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업체 사료 단가 후려치기…억대 매출 달성?

팜스코 홈페이지 캡처
팜스코 홈페이지 캡처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하림 계열사 팜스코가 하도급업체 불공정거래 의혹으로 공정위에 제소를 당했다. 팜스코는 소기업을 상대로 ‘갑(甲)’질을 일삼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영TMR(이하 대영)은 팜스코가 물량 등 기본적인 거래 내용조차 담겨있지 않은 계약을 체결하고,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등 소기업을 사지로 내몰았다고 주장한다. 대영과 거래하던 지역 거래처의 대부분이 팜스코 거래처로 이전됐다는 정황도 확인할 수 있었다. 대기업의 이러한 행위는 지역 소기업을 이용해 손쉽게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꼼수이자 불공정 거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판촉 독려하더니…계약 위반이라며 일방적 계약 해지 통보
“도 넘은 대기업 약탈 행위…15년 거래 업체 상당수 잃어”

사료 생산업체 대영이 팜스코와의 계약이 불공정하다고 인지한 것은 공급 물량 등 제품 가격과 생산량조차 기재되지 않은 허술한 계약서를 받아들면서부터다. 대영은 팜스코가 생산 물량 등 기본적인 거래 내용조차 담겨 있지 않은 불공정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영은 계약 체결 전 전남 나주에 위치한 사료 제작 회사 우등의 시설을 견학한 뒤 팜스코의 ‘TMF 명작 사료’ 브랜드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기 위해 1억6000만 원을 투자했다. 우등의 조언에 따라 설비를 갖춘 대영은 지난해 9월 25일 팜스코에 사료를 공급하는 내용의 OEM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체결 후 사료 가격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대영은 팜스코가 가져가는 본사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했다. 기존보다 오른 사료값에 부담을 느낀 농가의 반발도 커졌다.

결국 계약 체결 후 지난해 11월까지 제품 가격을 확정 짓지 못하고 농가에 사료만 공급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대영은 고통 분담과 가격 경쟁을 높이는 차원에서 팜스코의 수수료를 인하한다는 전제 하에 대영도 가공료를 인하하겠다고 제시했다.

대영 측 주장에 따르면 가격 조정을 요구한 시점부터 팜스코의 갑질이 자행되기 시작됐다. 팜스코는 대영의 가공료 만을 인하한 채 소비자가격을 결정해 일방적으로 대영에 통보했다.

최종안은 대영의 가공 수수료만 1kg 당 15원을 인하하고, 팜스코는 1kg당 1원을 인하하는 내용이었다. 이마저도 팜스코가 가져가는 본사 수수료는 그대로고 팜스코 강화 대리점의 수수료만 1원 인하한 것이었다. 결국 팜스코의 본사 이익은 보전하고 하도급업체의 수익만 악화되는 구조로 상품 가격이 결정된 것이다.

“수수료 조정 요구하자 갑질 시작돼”

대영은 하도급 단가 후려치기 외에도 판촉을 중단하는 식으로 팜스코의 갑질이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계약서에 ‘사료 판매를 위한 노하우와 조직력을 보유했다’고 명시함에 따라 판로를 확장해야 할 팜스코는 지난해 11월부터 농가 판촉에서 손을 뗐다. 판촉이 아닌 공급을 담당한 대영은 인턴 직원을 두면서까지 판촉에 뛰어들며 생산량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급기야 팜스코는 올해 6월 대영이 계약서 내용을 위반했다며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팜스코는 공급계약서 3조에 따라 “대영은 제품에 대해 당사의 ‘서면상의 동의 없이’ 제 3자에게 판매하는 행위를 할 수 없으며 해당 제품의 판매를 위한 판촉 행위 또한 당연히 금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요서울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대영이 ‘서면상의 동의 없이’ 판촉한 농가의 상당수는 팜스코의 주도로 진행한 경우였다. 팜스코는 오히려 수차례에 걸쳐 대영 직원과 영업 관련 회의를 했으며 메신저를 통해 대영 직원에게 타 지역의 사료 판매 성적을 보내면서까지 판촉을 독려했다. 영업 정보와 컨설팅을 위한 정보교류를 원활히 하기 위해 팜스코 직원과 대영 직원이 함께 참여한 SNS 단체방을 개설한 사실도 확인됐다.

