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사립유치원 비리 폭로로 일약 ‘국감스타’로 등극했다. ‘삼성보다 무섭다’는 사립유치원을 건들 수 있었던 것은 박 의원 혼자만의 노력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경기도교육청 공무원과 시민감사관 그리고 시민단체 대표가 뒤에서 든든하게 받쳐줬기에 가능했다. 박 의원과 함께 사립유치원 비리를 폭로한 ‘조력자’들을 알아봤다.

- 경기도 교육청 공무원+시민 감사관+시민단체

- 국회의원 동원 ‘압력’ 받아… 국정감사 이용 일괄 폭로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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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의원이 사립유치원 비리를 폭로하면 언론으로부터 집중 조명을 받을 당시 한 방송에 출연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는 “사실은 저보다 이 일을 먼저 파헤쳐 온 분들이 있다. 시민단체도 있고 또 경기도 교육청의 시민감사관분들이 정말 고생 많이 했다”고 실토했다.

박 의원이 말한 시민단체 인사는 김거성 한국투명성 기구 회장이다. 목사이기도 한 김 회장은 경기도 교육청 감사관을 지내기도 했다. 평소 청렴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김 회장이 사립유치원 비리를 접하게 된 계기는 경기도 감사관에 재직하면서다. 그는 2014년 8월부터 2018년 8월까지 4년동안 경기도 감사관직에 있었다.

그는 사립유치원 비리를 조사하다 보니 협박과 회유를 받을 수밖에 없았다.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오종민 감사관과 함께 한국유치원총연합회로부터 6번 고소 고발을 당했다. 법률 근거가 없는 특정감사를 실시하면서 개인정보와 금융거래정보의 제공을 강요해 직권을 남용했다고, 감사과정에서 협박과 폭행을 했다는 것이다. 이 고발 건은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나머지 5건의 한유총 및 관계자들의 고소·고발건도 올해 8월 모두 ‘무혐의’처리 받았다.

회유도 있었다. 한 사립유치원장이 김 회장에게 골드바를 택배로 보내 이른바 ‘골드바 택배’ 사건이 벌어졌다. 당사자인 김 회장은 바로 골드바를 돌려보냈는데 오히려 사립유치원 원장은 김 회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역고발했다가 취하하기도 했다. 2016년 4월에 발생한 이 사건은 1년5개월 동안 캐비넷에 묵혀 있다가 올해 7월에야 검찰에 송치돼 ‘늦장수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립유치원 원장 ‘골드바’ 감사관집 택배로 보내기도

김 회장뿐만 아니라 또 다른 조력자는 경기도 교육청 산하 시민감사관들있다. 경기도교육청이 위촉한 시민감사관들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인사는 17대 국회에서 민주노동당 의원으로 교육위에서 맹활약했던 최순영 전 의원이다. 최 전 의원은 국회의원 시절 교육위에서 활동했는데 복기왕 전 아산 시장과 함께 경북 교육청에 자료를 요청해 1.5톤 트럭을 꽉 채운 A4 용지 30만장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 전 의원이 같은 민주노동당 시절 대변인을 오래 한 박 의원과 평소 친분이 있던 최 의원은 박 의원이 교육위로 가자 지난 7월에 전화를 걸었다. 경기교육청 시민감사관으로 경기도 내 사립유치원 운영실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박 의원에게 ‘이 문제를 파보라’고 제안해 박 의원이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올해 6월 경기도 교육청으로부터 대표 시민감사관으로 임명되기 전 경기도 교육청 감사 공무원과 시민감사관들이 3년 넘게 집중한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아 연락을 취한 셈이다. 경기도 교육청은 올해 시민감사관 제도 시행 3년을 맞이하고 있다.

