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잡월드, 직접고용 요구에 ‘광주형 일자리’ 반대도

지난달 31일 오후 제주시 도남동 정부제주지방합동청사 앞에서 민주노총 제주본부가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잡월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31일 오후 제주시 도남동 정부제주지방합동청사 앞에서 민주노총 제주본부가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잡월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과 정부의 마찰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민노총은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한국잡월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라며 공공기관 청사를 점거했다. 정부가 추진한 광주형 일자리는 민노총의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들이 광주형 일자리 초당적 지원에 합의하면서 민노총과 정부 사이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는 모양새다.

최근에는 청년 일자리 창출을 막는 민노총은 해체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이 등장하면서 “민노총이 일자리 발목을 잡고 있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 민노총이 정부를 상태로 지나치게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민노총, 공공기관 청사 점거…기자회견·잇단 파업에 정부 ‘난감’
“민노총이 일자리 발목 잡는다”…민노총 해체하라는 청원 글 등장

민노총과 정부와의 마찰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민노총 제주본부는 지난달 31일 오후 제주시 도남동 정부제주지방합동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는 산하기관인 한국잡월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직접 고용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잡월드는 행정·사무 담당 정규직 56명과 비정규직 338명으로 구성돼 있다. 비정규직 중에선 직업체험강사가 275명으로 가장 많다. 정부 방침에 따라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벌어졌다.

민노총은 “고용부가 모범을 보이기는커녕 고용부 산하기관에서 ‘가짜 정규직(자회사 정규직)’을 양산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잡월드에서 민노총 의사를 관철하면, 한국도로공사와 한국마사회처럼 비슷한 협상을 진행 중인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이길 것이란 판단에서다.

민노총은 지난 7월 잡월드 앞과 청와대 앞에 각각 천막을 쳤다. 9월에는 ‘게릴라 파업’에 들어갔다. 지난달 19일 전면 파업으로 전환하고, 일주일 뒤 고용부 경기지청을 점거했다. 정부는 난감한 표정이다. 노조가 강경책을 쓴다고 이제 와서 정부가 산하기관 일에 개입했다간 비판이 치솟을 수 있기 때문이다.

광주형 일자리 백지화 되나

민노총은 정부가 추진하는 광주형 일자리에 대해서도 반대하고 있다. 광주시에 따르면 이병훈 문화경제부시장을 비롯한 투자유치협상단은 지난 8일 오후 서울 현대차 본사를 방문해 현대차 합작법인 투자유치 협상에 나섰으나 소득 없이 마무리됐다.

광주시와 투자협상단은 임금수준과 근로시간, 지속성 등 2~3개 안건을 놓고 협의를 벌였지만 양측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대차 합작법인 투자유치 협상은 해당 안건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7일 투자유치추진단 2차 회의에서는 지역 노동계의 요구사항을 투자협약(안)에 반영하는 안이 논의됐다. 그 결과 투자협상단은 노동계의 의견을 반영해 현대차 측에 투자협약안을 제안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로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결국 투자유치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는 전 윤장현 광주시장이 2014년 지역 일자리 해결 방안으로 공약했고 박근혜 정부에서도 연구용역비를 책정하며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이후 지지부진하던 광주형 일자리가 재거론된 것은 올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대차가 갑자기 투자의향서를 제출하면서다. 

이후 광주시의회가 광주형 일자리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협약 무기연기를 밝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지난 10월 28일 광주형 일자리 원탁회의와 10월 31일 광주시와 광주 노동계(한국노총)가 수정안에 합의해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민노총은 지난달 30일 ‘실패의 결과는 혹독할 것이다. 정략적 광주형 일자리 졸속진행을 중단하라’는 성명을 통해 광주형 일자리 반대를 천명했다. 민노총은 “소형자동차 공장은 수요와 생산이 포화상태이고, 소형차(SUV) 생산공장들과 제 살 깎기 경쟁을 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며 “또 다른 구조조정을 불러올 것이 명확한데도 강행하겠다는 것은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일자리 빼앗기 경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광주시가 현대차를 상대로 11월초부터 재협상에 돌입하고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들이 광주형 일자리 성공에 대한 초당적 협력에 합의하면서 민노총과 정부 사이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현대차노조의 대국민 호소는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들의 초당적 협력 발표 다음 날인 6일 나왔다. 현대차노조는 “11월 4일 당정청 회의에서 장하성 정책실장이 소득주도 성장, 공정성장, 혁신성장 등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유지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면서 “하지만 광주형 일자리는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인 소득주도성장론에도 배치되고 모순되는 일자리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자동차산업과 현대차의 위기는 광주형일자리로 촉발될 것”이라며 “국내 자동차 생산 감소와 지속적인 판매 하락과 수출 감소가 예상되면서 기존 완성차와 부품사도 위험해지는 상황인데 중복과잉투자를 불러오는 광주형 일자리는 한국자동차산업 몰락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 탓 제조업 해외로”

최근에는 ‘광주형 일자리’를 반대하는 민노총과 현대차노조 해체를 주장하는 글까지 청와대 국민청원에 등장했다. 청원의 핵심 내용은 이들 노조의 이기주의, 자가당착, 기득권 등으로 청년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고, 제조업이 해외로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노조 광주형 일자리 반대는 자가당착이다’는 청원 글은 “자기 밥그릇 축낼까봐, 다른 국민들 일자리 창출을 방해한다”고 주장했다. ‘광주형 일자리 통해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 주세요’란 제목의 글을 올린 청원인은 “귀족 노조만을 위한 세상이 아닌, 청년들을 위한 나라를 만들어 주세요”라고 밝혔다. 이 청원인은 “왜 제조업이 해외로만 나가야 하느냐”며 “노조만의 나라가 아니다. 청년들을 위해 해외 제조업이 국내로 돌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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