향후 이의신청과 보험금 지급 소송 등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투명하게 처리하겠다고 반박한다.

 

수출해 놓고 대금 못 받았는데…보험금까지 날릴 위기 놓인 중기
무역보험공사 보험금 거절 사유서 발송…이의신청·소송 절차 남아

 

보험금 지급을 두고 무역보험공사와 분쟁 중인 업체는 자동차 부품을 수출하는 에이치앤에스다. 에이치앤에스의 주장에 따르면 이들은 2018년 4월 프랑스의 한 수입 업체로부터 구매제안을 받고 견적서를 작성, 자동차 부품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아울러 대금 미지급 위험을 담보하고자 한국무역보험공사에 해당 업체의 신용조회 및 단기 수출보험계약을 문의하고 2018년 6월 4일 무역보험공사와 단기 수출보험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7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수출을 감행했지만, 대금 지급일이 지나도 프랑스 수입 업체는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에이치앤에스는 해당 사안을 보험사고로 판단, 무역보험공사에 고지했지만 보험금 지급 거절 예정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무역보험공사가 밝힌 지급거절 사유는 보험관계 불성립, 담보하는 위험, 수출자의 고의·과실, 신용평가보고서 등 네 가지 사항인데, 에이치앤에스는 어느 것 하나 인정할 수 없다는 견해다.


무역보험공사는 보험금 지급 거절 사유서를 통해 “에이치앤에스는 증권상 수입자가 아닌 증권상 수입자를 사칭한 제3자 앞으로 계약 및 수출 이행을 했다. 때문에 단기수출보험 약관 제1조 및 제16조에 의해 보험관계, 담보하는 위험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에이치앤에스는 제3자 사칭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만약 3자 사칭이 확인된다 하더라도 선하증권상 물품 수취 권한이 프랑스 업체한테 있는 상태에서 물건이 수취됐고, 해당 업체를 특정하고 입증할 자료가 있다고 반박한다.


담보하는 위험에 대해서도 에이치앤에스는 수입자가 물품을 인수하고도 대금 지급 회피를 위한 거짓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에 보험사고로 판단해야 하며, 단기수출보험이 담보하는 위험에 해당한다고 설명한다.


또 무역보험공사는 “수출자의 고의, 과실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해당 손실은 단기수출보험 약관 제7조 제2항 제1호에 따라 면책대상이 된다”, “신용평가보고서는 참고자료로 제공되는 것이고 의사결정 및 행위의 결과에 대한 책임은 수출자에게 있다”는 의견이다.


이와 관련해서도 에이치앤에스는 “수입사에 대한 회사관련 자료, 재무자료 등 자료 조사는 물론 무역보험공사를 통해 신용도 조사도 했다”면서 “현재도 해당 수입사와 연락을 주고받고 있는데 도대체 무슨 3자 사기라는 이야기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항변한다.

 

 

에이치앤에스는 보험금 지급 거절을 두고 무역보험공사와 의견 교환을 하는 과정에서 무역보험공사가 “소송을 하면 된다”, “우리(무역보험공사는)는 (소송에서) 패소한 적 없다”는 식의 갑질, 횡포를 부렸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장학철 에이치앤에스 대표는 “단기수출보험 계약 당시 주의사항, 예외 조항들에 대한 설명조차 없었던 ‘불완전 판매’였다. 무역보험공사의 단기수출보험 약관상 제3자의 사기행위가 개입된 경우 면책된다는 내용은 전혀 없으며 그러한 내용의 특약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무역보험공사는 수출을 지원해 준다면서 우리와 같은 중소 업체를 상대로 갑질을 하고 보험 장사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에이치앤에스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대기업에 편향된 무역보험공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한국무역공사는 “에이치앤에스 건은 상황이 다소 복잡해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면서 “이의신청, 소송 등의 공정한 절차가 남아 있으며 지급 거절 의견을 결정한 담당자는 취재 답변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한편 일요서울은 취재 과정에서 해당 분쟁과 관련해 한 법무법인이 작성한 의견서를 찾아볼 수 있었다. 해당 법무법인의 판단은 “무역보험공사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며, 책임이 있는 자에 대한 구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설령 제 3자의 사기가 개입됐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해도 곧바로 보험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지 여부는 별도로 법률적 판단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다음은 지급 거절 세부 사유 별 판단 근거다.


보험관계 불성립 여부에 대해선 “선하증권상 수취 권한이 프랑스사에 속해 있는데, 물건이 수취됐기 때문에 상대방이 특정된 유효한 계약이라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3자 계약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도 들었다.


담보 대상 여부는 “상대방이 해당 프랑스사가 아니라는 근거가 없고, 만일 무역보험공사가 에이치앤에스와 거래한 상대방이 아닌 다른 회사라고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이는 무역보험공사의 책임으로 계약 성립 및 효력과는 무관하다”고 적시했다.


더불어 고의 과실에 대한 책임 공방과 관련해서는 “보험금 지급 거절에 해당하는 과실 등이 보이지 않고, 무역보험공사가 보험금을 지급 거절하기 위해서는 에이치앤에스의 고의, 과실을 입증하는 것이 먼저”라고 판단했다.


사기 피해는 “사기 행위가 개입됐다는 이유만으로 보험자를 면책할 수 없다”면서 “무역보험공사의 단기수출보험 약관에도 상대방 또는 제 3자 사기행위가 개입된 경우 면책된다는 내용이 없다”는 견해다.


해당 의견서는 한 곳의 법무법인 개별적 판단이지만 해당 사건을 해석하는 또 하나의 참고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무역보험공사와 에이치앤에스의 공방 결과에 따라 단기수출보험 약관 해석 등의 판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다. 

 

무역보험공사, 매해 증가하는 보험금 법적 분쟁

 

올해 무역보험공사 국정감사에서는 “매해 증가하는 한국무역보험공사의 법정분쟁으로 공신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또 “소송의 원인을 분석해 최소화 할 것”이라는 주문도 나왔다.


수출 업체들은 최후의 수단으로 소송을 선택하게 되는데, 소송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이 상당함에도 소송을 제기하였다면 그것은 그만큼 보험금 지급 거절에 대한 불만과 피해가 크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국정감사 당시 한국무역보험공사로부터 제출받은 공사 상대 소송 현황에 따르면 소송제기 건이 지난 2015년 16건 소송금액 3359억 원, 2016년 37건 2558억 원, 지난해 25건 5391억 원, 올해 9월 현재 12건 404억 원에 달한다.


그런데 일요서울 취재 결과 국정감사 당시 지적된 소송 건 말고도 보험금 지급 거절로 인한 또 다른 분쟁, 에이치앤에스 사건이 포착된 것이다. 현재 법적 소송까지 진행되지는 않았으나 의견 대립이 팽팽해 조정을 위해서는 소송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한국무역보험공사가 대기업 계열 무역상사들에게 지급한 무역보험금 지급 횟수와 금액 비율이 높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중소업체와의 보험금 지급 분쟁을 어떻게 해결할지 역시 주목된다.


실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무역보험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 계열 9개 상사는 2008년 이후 현재까지 2600억 원의 보험료를 납부하고 1.8배 정도인 4900억 원가량의 보험금을 수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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