시민감사관제는 지난 2016년 11월 8일 제정된 ‘경기도교육청 시민감사관제 운영조례’에 따른 것으로 ‘외부전문가의 교육행정 참여를 확대해 부패방지 등 청렴성을 제고하고 위법·부당한 사항을 개선하며 공정하고 투명한 감사행정을 실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최 전 의원이 대표 시민관을 맡고 있고 그 휘하에 안태우 전 국민권익위 사무관, 이상민 전 헌병대 수사관 등이 상근하고 있다. 여기에 김영미, 김윤상, 김은경, 김지수, 성종대, 정유성, 정인숙, 천인호, 호경임, 김도형 등 법조, 노동, 시민단체 등에서 활약했던 인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경기도 교육청 사립유치원 2개의 감시반이 있는데 1개의 반에 시민감사관 2~3명과 감사담당공무원 5~6명으로 꾸려 조사를 벌였다. 이 사립유치원 감사반은 지난 3년간 사립유치원 1천100여곳 가운데 92개에 대한 감사를 벌인 결과 거의 예외없이 회계부정을 적발해 96억원의 보전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회계 부정이 너무나 심각하다 보니 최 전 의원은 박 의원과 함께 ‘유치원 비리 문제 관련 토론회’를 통해 공개하려고 했다. 하지만 10월 5일 개최된 이 토론회는 300여 명의 유치원 관계자들이 회의실을 점령하면서 난장판이 됐다. 박 의원은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과 경기도교육청에서 적발한 유치원 비리 사례를 소개하고 비리 근절을 위한 대안을 모색할 방침이었다.

최 전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감사로 본 사립유치원 회계 부정’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유치원 관계자들이 방해로 결국 공개되지 못했고 개최자와 유치원 관계자들 사이에 협의가 결렬되면서 토론회는 약식으로 치러졌다.

하지만 한유총 관계자들의 토론회 방해가 전국에 알려지고 이에 최 전 의원과 박 의원은 국정감사 기간을 맞이해 전국 17개시도 교육청으로부터 2013년부터 2017년 사이 실시한 감사 결과를 요청해 사립유치원 1878곳에서 5951건의 비리를 적발해 폭로했다.

특히 아이들에게 사용됐어야 할 국고 지원금이 일부 원장들의 명품백 등 쇼핑과 술자리 회식비 등으로 유용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전국적인 공분을 일으켰다. 결국 교육부는 10월 25일 비리 유치원 실명 공개 방침과 처벌 강화로 이어졌다.

박용진 의원이 교육청과 교육부 그리고 국회 여야 교육위원들이 모두 알고 있었지만 ‘쉬쉬’하거나 ‘벌집은 건들지 말자’는 침묵의 카르텔을 깨고 폭로하게 된 막후가 있었다.  결국 김거성 회장을 비롯해 최순영 전 의원과 시민감사관 그리고 오종민 도 교육청 감사관 등이 갖은 협박과 회유에도 굴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최 전 의원 역시 언론을 통해 “경기도 교육청이 정말 큰일을 했다. 시답지 않은 도의원들이 자료 요청을 해가며 사립유치원 방어를 위해 난리치고 현직 국회의원을 동원해 전화하고...그래도 교육청이 초기에 잘 대처한 것 같다”며 “전국 교육청이 이번 일을 모델로 삼았으면 좋겠다”며 이재정 교육감과 도 교육청 공무원들에게 공을 돌리기도 했다.

도 교육청 측, “유치원 비리 2017년도 알고 있었지만...”

경기도 교육청 한 관계자 역시 “박 의원에게 아쉬운 점이 교육청이 사립유치원 개선에 의지가 없었던 양 국정 감사장에서 몰아붙였는데 사립유치원 특정감사를 진행하는 동안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시도의원들로부터 내부에서 무마하기 위해 압박이 많았다”며 “특히 올해 지방선거와 함께 교육감 선거까지 있어 비리 명단은 진작부터 갖고 있었지만 발표 시기가 늦춰질 수밖에 없었고 그동안 얼마나 많은 회유와 압박이 있었겠는가. 도 교육청도 할 만큼 했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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