또한 팜스코는 지난해 10월 25일 강화지역 육우 농가들을 상대로 사료 판촉 활동을 하기 위해 개최한 ‘사업 설명회’를 홍보하는 문자에 대영 대표의 이름을 기재하기도 했다. 팜스코 측 주장처럼 서면상의 동의 없는 대영의 ‘판촉’ 자체가 계약 위반 사항이라면 팜스코가 먼저 계약 위반을 종용한 꼴이 된다. 전태호 대영 대표는 “거래 농가의 80%가 대영과 15년을 함께해온 농가들이다. 막대한 이익을 봐 놓고 이제 와서 우리가 판촉행위를 한 것이 계약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항변했다.

팜스코는 강화 지역에서 신뢰를 쌓으며 거래처를 확보해 온 대영의 거래처를 가로챘다는 의혹도 받는다. 실제로 대영과 거래하던 지역 거래처의 대부분이 팜스코 거래처로 이전됐다는 정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영이 팜스코와 하도급 계약을 체결하기 전부터 사료를 공급해 왔던 농가의 70%가량은 현재 팜스코 측으로 물량이 빠진 상태다.

 

대영TMR 사료 생산 설비
대영TMR 사료 생산 설비

 

나주서 끌어온 타 업체 사료 강화에 공급

전 대표는 “팜스코가 지역축산농가에 오랜 시간에 걸쳐 신뢰를 쌓아놓은 대영을 영업에 적극 이용, 대영 거래처의 물량을 이전해 갔다. 팜스코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거래처와 물량, 이윤을 모두 챙겨갔다”고 털어놨다.

팜스코의 ‘TMF 명작’ 사료는 육성 사료와 완성 사료를 함께 급여하는 프로그램이다. 육성 사료는 어린 송아지에게 먹이는 사료이며 완성은 일정 개월 수가 찬 소에게 먹이는 사료다. 대영이 팜스코와 체결한 생산계약서 원문에도 ‘육성’ 사료 생산계약서라는 표기는 없다. 즉 대영과 팜스코가 육성과 완성사료 모두 생산하는 ‘TMF 명작’ 생산 계약을 체결한 것이지, 육성 사료만 생산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팜스코는 지난해 11월부터 완성 사료를 전남 나주에서 발주해 강화에 공급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대영은 팜스코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판촉 활동을 했으나 현재는 기존 거래처를 대부분 잃게 됐다.

전 대표는 “애초에 육성 사료만 생산하는 내용이었다면 억대의 공장 설비를 새로 들여오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대영은 위의 문제들을 지속적으로 팜스코에 제기했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았고, 결국 지난 4월 24일 팜스코를 공정위에 제소했다. 이후 지난 6월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고, 지난 7월 21일 부로 계약이 해지됐다.

일요서울은 팜스코 측에 해당 내용을 전달하고 반론을 요청했으나 관계자에게 전달하겠다는 안내뿐 돌아오는 답변은 없었다. 다만, 팜스코의 반론을 보장하기 위해 팜스코가 공정위에 제출한 진술서 내용을 기재한다.

팜스코는 대영 측 수수료가 지나치게 낮았다는 지적에 대해 “제조경비 외에 스팀비용, 온수비용 등을 별도로 산정해 지급해 왔으며, 운반비를 인상해 주는 등 대영의 수익 보전을 위해 최대한 협조해 준 바 있다”고 답변했다.

완성 사료 생산분을 나주에서 발주해 강화에 공급하는 등 불공정 거래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이는 지극히 사업적인 판단의 영역이며 당사와 대영 측과 체결한 제조위탁 계약과는 무관한 내용”이라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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